사투리
박목월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새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
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
(손진은 시인)
박목월:사투리-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다, 그것이 왁살스럽고 드센 억양을 가진 말로 표출된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정은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오오라베” 부르는 여동생의 말투엔 경상도 사람의 색이 묻어 있고, 경상도 사람의 정이 들어 있다. 그러니 그 색과 정의 깊이를 아는 화자의 마음은 “앞이 칵 막히도록 좋”은 것이다. 이어 우리는 사투리가 바로 고향의 풍물이요, 생물 그 자체라는 것을 안다.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 “오디가 새까만 뽕나무”, 울타리 섶을 타고 올라가는 “이슬마꽃”은 바로 ‘내 고장의 사투리“인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의 ”풀냄새“ 같은 수수한, ”이슬냄새“ 같은 순수한, 흙길이나 토방의 ”황토흙 타는 냄새" 같은 푸근한 맛을 풍기는 것이다. 사투리는 과거의 정겹고 아련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매재이고, 고향 그 자체다. 청각에서 시각, 그리고 후각으로 이어지는 사투리의 정감을 이토록 매력적으로 살려놓을 수 있을까? 그의 사투리 섞인 시를 읽으며 우리는 고향을 떠올리며, 고향의 정겨움과 그리움에 휩싸이며, 고향의 냄새를 맡는다. 목월의 사투리 시는 우리를 고향으로 데리고 간다. 역시 목월이다. 목월이 있어 행복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