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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은 한 달에 한번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변한다. 책 한 권의 내용을 인형극으로 만들어 도서관의 문턱을 높게만 여기는 장애 어린이와 소외계층 어린이를 찾아나서는 것. 지난달 30일, ‘편견 없이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공간’을 꿈꾸는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을 찾았다.
◆“지역 주민 누구나 환영”… 문턱 낮춘 도서관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은 호원2동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에 호원2동 주민센터가 있어 어렵잖게 찾을 수 있는 위치다. 입구는 흥부전 내용을 담은 대형 책 세 권으로 꾸며져 있다. 웬만한 초등 저학년 어린이 몸집을 가릴 정도의 책 크기에 어린이 이용객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만큼 계단은 낮고 안전하다. 장애 어린이도 쉽게 층계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도 마련돼 있다. 박영애 사서는 “장애·비장애 어린이가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이곳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은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의정부가 속한 경기 북부는 원래부터 어린이 전용 공간이 많지 않은 지역. 그 때문인지 이곳은 개관 첫날부터 1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2010년 11월 현재 1일 평균 방문객 수는 1670명 선. 하루에 대출되는 책은 877권에 이른다.
책의 종류와 규모도 상당하다. 책 7만1637권을 비롯해 DVD, 웹콘텐츠 등 비도서 자료도 4092점이나 된다.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묵점자 혼용도서(큰 글씨가 쓰여 있는 아래 점자가 찍힌 책) 742권을 갖춘 것도 이곳의 자랑.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학부모를 배려해 어른용 책 2950권도 마련돼 있다. 정수태 계장은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도서·비도서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사서·독서 통장 등 ‘아이디어’ 돋보여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은 지난 10월부터 ‘찾아가는 도서관’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도서관에 자주 들를 수 없는 장애아나 장기 입원으로 병원에서 발이 묶인 환아(患兒·병들거나 다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를 위해 동화구연·연주회·뮤지컬·문화탐방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당초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일시적으로 마련한 행사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정기 프로그램이 됐다.
10월엔 의정부 성모병원 소아 병동을 찾아 동화 주제가 연주와 손인형극 ‘노랑머리소녀 앤디’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의정부 장애인센터 ‘곰두리네집’ 어린이들과 함께 황순원 문학촌을 탐방했다. 오는 8일에도 의정부 성모병원 소아 병동에서 또 한 차례 공연이 열린다.
의정부어린이도서관 이용객에겐 두 가지 ‘보너스’가 있다. 어린이 사서(司書·서적을 맡아보는 직분) 프로그램이 하나, 독서 통장 제도가 다른 하나다.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은 관내 초등 1~4학년 어린이가 직접 사서가 돼 3개월간 활동해보는 체험활동이다. 어린이 사서라곤 하지만 대출·반납 등 기본적 실무부터 책 정리, 추천도서 선정 등 소화해야 하는 업무는 만만찮다. 어린이 사서로 활동 중인 함지훈 군(경기 의정부 호원초 4년) “집에서 가까워 도서관을 자주 오가면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는데 우연찮게 사서로 참여하게 됐다”며 “책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독서 통장은 자기가 읽은 책 목록을 통장에 찍어 ‘저축’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은행 통장처럼 생긴 데다 수시로 ‘통장 정리’도 해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독서 저금’을 많이 한 어린이에겐 혜택도 주어진다. 책 목록이 쌓여 우수 회원으로 뽑히면 회당 세 권까지 빌릴 수 있는 책을 다섯 권으로 늘릴 수 있는 것. 이곳을 찾은 학부모 홍성애 씨(38세)는 “아이들이 독서 통장을 이용하며 ‘돈처럼 지식도 쌓여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실제로 우리 아이도 독서 통장에 책 목록이 찍히는 걸 보더니 ‘책을 더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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