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서 교육을 생각해내다!
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바쁘다는 핑계로 형식적으로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금방 사라지는 지식을 전달해 주는 전달자가 아니라 뭔가 오래동안 남아 있을 역량을 차곡차곡 길러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 '피시본'과 나를 비교해 본다.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내 생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물의 속의 속의 속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애쓴다. 바람, 바람이 어떻게 불었는지, 축축한 아침에 숲에서 어떤 내음이 났는지, 뜨거운 오후는 어떠했는지, 소리 하나하나."(136)
나뭇잎 하나를 두고도 여러 가지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나뭇잎도 종류가 다양하다. 종류가 다양한 나뭇잎의 특징을 생각해 보게 하고, 글로 표현해 보게 할 수도 있다. 주위에 펼쳐진 자연이 곧 학습 장소다. 끊임없이 교사와 학생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 오늘 아침은 왜 바람이 선선해 졌는지,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가 어제와 비교했을 때 어떤지, 지금 우리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도 마찬가지다. 사물을 오래동안 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단지 주변만 기웃거리며 여행 다니는 현장체험은 긴 시간동안 버스타고 다녀온 기억밖에 안 남을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에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처럼. 학생들이 왜?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현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피시본의 노래』에서 교육을 생각해 본다.
소설 주인공 '피시본'은 우리말로 '생선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강둑 개흙에 살고 있는 얼룩메기를 먹다가 목에 걸려 반쯤 죽다가 살아난 적이 있다.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숲속에 살고 있다.
가재를 잡을 때도 생선뼈로 만든 낚싯바늘을 사용한다. 숲에 누가 갖다 놓고 가버린 궤짝 속에 담긴 아이를 키우며 산다. 한 달에 한 번 일용할 양식을 나라에서 지급받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댓가로. 아마 장진호 전투인가보다. 살면서 그런 추위는 처음이었다고 말하니까. 어찌나 추웠던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다가 그대로 얼어버려 상처 구멍이 막혀 피를 잃지 않아 살아남았다고 한다.
'피시본'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 노래로 들려준다. 가끔. 궤짝에 담겨져 만나게 된 아이를 키울 때도 자연그대로. 달마다 그 아이에게 책 한두 권 배달되는 것 외에는 온통 숲으로 아이를 키운다. 사냥도 가르친다. 먹을만큼 잡는 게 규칙이다. 사냥은 죽이는 일이 아니라 보는 일이며 사냥꾼은 보는 사람이라고. 사슴을 쏘지 않더라도 보는 것으로 맛을 보고 냄새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친다.
'피시본'은 자신과 함께 지냈던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사람이 빠지면 이야기가 아니다. 한 장 한 장 겹쳐진 지붕처럼 이야기도 사람들로 겹쳐져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 술(밀주)를 이야기하면서 조지 워싱턴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는 군대를 동원해 다른 사람들이 술을 못 만들게 했다. 왜? 자기와 경쟁하지 못하도록.
젊었을 때, 숲에 들어오기 전에 친구 지미와 물에서 타이어를 건져 돈 번 이야기도 들려준다. 지미가 죽은 이유는 돈 때문이라며.
"내가 생각을 해야 할 때 생각하게 만들었다. 움직이고, 느끼고, 가만히 있어야 할 때에도"
사냥도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면서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곰 사냥을 사람들이 즐겨한 이유도 고기 때문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곰기름은 요리에 쓰기 좋은 맑고 깨끗한 기름 대용으로 인기였다. 가죽 보호제, 상처에 바르는 연고, 수레바퀴 기름칠 할 때, 유리병에 보관해 두면 다음 날 날씨를 미리 알 수 있다. 숫돌에 곰기름을 치고 칼을 갈면 네 번 만에 털을 깍을 수 있다."(105)
피시본은 이야기로 아이를 교육한다. 이야기에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이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하도록. 그 아이는 하루는 숲에서 거미를 오래동안 관찰한다. 오전이 거의 다 지나도록. 거미줄 만드는 전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왜 거미가 벌레를 남겨두는지.
생각할 수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