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지강 편지」
-말귀를 알아듣는 지리산다람쥐
운봉고원 바래봉 가는 길,
고원답게 벌써 늦가을 바람이 불어 서늘하다.
지인의 도움으로 애써 만난 놋젓가락나물 꽃자리
머리 위 산초나무가 유독 흔들려 보니 눈망울 까만
다람쥐 한 마리가 산초열매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다.
꽃 앞에 쪼그려 앉아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열심히
사진을 담느라 정신없던 우리와 열매를 따먹느라
정신없던 다람쥐가 어쩌다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딱 눈이 마주쳤으니 후다닥 도망가겠지.
도망가기 전에 빨리 사진 몇 장 담아야지 숨죽여 셔터를 누르는데
어라, 이 녀석 한참이 지나도 도망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도 마찬가지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두 손으로 열매를 먹는 모습이
보란 듯 늴리리맘보 여유작작이다.
'밤이나 도토리만 먹는 줄 알았는데 산초열매도 잘 먹는구나'
'맛있게도 먹는다', '생기기도 잘 생겼네', '정말 겁이 없는 녀석이네'
긴장이 풀린 일행들이 참던 숨을 내쉬며 다들 한마디씩 건넨다.
그러거나 말거나 늴리리맘보 여유만만이던 다람쥐가 한마디 말에
순간 움찔하더니 걸음아 나 살려라 훌쩍 날아 숲으로 도망가 버린다.
‘비싼 산초기름 사 먹을 게 아니라,
지네 먹여 키운 닭처럼 저 녀석 잡아먹으면 되겠네’
느닷없이 놀라 사라진 다람쥐 뒷모습에 아쉬움을 나누던 우리가
내린 결론은 녀석은 분명 ‘말귀를 알아듣는 지리산다람쥐’였다.
-섬진강 / 김인호
첫댓글 다람쥐 넘넘 귀엽습니다^^
한녀석 데려 갈께요^-^
저 귀여운 다람쥐를 잡아먹을 생각이라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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