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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제야(除夜)-4.
월정집 조천록〔朝天錄〕
세밑〔歲暮〕
세밑 외딴 성에 북소리 피리 소리 구슬픈데 / 歲暮孤城鼓角悲
누런 구름 시든 풀잎에 삭풍이 불어오네 / 黃雲衰草朔風吹
맑은 하늘 저녁 내내 서리꽃 차가운데 / 瑤空一夕霜華冷
은하수 깊은 밤에 두병이 자리를 옮기네 / 銀漢三更斗柄移
나그네 잠자리 요동 변새 꿈 이루지 못하고 / 旅枕難成遼塞夢
돌아가고픈 마음 그저 패강가에 있구나 / 歸心秪在浿江涯
시름 끝에 흰 머리카락 얼마나 늘었는지 / 愁邊白髮添多少
날이 새면 거울 속 모습에 알게 되겠지 / 明發還從鏡裏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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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3권 / 시(詩)○호서록(湖西錄)
세모에 감회가 있어 2수 〔歲暮有懷 二首〕
새도 돌아가는 저녁에 홀로 앉아 / 獨坐鳥歸夕
눈 내린 뜰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네 / 微吟雪下庭
코끝에 생기는 것은 빈방의 빛이요 / 鼻生虛室白
미간에 두른 것은 고향 산의 푸르름이라 / 眉帶故山靑
담박하게 우리 도를 깨달아 / 澹泊知吾道
소요하며 성령을 보네 / 逍遙見性靈
단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 丹砂猶未就
귀밑머리 이미 희끗희끗하네 / 鬢髮已星星
어느 곳이 성 남쪽의 집이던가 / 何處城南宅
꿈에서도 푸른 봉우리들 그리네 / 夢中靑數峯
푸른 소나무는 나처럼 늙었겠고 / 蒼松如我老
누런 국화는 누굴 위해 단장하나 / 黃菊爲誰容
낮은 벼슬에 오랜 나그네 되어 / 薄宦長爲客
타향에서 또다시 겨울을 만났네 / 他鄕再見冬
한밤에 홀로 앉아 읊조리자니 / 孤吟坐中夜
어디선가 귀뚜라미만 화답하네 / 相和有寒蛩
[주-C001] 호서록(湖西錄) :
이계는 1764년(영조40) 가을 홍주 목사에 임명되었다. 〈호서록(湖西錄)〉은 이 시기에 저술한 작품들로, 영조(英祖)의 명으로 지은 〈홍주풍요시(洪州風謠詩)〉를 비롯하여 총 6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주-D001] 빈방의 빛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저 빈집을 보라. 비어 있는 방에서 빛이 나니 길상이 와서 머문다.[瞻彼闋者. 虛室生白, 吉祥止止.]”라고 하였다.
[주-D002] 성령 :
여기서는 성정(性情)과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본래 감정이나 사상 등 인간의 내적인 면을 가리키는 말이나, 문학사에서는 성정과 유사한 의미로 외물(外物)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체득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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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3권 / 시(詩)○호서록(湖西錄)
제야〔除夜〕
늙음이 봄과 함께 이르니 / 老與春俱至
해가 갈수록 귀밑머리 새로워라 / 年隨鬢共新
슬픔과 기쁨은 지난 시절의 일이요 / 悲歡前世事
쇠하고 성한 것은 나의 몸이라 / 衰盛自家身
흰머리는 공평함이 없고 / 白髮無公道
푸른 산은 친구가 많네 / 靑山多故人
아득히 천고의 품은 뜻 / 悠悠千古志
쓸쓸히 누구와 함께할까 / 寥落與誰隣
[주-C001] 호서록(湖西錄) :
이계는 1764년(영조40) 가을 홍주 목사에 임명되었다. 〈호서록(湖西錄)〉은 이 시기에 저술한 작품들로, 영조(英祖)의 명으로 지은 〈홍주풍요시(洪州風謠詩)〉를 비롯하여 총 6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주-D001] 제야 :
이계가 홍주 목사로 재임하던 1765년(영조41) 겨울에 지은 시로 섣달그믐날의 감회를 읊었다. 《이계선생삼편전서(耳溪先生三編全書)》 권3에 수록된 〈제야〉에는 후반부에 8구가 더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객지에서 한 해를 보내니 쓸쓸하기가 벗과 헤어지는 듯. 헤어짐은 자야부터이고 해후는 새봄에 있네. 고요히 깨달음은 천기의 변화요 근심속에 놀라는 것은 계절의 바뀜이라. 건곤도 머물다 가거늘 백 년도 못 사는 몸뚱이랴[客裏仍徂歲, 凄如別故人. 分離從子夜, 邂逅屬王春. 靜悟天機變, 愁驚節物新. 乾坤同逆旅, 何況百年身.]”
[주-D002] 흰머리는 공평함이 없고 :
아직 흰머리 날 때가 아닌데 자신이 먼저 백발이 났다는 의미이다. 당(唐)나라 허혼(許渾)의 시 〈송은자(送隱者)〉의 “세상의 공평한 도리는 오직 백발뿐이라, 귀인의 머리도 일찍이 봐준 적 없네.[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라는 구절을 변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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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3권 / 시(詩)○호서록(湖西錄)
세모에 감회가 있어 2수 〔歲暮有懷 二首〕
새도 돌아가는 저녁에 홀로 앉아 / 獨坐鳥歸夕
눈 내린 뜰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네 / 微吟雪下庭
코끝에 생기는 것은 빈방의 빛이요 / 鼻生虛室白
미간에 두른 것은 고향 산의 푸르름이라 / 眉帶故山靑
담박하게 우리 도를 깨달아 / 澹泊知吾道
소요하며 성령을 보네 / 逍遙見性靈
단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 丹砂猶未就
귀밑머리 이미 희끗희끗하네 / 鬢髮已星星
어느 곳이 성 남쪽의 집이던가 / 何處城南宅
꿈에서도 푸른 봉우리들 그리네 / 夢中靑數峯
푸른 소나무는 나처럼 늙었겠고 / 蒼松如我老
누런 국화는 누굴 위해 단장하나 / 黃菊爲誰容
낮은 벼슬에 오랜 나그네 되어 / 薄宦長爲客
타향에서 또다시 겨울을 만났네 / 他鄕再見冬
한밤에 홀로 앉아 읊조리자니 / 孤吟坐中夜
어디선가 귀뚜라미만 화답하네 / 相和有寒蛩
[주-C001] 호서록(湖西錄) :
이계는 1764년(영조40) 가을 홍주 목사에 임명되었다. 〈호서록(湖西錄)〉은 이 시기에 저술한 작품들로, 영조(英祖)의 명으로 지은 〈홍주풍요시(洪州風謠詩)〉를 비롯하여 총 6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주-D001] 빈방의 빛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저 빈집을 보라. 비어 있는 방에서 빛이 나니 길상이 와서 머문다.[瞻彼闋者. 虛室生白, 吉祥止止.]”라고 하였다.
[주-D002] 성령 :
여기서는 성정(性情)과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본래 감정이나 사상 등 인간의 내적인 면을 가리키는 말이나, 문학사에서는 성정과 유사한 의미로 외물(外物)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체득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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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3권 / 시(詩)○호서록(湖西錄)
제야〔除夜〕
늙음이 봄과 함께 이르니 / 老與春俱至
해가 갈수록 귀밑머리 새로워라 / 年隨鬢共新
슬픔과 기쁨은 지난 시절의 일이요 / 悲歡前世事
쇠하고 성한 것은 나의 몸이라 / 衰盛自家身
흰머리는 공평함이 없고 / 白髮無公道
푸른 산은 친구가 많네 / 靑山多故人
아득히 천고의 품은 뜻 / 悠悠千古志
쓸쓸히 누구와 함께할까 / 寥落與誰隣
[주-C001] 호서록(湖西錄) :
이계는 1764년(영조40) 가을 홍주 목사에 임명되었다. 〈호서록(湖西錄)〉은 이 시기에 저술한 작품들로, 영조(英祖)의 명으로 지은 〈홍주풍요시(洪州風謠詩)〉를 비롯하여 총 6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주-D001] 제야 :
이계가 홍주 목사로 재임하던 1765년(영조41) 겨울에 지은 시로 섣달그믐날의 감회를 읊었다. 《이계선생삼편전서(耳溪先生三編全書)》 권3에 수록된 〈제야〉에는 후반부에 8구가 더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객지에서 한 해를 보내니 쓸쓸하기가 벗과 헤어지는 듯. 헤어짐은 자야부터이고 해후는 새봄에 있네. 고요히 깨달음은 천기의 변화요 근심속에 놀라는 것은 계절의 바뀜이라. 건곤도 머물다 가거늘 백 년도 못 사는 몸뚱이랴[客裏仍徂歲, 凄如別故人. 分離從子夜, 邂逅屬王春. 靜悟天機變, 愁驚節物新. 乾坤同逆旅, 何況百年身.]”
[주-D002] 흰머리는 공평함이 없고 :
아직 흰머리 날 때가 아닌데 자신이 먼저 백발이 났다는 의미이다. 당(唐)나라 허혼(許渾)의 시 〈송은자(送隱者)〉의 “세상의 공평한 도리는 오직 백발뿐이라, 귀인의 머리도 일찍이 봐준 적 없네.[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라는 구절을 변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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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난고 제3권 / 시(詩)
고풍(古風) 7수
세모에 날마다 눈만 쌓이니 / 歲暮連日雪
온갖 초목 모두 꺾이었네 / 百卉俱拉摧
새봄이 되어서도 / 政恐入新春
궂은 날씨 개지 않을까 두렵네 / 陰雲仍未開
아리따운 매화꽃은 / 娟娟一樹梅
정을 품은 듯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 脈脈在空谷
그윽한 향기 사람들은 모르지만 / 幽香人不知
청수한 골격 백옥처럼 깨끗하네 / 瘦骨淸如玉
밤이 썰렁하니 잠 깨기 쉬워 / 宵寒夢易破
전전하며 무료히 누웠노라 / 展轉不自聊
옷 걸치고 일어나 문 밖을 내다보니 / 攬衣起窺戶
낙락한 별과 달은 드높기도 하네 / 落落星月高
화로에 불 피우고 등불을 밝히며 / 開爐具燈火
앉아서 바람 소리 듣노라 / 坐聽風枝號
저 깊은 골짜기에 궁한 선비는 / 念彼窮谷士
그 누구 나와 도포를 함께 하려나 / 誰與同其袍
공자가 먼 길을 떠나니 / 公子遠行役
말 안장에 붉은 광채 눈부시네 / 鞍馬光翁赩
초췌한 옥루의 여인은 / 憔悴玉樓妾
눈물을 참으며 흘리지 않네 / 忍淚不敎滴
그리운 마음 잊을 길 없지만 / 念之不可忘
날려도 날개가 없소 / 奮飛無羽翼
새벽 종 왜 이리 늦은지 / 寒鍾鳴苦遲
언제 먼동이 트려나 / 何時東方白
삼동에 천지가 폐색(閉塞)되니 / 三冬天地閉
용사는 깊숙이 숨어 있네 / 龍蛇蟄幽宮
세상살이 반복이 많지만 / 世道多反覆
군자는 곤궁을 고수한다네 / 君子有固窮
찢겨진 창문에는 먼 산이 환히 보이는데 / 虛窓列遠岫
백운은 한가히 창공을 지나누나 / 白雲度晴空
성내어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 從嗔不迎客
거문고 타며 나는 기러기만 보내네 / 揮琴送飛鴻
소진이 귀곡 선생에게 배웠으나 / 蘇秦學鬼谷
마침내 자기의 일생만 고달프게 하였네 / 適取勞其生
일어나 승상의 인을 찼으니 / 起來佩相印
아내와 형수로 하여금 놀라게 하였네 / 足使妻嫂驚
어이하여 한 치쯤 되는 혀를 가지고 / 胡爲任寸舌
죽도록 종횡만을 말했던가 / 抵死談縱橫
가령 저에게 이경의 농토가 있었다 하여도 / 便有二頃田
그는 반드시 몸소 밭갈진 않았으리 / 知渠不躬耕
산중에 있는 친구가 / 山中有故人
나에게 편지를 전하였네 / 貽我尺素書
신선 배우는 묘법이 있다면 / 學仙若有契
이 세상은 참으로 나그네이리 / 此世眞蘧廬
부귀 영화 흠모하는 것 아니지만 / 軒裳非所慕
목석과 함께 살 수는 없네 / 木石難與居
세상 일 술 마시는 것만 못하니 / 不如飮我酒
사생은 자연에 맡기노라 / 死生任自如
좋은 시절 아무런 일도 없으니 / 淸朝樂無事
열흘이면 아흐레는 휘장을 내렸네 / 十日九下帷
우연히 벼슬길에 나아가 / 偶然出官道
말을 멈추고 바쁜 인생 보았네 / 立馬看奔馳
공명의 선비 부질없이 근심하고 / 草草功名士
호협한 사람 분주히 바쁘기만 하네 / 紛紛豪俠兒
돌아와 서책을 대하여 / 歸來對黃卷
한번 웃으니 스스로 마음 편해지네 / 一笑還自怡
[주-D001] 소진(蘇秦) :
전국 시대 변사(辯士)로 합종(合從)을 주장하였는데, 본래 낙양(雒陽) 사람으로 귀곡(鬼谷)에 살고 있던 종횡가(縱橫家) 왕허(王詡)를 사사하였다. 집을 나가 유학한 지 몇 해 만에 크게 곤궁을 당하여 집에 돌아오니, 형제와 형수, 처첩들 모두 비웃었다. 이에 그는 다시 공부하여 육국(六國)을 연합하여 육국의 정승이 된 다음 집에 돌아오니, 집안 식구들이 모두 존경하여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다. 소진은 크게 탄식하며 “이 한몸이 부귀하면 친척들도 두려워하고 빈천하면 천대하니 하물며 타인이겠는가. 만일 나에게 낙양의 좋은 농토 2경(頃)이 있었다면 나는 육국의 정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였다.《史記 蘇秦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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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재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 회포를 적음〔除夕書懷〕
듣자니, 청양이 세밑에 바짝 다가왔다는데 / 聞道靑陽逼歲除
푸른 창가에 높이 앉으니 등잔불이 희미하네 / 碧牕高坐一燈疎
네모난 못에는 한밤중에 봄물이 생겨나서 / 方塘半夜生春水
활발발한 천기에 절로 물고기가 뛰어오르네 / 潑潑天機自躍魚
[주-D001] 청양(靑陽) :
봄을 뜻하는 말이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 “봄은 청양, 여름은 주명, 가을은 백장, 겨울은 현영이니, 네 가지 기운이 조화로운 것을 옥촉이라고 한다.[春爲靑陽, 夏爲朱明, 秋爲白藏, 冬爲玄英, 四氣和謂之玉燭.]”라고 한 데서 가져온 말이다.
[주-D002] 활발발한 …… 뛰어오르네 :
《중용장구》 제12장 비은(費隱)에, “군자의 도는 비하되 은하다.……시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라고 하니 상하에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君子之道, 費而隱.……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다. 활발발(活潑潑)은 정자가 “이 한 절은 자사가 요긴하게 사람을 위한 것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此一節, 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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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재집 제5권 / 시(詩)
제야에 회포를 쓰다〔除夜書懷〕
수세에는 마음이 없고 깊이 잠들기 원하니 / 守歲無心願熟眠
꿈속에서 동생을 보고 기뻐하기를 기약하네 / 夢中期得見歡然
누른 닭은 경솔하게 울어 새벽을 재촉하지 마라 / 黃雞且莫輕催曉
올해는 내 동생이 세상에 살아 있던 해이니라 / 今歲猶渠在世年
베개에 기대어 밤새도록 전혀 잠 못 이루고 / 倚枕終宵了不眠
닭이 울자 일어나 앉으니 눈물이 쏟아지네 / 雞鳴起坐更潸然
이로부터 수많은 앞으로의 세월은 / 從此許多新日月
묘군과 함께 지낼 해가 없게 되었네 / 無緣把作卯君年
술을 마셔 마음이 누그러지자 비로소 잠드니 / 酌酒寬懷始得眠
온통 만사를 호접몽에 부쳤도다 / 都將萬事付蘧然
75세에 동생이 죽어 내 몸은 반이 없는데 / 七旬有五身無半
흰머리카락만 더해지며 또 일 년이 가네 / 霜髮徒添又一年
[주-D001] 수세(守歲) :
제야에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새해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을 기다려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 누른 …… 재촉하지 :
백거이(白居易)의 〈취가(醉歌)〉에, “누른 닭은 새벽을 재촉해 축시에 울어 대고, 흰 해는 세월을 재촉해 유시에 넘어가네.[黃雞催曉丑時鳴, 白日催年酉時沒.]”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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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재집 제5권 / 시(詩)
세모에 느낌이 있어〔歲暮有感〕
땅 밑에 가벼운 우레가 뭇 음을 뚫으니 / 地底輕雷透重陰
인간 세상에 천심을 볼 데가 없네 / 人寰無處見天心
창밖에 차가운 매화꽃을 사랑할 만하니 / 可憐牕外寒梅萼
몰래 봄이 이미 숲에 와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 / 暗報陽春已動林
[주-D001] 땅 …… 뚫으니 :
지뢰(地雷) 복괘(復卦)에서 비로소 양의 기운이 시작됨을 말하는 것이다. 복괘는 초효가 양이고 나머지는 모두 음인데, 제일 아래 양 하나가 위에 있는 다섯 개의 음을 뚫고 나와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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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곡유고 제3권 / 시(詩)○집두 오언 절구(集杜五言絶句)
세모(歲暮)
세모라서 모든 풀 시들었는데 부봉선(赴奉先) / 歲暮百草零
솔과 대는 멀리서도 되레 푸르네 박송자(縛松滋) / 松竹遠還靑
교외에는 노경 지낼 계책 있으니 춘일강촌(春日江村) / 郊扉存晩計
천지 사이 초가 정자 한 채 있다오 초옥(草屋) / 乾坤一草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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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5권 / [시(詩)]
섣달 그믐날에 느낌이 있어 짓다[歲除日有感]
내일 아침이면 사십 세가 되는데 / 四十明朝至
가버린 해는 만회하기 어렵나니 / 徂年難挽回
차마 밀실은 엿볼 수가 없고 / 不堪窺密室
찬 재 움직인 것만 두려워하네 / 只怕動寒灰
도를 지키자니 분수에 편할 뿐이요 / 守道唯安分
마음이 기쁘자니 술이나 마시는데 / 陶情且索盃
아동들은 의기를 드높이어 / 兒童增意氣
서로 불러서 치애를 파는구나 / 相喚賣癡獃
[주-D001] 찬 재 움직인 것만 두려워하네 :
세월이 빠름을 안타깝게 여기는 말이다. 후기(候氣)의 법에 의하면, 방[室]을 삼중으로 밀폐시킨 다음, 그 안에 각 율관(律管)을 설치하고 거기에 갈대 재[葭灰]를 넣어두면, 기(氣)가 이를 때마다 그 재가 날아 흩어진다고 한다.
[주-D002] 서로 불러서 치애를 파는구나 :
치애(癡獃)는 곧 어리석고 바보스러움을 말함. 송 나라 때 범성대(范成大)의 매치애사(賣癡獃詞)에 “그믐날 저녁 깊은 밤에 사람들이 잠 안자고 둔체를 물리치며 새해를 맞이하는데, 아동들은 떠들며 길 거리를 달리면서, 치애가 있다며 사람 불러 사라고 하네. 이 두 물건이 누구에겐들 없으랴마는, 그중에도 오농에게는 더욱 유여하다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팔려 해도 못 팔자, 서로 만나 크게 웃고 서로 야유를 하네. 역옹은 주렴 아래 우두커니 앉아서, 치애를 사서 보태려고 값을 묻게 했더니, 아동이 말하길 어른이 산다면 돈 받지 않고, 치애를 천백 년 그냥 드리겠다 하누나[除夕更闌人不睡 厭禳鈍滯迎新歲 小兒呼叫走長街 云有癡獃召人買 二物於人誰獨無 就中吳儂仍有餘 巷南巷北賣不得 相逢大笑相揶揄 櫟翁塊坐重簾下 獨要買添令問價 兒云翁買不須錢 奉賒癡獃千百年]” 한 데서 온 말이다. 《范石湖詩集 卷三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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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10권 / [시(詩)]
제야에
이불을 덮고 잘 자고 깨서 보니 머리맡의 닭이 울려고 한다. 아, 갑오년은 나의 액운의 해였는데, 이제 이미 을미년 새해가 되었으므로 기쁜 마음에서 짓다[除夜擁衾熟睡旣覺頭雞欲鳴於虖甲午余之厄年也今已爲乙未新歲矣欣然有作]
초루의 종소리가 오경을 알리기 이전에 / 譙樓鐘鼓五更前
인간의 갑오년을 속절없이 보내도다 / 斷送人間甲午年
꿈을 환기시키니 우환은 다한 듯하고 / 喚起夢魂疑累盡
싯귀를 안배하니 정신이 온전함을 알겠네 / 安排詩句覺神全
살살 따르는 약옥잔엔 봄 술을 맛보고 / 細斟藥玉嘗春酒
새 심지 등잔불엔 섣달 연기 바꾸누나 / 新炷銀釭變臘煙
다만 한스러운 건 내의만 상자에 있어 / 只恨菜衣空在篋
쌓인 먼지 보고 웃으며 응천을 생각함일세 / 灰堆喧笑憶凝川
이 때 모씨(母氏)가 밀양으로 가시었다.
[주-D001] 쌓인 먼지……생각함일세 :
응천(凝川)은 밀양(密陽)의 고호임. 내의(萊衣)는 춘추 시대 초(楚) 나라의 효자인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세에 채색옷을 입고 늙은 어버이를 기쁘게 했다는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즉 밀양에 있는 모친을 가 뵙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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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13권 / [시(詩)]
제야(除夜)
이미 월파의 고기는 실컷 먹었는데 / 旣厭月波魚
당당하게 또 제야가 되었구나 / 堂堂歲又除
시비는 하나의 말과 같거니와 / 是非同一馬
희로는 뭇 원숭이에 맡겨 두노라 / 喜怒任群狙
돌 냄비엔 창자 적실 차가 있고 / 石銚澆腸茗
등잔 아랜 시렁 가득 서책이로다 / 蘭燈滿架書
가는 세월을 매어 둘 수 없으니 / 徂年不可繫
내일 아침엔 뜻이 어떠하려나 / 明日意何如
[주-D001] 시비는 하나의……같거니와 :
천지 만물(天地萬物)의 사이에 시비의 차별이 없음을 말함. 하나의 말이란 바로 쌍륙(雙六) 놀이에서 쓰는 말을 가리키는데, 자세한 내용은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타나 있다.
[주-D002] 희로는 뭇……두노라 :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던 저공(狙公)이 여러 원숭이에게 상수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성내므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을 주겠다고 하니, 그제는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齊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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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17권 / [시(詩)]
제야에 즉사를 읊다[除夜卽事]
뇌고 소리 들레고 담소 소리 떠들썩해라 / 雷鼓嘈嘈笑語多
동쪽 집 서쪽 집에서 정히 구나를 하는데 / 東家西舍正驅儺
유인은 갑자기 강호의 꿈을 중지하고 / 幽人忽罷江湖夢
일어나서 풍로에 올린 설수차를 마시노라 / 起啜風爐雪水茶
어리석은 종은 억지로 이웃을 본받으려고 / 癡奴强欲效比隣
비를 들고 야유하며 웃고 또 성을 내지만 / 苕箒揶揄笑且嗔
곤궁하고 가난한 귀신은 끝내 보내지 못하고 / 窮鬼貧神終不去
함께 잠자는 남녀들만 놀라 깨게 하누나 / 只消驚動夢熊人
[주-D001] 구나 : 세모(歲暮)에 역귀(疫鬼)를 몰아내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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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除夕〕
오늘밤 또 깊어가니 / 今宵又將半
올해 얼마나 남았나 / 此歲能幾時
새벽닭 일찍 울까 두려운데 / 却怕鷄聲早
등잔불 꺼져가니 안타까워라 / 還憐燈影微
남은 해를 고적은 한스러워했고 / 殘年高適恨
긴 밤을 두보는 슬퍼했지 / 永夜杜陵悲
앉아서 평생의 일 헤아려 보니 / 坐算平生事
사십 년의 잘못 알겠네 / 空知四十非
[주-D001] 남은 …… 한스러워했고 :
고적(高適)은 당(唐)나라 시인으로, 나이 50세에 비로소 시를 짓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칠언고시(七言古詩)에 뛰어났다. 송규렴이 인용한 내용은 고적의 어느 작품을 말하는지 자세하지 않다.
[주-D002] 긴 …… 슬퍼했지 :
두릉(杜陵)은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를 말한다. 그의 시에 “긴 밤 뿔피리 소리 서글피 울리는데, 중천의 어여쁜 달을 누가 볼까.[永夜角聲悲自語, 中天月色好誰看.]”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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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2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除夜〕
묵은해 어디로 가고 / 舊歲向何去
새해는 어디서 오나 / 新歲從何來
가는 해를 잡을 수 있다면야 / 去者若可挽
오는 해도 밀칠 수 있으련만 / 來者亦可推
오는 해를 누가 막으며 / 其來孰遮遏
가는 해를 누가 돌리랴 / 其去孰追回
왔다 가고 또 와서 / 來而去又來
그 운행 잠시도 쉬지 않네 / 厥機無暫息
사람이 그 사이에 살아가니 / 人生處其間
마치 배 위의 익조 같아라 / 有如船上鷁
배가 가면 익조도 따라가니 / 船往鷁隨往
머물고자 한들 머물 수 있으랴 / 欲住那可得
내 나이 쉰 셋 / 我年五十三
덧없이 훌쩍 지났어라 / 欻如駒過隙
덧없이 지난 세월도 이미 슬픈데 / 駒隙光陰已足悲
하물며 내일이면 한 살 더 먹는구나 / 況復明朝添一年
한 살 더 먹어도 이 마음 늙을 리 없건만 / 添一年未必老此心
무슨 일로 갈수록 슬퍼지나 / 何事轉悽然
누가 알랴 늘그막의 한 살이 / 誰知暮齒一
젊은이의 열 살과 맞먹을 줄을 / 可抵芳年十
이런 생각에 절로 잠 못 이루고 / 念此自不寐
서글프게 근심만 쌓이네 / 悄悄愁思集
희미한 등불 꺼질 필요도 없고 / 殘燈不須滅
새벽닭 울 필요도 없이 / 曉鷄不須唱
오늘 밤이 백 년처럼 길어서 / 我願今宵長如百年久
새벽빛이 동창 위에 비치지 말았으면 하노라 / 更無曙色來照東窓上
[주-D001] 익조(鷁鳥) :
물새의 일종인데, 여기서는 뱃머리에 새겨진 익조를 가리킨다. 이 새는 백로와 비슷하며 몸집이 크고 날개가 흰데, 바람을 잘 견디는 성질이 있다 하여 그 모습을 뱃머리에 조각하거나 그려 두었다.
[주-D002] 내 나이 …… 지났어라 :
세월이 빠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에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 망아지가 작은 틈을 지나가는 것처럼 잠깐일 뿐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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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2권 / 시(詩)
섣달 그믐밤에〔除夕〕
시름겨워 말없이 홀로 상심하나니 / 愁來無語自傷情
오늘밤 해가 바뀌니 어찌 견디랴 / 可耐今宵歲又更
천 리에 감사 임무 중한 줄을 아는데 / 千里旬宣知任重
한 지방 진무함에 부족한 몸 부끄럽네 / 一方彈壓愧身輕
시대 걱정에 백발은 올올이 짧아지고 / 憂時白髮莖莖短
임금 그리는 정성은 구비마다 분명하네 / 戀主丹心曲曲明
홀연 문밖에 들리는 푸닥거리 북소리 / 門外忽聞儺鼓動
문득 궁궐의 새벽 종소리인가 하노라 / 却疑金闕曉鍾聲
[주-D001] 천 리에 …… 아는데 :
관찰사의 임무를 무겁게 여긴다는 말이다. 순선(旬宣)은 널리 사방을 복종시켜 임금의 은덕(恩德)이 두루 미치게 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관찰사의 임무를 가리킨다. 《시경》 〈강한(江漢)〉에 “임금이 소호에게 명하시어 와서 두루 하며 와서 베풀게 하시다.[王命召虎, 來旬來宣.]”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송규렴은 1686년(숙종12) 5월에 충청도 관찰사가 되었다. 《承政院日記 肅宗 12年 5月 21日》
[주-D002] 푸닥거리 :
나(儺)는 나례(儺禮)로, 섣달 그믐날 궁중이나 민간에서 질병을 쫓고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행해지던 의식이다. 대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일정한 도구를 들고 주문을 외우며 귀신을 쫓는 동작을 시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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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3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除夜〕
지난 계미년(1643, 인조21) 내가 열네 살이던 해 섣달 그믐날 밤에 오언 율시를 지었다. 그 시의 함련(頷聯)에 “어찌 추운 밤 길다고 싫어하랴, 문득 새벽닭 울까 두렵구나.[寧嫌寒夜永, 却怕曉鷄鳴.]”라고 하였는데, 어른들이 자못 칭찬해 마지않으셨다.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다른 연(聯)은 잊었다. 이에 다시 채워 완성한다.
속절없이 한 해가 끝나가니 / 脈脈年將盡
쓸쓸히 잠 못 이루네 / 悽悽睡不成
어찌 추운 밤 길다고 싫어하랴 / 寧嫌寒夜永
문득 새벽닭 울까 두렵구나 / 却怕曉鷄鳴
어린 종은 곤히 잠들고 / 小僕眠方熟
희미한 등불만 깜빡이네 / 殘燈翳復明
백발 늙은이 외로이 앉아 / 白頭孤坐處
몹시 시름겨우니 이 심정 어이할까 / 愁絶若爲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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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3권 / 시(詩)
섣달 그믐날 저녁에
빠르게 짓다〔除夕走筆〕 1ㆍ2ㆍ3ㆍ4ㆍ5ㆍ6ㆍ7ㆍ8ㆍ9ㆍ10언(言)의 절구(絶句)로 짓다.
한 해가 / 歲
다 저물고 / 闌
이 밤도 / 宵
끝나가네 / 殘
일언(一言)
근심스레 앉아 / 愁坐
잠 못 이루니 / 不眠
온갖 감회가 / 百感
분분하네 / 紛然
이언(二言)
눈발이 문에 몰아치고 / 雪侵戶
등불조차 쓸쓸하여 / 燈正寒
한 병 술로는 / 一壺酒
기쁘기 어렵구나 / 難作歡
삼언(三言)
양 창자 같은 길도 험하지 않고 / 羊腸不險
촉 땅 가는 길도 어렵지 않나니 / 蜀道非難
어찌 곳곳에 파도 이는 / 何如宦海
환해와 같겠는가 / 處處波瀾
사언(四言)
흰머리 원래 멈추기 어려우니 / 白髮元難住
붉은 안색인들 어찌 항상 같을까 / 朱顔詎可常
내 나이 이제 칠십 / 吾年今七十
구레나룻 온통 희다 괴상히 여기지 마오 / 莫怪鬢全霜
오언(五言)
푸른 산 푸른 물 절로 있고 / 靑山綠水自在
밝은 달 맑은 바람 누가 다투랴 / 明月淸風誰爭
눈앞의 즐거운 일 다 누리는데 / 且盡眼前樂事
어찌 죽은 뒤 헛된 명예 따지랴 / 何論身後浮名
육언(六言)
이 땅에 다행히 남자로 태어났으니 / 落地幸爲男子身
백년 인생 헛되이 살지 말라 / 莫敎虛作百年人
무공은 구십에도 오히려 경계했는데 / 武公九十猶箴警
하물며 내 나이 칠십임에랴 / 何況吾生是七旬
칠언(七言)
묻노니 세상의 금빛 인장과 자주색 인끈이 / 爲問人間金章紫綬
어찌 세상 밖 아름다운 산림만 하겠는가 / 何如物外玉岫瓊林
풍진세상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았다면 / 不有塵中乾沒太甚
어찌 머리에 눈서리가 서둘러 침범했으랴 / 豈應頭上雪霜徑侵
팔언(八言)
본래 영수와 기산은 너무 고결했고 / 由來潁水箕山太孤絶
몇몇 으스대는 속인들 매우 탐욕스러웠지 / 幾箇夸夫俗子多饞饕
다만 안락와의 강절 노인은 / 獨有安樂窩中康節老
일생의 자취 절로 맑고 높았지 / 一生蹤跡自然淸而高
구언(九言)
내게 석 자의 붉은 줄 녹기금 있는데 / 我有朱絃綠綺三尺瑤琴
음조로 말한다면 옛것도 지금 것도 아니지 / 若論音調則非古亦非今
때로 바람 불거나 달뜨면 한 곡조 타는데 / 時復臨風弄月兮彈一曲
종자기가 듣고 알아주기 바라지는 않노라 / 不願鍾子期聞之知此心
십언(十言)
[주-D001] 양 창자 …… 않나니 :
양장(羊腸)은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준말로,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하여 험난한 길을 말한다. 중국 하남성(河南省)에 태항산(太行山)은 험준하기로 유명한데, 삼국 시대 조조(曹操)가 〈고한행(苦寒行)〉에서 “북쪽으로 태항산을 오르니, 길도 험하여라 어쩌면 이리 높은가. 구절양장 구불구불한 길에, 수레바퀴가 부서지누나.[北上太行山, 艱哉何巍巍. 羊腸阪詰屈, 車輪爲之摧.]”라고 읊었다. 촉도(蜀道)는 지금의 사천성(泗川省)인 촉 땅으로 가는 길인데, 매우 험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아아 험하고도 높구나. 촉도의 험난함은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噫吁嚱, 危乎高哉., 蜀道之難, 難於上靑天.]”라고 했다. 양장과 촉도는 거친 인생의 행로를 상징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
[주-D002] 무공(武公)은 …… 경계했는데 :
무공은 춘추 시대 위(衛)나라의 군주이다. 9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을 일깨울 만한 좋은 말을 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훌륭한 덕을 지녔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칭송했다고 한다. 《시경》 〈기욱(淇奧)〉에 “저 기수 물굽이를 보니, 푸른 대나무가 야들야들하도다. 문채 나는 군자여, 잘라놓은 듯 다듬어 놓은 듯, 쪼아놓은 듯 갈아놓은 듯하도다.[瞻彼淇奧, 綠竹猗猗. 有匪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라고 하였다.
[주-D003] 본래 …… 탐욕스러웠지 :
세상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린 사람들과 세속적 욕심이 심한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말한 것이다. 영수(潁水)와 기산(箕山)은 요 임금 때의 은자인 소보(巢父)와 허유(許由)가 숨어 살던 곳이다. 요 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허유는 추잡한 소리를 들었다 하여 영수에서 귀를 씻었으며, 소보는 소에게 영수의 냇물을 먹이려 하다가 허유가 귀를 씻었다는 말을 듣고, 물이 더러워졌다며 소를 상류로 끌고 가서 물을 먹였다 한다. 《高士傳 上》
[주-D004] 안락와(安樂窩)의 …… 높았지 :
허유와 소보처럼 세상을 완전히 등진 사람이나 세속적 욕심이 심한 사람들과 달리 소옹(邵雍)은 탐욕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더불어 살았음을 말한 것이다. 강절(康節)은 송(宋)나라의 소옹으로, 자는 요부(堯夫), 시호(諡號)는 강절이다. 처음에 낙양(洛陽)에 와서 살 때, 비바람조차 가리지 못할 정도로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자신이 직접 땔나무하고 밥을 지어 부모를 봉양하며 살았는데도, 자신이 사는 집을 안락와라고 부르면서 태연한 얼굴로 즐겁게 지냈다고 한다. 《宋史 卷427 邵雍列傳》
[주-D005] 종자기(鍾子期)가 …… 않노라 :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었던 벗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列子 湯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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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3권 / 시(詩)
세모의 감회〔歲暮感懷〕
하늘의 운행 끊임없고 물은 동으로 흐르는데 / 天機滾滾水東流
늙은이 한 해가 또 다하니 어찌 감당하나 / 白首那堪歲又遒
북극의 성신은 어디에 있으며 / 北極星辰何處是
서강의 물결은 언제나 그칠까 / 西江波浪幾時休
친한 벗들은 한 시대에 다 없어졌어도 / 親朋一代人雖盡
현달한 이들의 자취는 천년토록 구할 수 있지 / 賢達千秋迹可求
호방한 흥취 늙어도 전혀 줄지 않으니 / 豪興老來渾不減
술동이 들고 다시 높은 누대에 기대고 싶네 / 綠樽還欲倚高樓
[주-D001] 북극(北極)의 …… 그칠까 :
임금이 덕정(德政)을 펴서 태평한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읊은 것이다. 《논어》 〈위정(爲政)〉에 “정사를 덕으로 하는 것은 비유하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뭇별들이 그에게로 향하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라고 하였다. 서강(西江)은 촉강(蜀江) 또는 양자강의 중하류(中下流)를 가리킨다. 두목(杜牧)이 장호(張祜)에게 답한 시에 “북극의 누대 언제나 꿈속에 들어오고, 서강의 물결 멀리 하늘을 삼킨다.[北極樓臺長掛夢, 西江波浪遠呑空.]”라고 하여, 서강의 거센 풍랑으로 평탄치 못한 인간 세상을 비유하였다. 《御定全唐詩 卷253 酬張祜處士見寄長句四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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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당집 제3권 / 시(詩)
세모에 감회를 풀다〔歲暮遣懷〕
백발이 되고 한 해가 감도 기약 있는 듯 / 白髮窮陰似有期
천기와 인사 둘 다 한탄스럽다 / 天機人事兩堪噫
시절 아파하며 부질없이 원안의 눈물 뿌리고 / 傷時漫灑袁安淚
나라 걱정하며 길게 두보의 시 읊조리네 / 憂國長吟杜老詩
의기는 이미 당대의 비웃음 달게 여기는데 / 意氣已甘當世笑
문장을 감히 후인들이 알아주기 바라랴 / 文章敢蘄後人知
정녕 맹자는 참으로 먼저 깨달아서 / 丁寧孟氏眞先獲
매양 평생 공자를 배운다고 말했지 / 每道平生學孔尼
[주-D001] 시절 …… 읊조리네 :
당시의 나라 상황을 걱정하며 읊은 것이다. 원안(袁安)은 후한(後漢) 화제(和帝) 때의 충신이다. 당시 천자는 유약하고 두태후(竇太后)의 오라비인 두헌(竇憲) 형제가 권력을 전횡할 때, 늘 나라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권45 〈원안열전(袁安列傳)〉에 “공경들과 국가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일찍이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천자로부터 대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를 믿고 의지하였다.[與公卿言國家事, 未嘗不噫鳴流涕, 自天子及大臣皆恃賴之.]”라고 하였다. 당(唐)나라의 시인 두보(杜甫)는 우국시인(憂國詩人)으로 명성이 높다. 그가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점령당한 장안(長安)에 억류되어 있을 때 지은 〈춘망(春望)〉에 “나라는 파괴되었으나 강산은 남아, 성에도 봄이 오니 초목이 우거졌네, 시절을 느끼며 꽃에 눈물 뿌리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마음 놀라네.[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라고 하였다.
[주-D002] 맹자(孟子)는 …… 말했지 :
맹자께서 백이(伯夷)와 이윤(伊尹)에 대하여 말한 다음, 공자(孔子)에 대하여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고, 오래 머무를 만하면 오래 머무르고, 빨리 떠날 만하면 빨리 떠난 분은 공자이시다.[可以仕則仕, 可以止則止, 可以久則久, 可以速則速, 孔子也.]”라고 하고 “원하는 것은 공자를 배우는 것이다.[乃所願, 則學孔子也.]”라고 밝힌 바 있다. 《孟子 公孫丑上》 이것은 시의(時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공자의 정신을 본받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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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집 제4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세모〔歲暮〕
들 빛은 황량하고 산기운 음침한데 / 野色荒寒山氣陰
까마귀는 성근 숲으로 가서 깃드네 / 棲鴉歸處見疏林
그윽한 거처 반평생 흥취에 맞지만 / 幽居深適半生趣
한해가 저물매 절로 마음이 서글퍼 / 歲暮自然傷我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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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집 제5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세모에 내린 마을 눈〔歲暮村雪〕
폭설이 평야에 가득 쌓이고 / 急雪滿平野
구름은 검은 숲에 짙게 깔려 / 繁雲垂黑林
거센 바람은 성세를 조장해 / 嚴風助聲勢
풍광도 어둡게 변하였구나 / 光景變昏陰
대나무 빛도 이때는 시드니 / 竹色此時死
매화의 정신 어디서 찾을까 / 梅魂何處尋
서창에서 외로움 달래보려고 / 書窓耐孤寂
가득 찬 술잔을 들이켜 보네 / 試引酒杯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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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집 제1권 / 시(詩)
섣달그믐날 밤〔除夕〕
세시가 끝나려고 재촉함이 조석과 같아 / 歲時摧謝若曛朝
하나의 기 순환하니 이가 절로 풍요롭네 / 一氣循環理自饒
하늘의 뜻 본래 옛것과 새것의 구별 없는데 / 天意本無新舊別
시인은 부질없이 오늘 밤을 한스러워하네 / 詩人枉了恨今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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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석관유집 제1책 / 시(詩)
섣달 그믐밤에
관각에서 숙직하면서 시를 지어 아버님의 임소에 올리다〔除夜在閣直吟 呈家大人任所〕
벼슬아치라 애일을 못 하는 심정이 어떠하리 / 官跡那堪曠愛日
제야에 봄날이 다가오니 안타까운 마음뿐 / 歲除空惜逼靑陽
승명에 엎드려 신음한들 그 누가 이해할까 / 誰憐伏枕承明直
고향 하늘 바라보듯 문득 횡강을 바라보네 / 却望橫江如故鄕
임금님 은혜 갚기 어려운데 갈수록 중해지고 / 難酬洪渥渥彌重
가는 세월 애석한데 세월은 머물러 있지 않네 / 可惜逝年年不留
삼가 비옵나니 새해엔 큰 복 받으시어 / 伏祝新元膺茂嘏
봄바람 영로에서 뱃길 편히 돌아오소서 / 春風嶺路穩歸輈
[주-D001] 애일(愛日) :
자식이 늙으신 어버이를 봉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하루하루를 아끼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효지(孝至)〉에 “이 세상에서 오래 가질 수 없는 것은 어버이를 모실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효자는 어버이를 봉양할 수 있는 동안 하루하루 날을 아낀다.〔不可得而久者 事親之謂也 孝子愛日〕”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2] 승명(承明) :
승명려(承明廬)의 준말로, 한(漢)나라 승명전(承明殿) 옆에 있었는데, 시종신들의 숙직소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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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제야. 고달부의 시에 차운하다〔除夜次高達夫韻〕
아녀자들 옹기종기 억지로 지새는 밤 / 兒女團欒強不眠
지로에 술 데우며 모두들 들썩이누나 / 地爐烹酒共讙然
이 늙은이 묵묵히 앉아 감흥이 없으니 / 阿翁默坐無情緖
내일 나이 느는 게 여생이 주는 게라오 / 明日增年是減年
[주-D001] 고달부(高達夫) :
당나라 때 시인 고적(高適, 707~765)으로, 자는 달부이다. 간의대부(諫議大夫)를 거쳐 몇 차례나 절도사로 나가 난을 평정하다가, 나이 50이 되어서야 시를 짓기 시작하였는데, 변새시(邊塞詩)에 특히 뛰어나 당시 잠삼(岑參)과 더불어 시명(詩名)이 나란하였다고 한다.
[주-D002] 고달부의 시에 차운하다 :
고적의 원운 〈제야작(除夜作)〉은 다음과 같다.
여관의 찬 등 아래 홀로 잠 못 이루니 / 旅館寒燈獨不眠
나그네 마음 어인 일로 점점 처연해지나 / 客心何事轉悽然
고향을 오늘 밤 천 리 밖에서 그리워하니 / 故鄕今夜思千里
허연 살쩍 내일이면 또 한 살이 느는구나 / 霜鬢明朝又一年
《全唐詩 卷214 除夜作》
[주-D003] 지로(地爐) :
봉당(封堂)을 파서 만든 화로를 가리키는데, 때로 온돌(溫突)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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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제석 하루 전에〔除夕前一日〕
맑은 새벽 한 그릇 죽을 떠먹고 / 淸晨一椀粥
홀로 앉아 새 시를 읊조려보누나 / 獨坐誦新詩
침묵하며 문이야 닫히건 말건 / 寂默從門掩
게으르니 베개와 정말 걸맞도다 / 乖慵與枕宜
긴긴 가난에 지레 몸이 늙었고 / 長貧先得老
오랜 병마에 절로 의술이 환하다오 / 久病自知醫
내일이면 해가 나뉘는 제석이니 / 明日將分歲
부질없이 성명한 시대를 축원하네 / 徒然祝聖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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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섣달 밤에〔臘夜〕
섣달이 다해 봄이 장차 가까운데 / 破臘春將近
추위가 남아 위세가 더욱 매섭구나 / 餘寒力更嚴
앳된 대는 서리로 분을 칠하였고 / 竹嬌霜作粉
늙은 솔은 눈으로 수염을 만들었네 / 松老雪爲髥
언 나무는 새벽녘 골짝에서 울고 / 凍木鳴晨壑
주린 새는 한밤중 처마에서 떨어지네 / 飢禽落夜簷
임천의 생활이 내 분수에 넉넉하니 / 林居吾分足
세상사를 굳이 점칠 필요 없도다 / 世事不須占
[주-D001] 섣달 밤에〔臘夜〕 :
참고로 이 시는 《양서집》 권2에 같은 제목으로 이광윤의 작품으로 실려 있다. 《韓國文集叢刊 續13輯 瀼西集 卷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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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110수(一百十首)
초원(草原)에서 섣달 그믐날 밤을 보내다
나그네 정 서로 나눌 만한 사람 없는 탓에 / 無人相說旅遊情
타향에서 짧은 등잔 마주하여 수세하네 / 守歲他鄕對短檠
그렇지만 지난해에 남해에서 밤새도록 / 猶勝去年南海上
창문 너머 파도소리 듣던 그때보단 낫네 / 隔窓終夜聽濤聲
[주-D001] 초원(草原) :
함경도 정평부(定平府)에 있는 역(驛) 이름이다.
[주-D002] 수세(守歲) :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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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215수(二百十五首)
제야(除夜)
차가운 등 한 불빛이 사람 향해 비추는데 / 寒燈一點伴人明
묵묵하게 앉았을 새 삼경 가고 오경 가네 / 黙坐三更盡五更
골육들 다 흩어지고 고향 땅은 아득 멀어 / 骨肉流離鄕國遠
천애 밖서 눈물 쏟고 홀로 마음 상하누나 / 天涯垂淚獨傷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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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5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231수(二百三十一首)
제석(除夕)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거저 점점 쌓이어서 / 駸駸忽忽積居諸
폭죽 소리 속에 한 해 이제 다시 저무누나 / 爆竹聲中歲欲除
매화 곁서 북두 자루 바라보지 아니하고 / 未傍梅花看斗柄
먼저 백주 따라놓고 봄나물을 대하누나 / 先傾柏酒對春蔬
궁궐 시계 은전 재촉하는 소리 듣다가는 / 漸聞宮漏催銀箭
새벽빛이 비단 수술 비추는 걸 놀라 보네 / 驚見晨光照綺疏
서글퍼라 눈에 뵈는 물색 온통 새로운데 / 惆悵眼前新物色
귀밑머린 지난해의 남은 빛깔 그대로네 / 鬢絲猶帶舊年餘
[주-D001] 거저(居諸) :
일거월저(日居月諸)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패풍(邶風) 일월(日月)에 “해와 달이 하토를 굽어본다.〔日居月諸 照臨下土〕”고 한 말에서 나왔다.
[주-D002] 백주(柏酒) :
잣나무 잎으로 담근 술로, 옛날 풍속에 춘절(春節)에 이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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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집 제9권 / 조천록(朝天錄) 시 136수 문 14수(詩 一百三十六首 文 十四首)
섣달 그믐날 밤의 나그네 회포
해 지켜도 가는 해는 아니 머물고 / 守歲歲不住
님 그려도 님은 역시 멀리에 있네 / 懷人人亦遐
생각건대 살 날 얼마 안 남았으니 / 念生餘幾許
즐길 날이 이제부턴 많지 않으리 / 爲樂摠無多
작은 소망 어찌 내가 아니 바라랴 / 小願寧非望
남은 생애 집에서 잘 보내는 거네 / 殘年但在家
어둔 등불 마치 알고 답하는 듯이 / 暗燈如有報
새벽 되자 지직 대며 불꽃 피우네 / 侵曉自成花
[주-D001] 해 지켜도 :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수세(守歲)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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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1권 / 영처시고 1(嬰處詩稿一)
전목재(錢牧齋) 시에 차운함
강 언덕 눈 다 녹고 벼룻물도 아니 얼고 / 雪斂江干硯不氷
노래에 든 초화마저 다스운 향기 엉겼구나 / 椒花欲頌暖香凝
상 머리엔 귀신 그려 장차 문에 붙일 거고 / 床頭描鬼將添戶
마을 안엔 모두 신맞이 등을 걸었구나 / 社裏賽神盡揭燈
늙어가니 유달리 해 가는 것 상심하는데 / 老大偏傷分歲去
아이들은 약속 있어 새벽녘에 일어나네 / 兒童相約及晨興
이웃 닭은 밤중에 울지를 말아다오 / 隣鷄莫向中宵唱
내일 아침 돌아오면 나이 한 살 더하는 걸 / 可耐朝回齒更增
[주-D001] 제야(除夜)에 …… 차운함 :
제야는 섣달 그믐날 밤을 말한다. 즉 전목재(錢牧齋 : 목재는 청(淸) 나라 학자 전겸익(錢謙益)의 호)의 제야시(除夜詩)에 차운한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문장(文章)으로 청 나라 당대에 크게 이름을 날렸고, 《초학집(初學集)》ㆍ《유학집(有學集)》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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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1권 / 영처시고 1(嬰處詩稿一)
제야(除夜)에 전목재(錢牧齋) 시에 차운함
강 언덕 눈 다 녹고 벼룻물도 아니 얼고 / 雪斂江干硯不氷
노래에 든 초화마저 다스운 향기 엉겼구나 / 椒花欲頌暖香凝
상 머리엔 귀신 그려 장차 문에 붙일 거고 / 床頭描鬼將添戶
마을 안엔 모두 신맞이 등을 걸었구나 / 社裏賽神盡揭燈
늙어가니 유달리 해 가는 것 상심하는데 / 老大偏傷分歲去
아이들은 약속 있어 새벽녘에 일어나네 / 兒童相約及晨興
이웃 닭은 밤중에 울지를 말아다오 / 隣鷄莫向中宵唱
내일 아침 돌아오면 나이 한 살 더하는 걸 / 可耐朝回齒更增
[주-D001] 제야(除夜)에 …… 차운함 :
제야는 섣달 그믐날 밤을 말한다. 즉 전목재(錢牧齋 : 목재는 청(淸) 나라 학자 전겸익(錢謙益)의 호)의 제야시(除夜詩)에 차운한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문장(文章)으로 청 나라 당대에 크게 이름을 날렸고, 《초학집(初學集)》ㆍ《유학집(有學集)》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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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2권 / 영처시고 2(嬰處詩稿二)
섣달 그믐날 석여(錫汝)에게 줌
해마다 만나는 섣달 그믐날인데 / 年年逢除日
그 그믐날이 또 오늘 저녁일세 / 除日又今宵
세월은 어찌 그리 빠른가 / 日月何太駛
서글퍼라 스스로 무료하네 / 惆悵自無聊
푸닥거리 곳곳에서 북소리 둥둥거리고 / 祠神鼓鼕鼕
부엌에 제사올리려 등불이 멀리 반짝인다 / 祭竈燈迢迢
매화도 한 시절뿐인 듯 / 梅花亦幾時
남은 꽃잎이 사람을 향해 나부끼네 / 餘蕊向人飄
마음을 같이한 몇몇 벗들이 / 三四同心子
산 넘어 서로서로 맞이한지라 / 隔岡相與邀
손 잡고 뜰 사이를 거닐면서 / 携手步庭際
북두를 바라보고 새벽을 짐작하네 / 五更占斗杓
늙어갈수록 착한 덕을 닦아야지 / 老大修令德
붉은 얼굴 시들어짐을 한탄하지 말라 / 莫歎朱顔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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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2권 / 영처시고 2(嬰處詩稿二)
섣달 그믐 이틀 전 밤에 창애(蒼崖)에서 모임
황혼이라 까마귀와 한 숲을 같이하니 / 昏與烏鴉共一林
두 양(陽)이 동하는 천지에 궁한 음기(陰氣)가 풀리네 / 二陽天地釋窮陰
소금을 어루만지며 유수곡(流水曲)을 타고 / 素琴流水於焉撫
총계를 부여잡으며 중아시를 강개히 읊조린다 / 叢桂中阿耿介吟
시 없이 이 밤을 헛되이 보낼 수 없는데 / 不可無詩虛此夜
때마침 달 비취니 마음 흐뭇하네 / 如今有月恰吾心
소년 시절에 사귄 벗이 더욱 좋아 / 少年結友方爲好
촛불 밝힌 삼경에 의미도 깊어라 / 燒燭三更意却深
긴 밤에 촉루(燭淚)는 뚝뚝 떨어지는데 / 遙夜闌干蠟淚啼
남원의 아담한 모임을 우연히 같이하네 / 南園雅集不期齊
반짝이는 뭇별 빛깔이 갖가지이고 / 群星爛曄光難定
우뚝한 전나무 기상도 높고 높아라 / 獨檜蕭森氣未低
원숙한 시심이 매화처럼 맑은데 / 圓暢詩心梅共澹
쓸쓸히 흐르는 세월 눈빛처럼 희미하네 / 荒寒歲色雪相迷
금년을 헤아려보니 얼마 남지 않았는데 / 今年細數無多在
내일 아침이면 성문 서편에서 잠시 서로 갈리겠네 / 少別明朝白堞西
잠깐 내리던 싸락눈이 밤 되자 개니 / 乍零霰雪入霄晴
늙은 잣나무와 푸른 연기가 우뚝이 성을 마주했다 / 老柏蒼煙獨對城
매화 읊은 시편은 소매 속에 간직하고 / 梅樹詩篇衫袖買
소인의 미목은 복건으로 맞이하네 / 騷人眉目幅巾迎
시냇가 창문에 이야기가 끊일 줄 몰라 / 磵窓相送霏霏語
언 벼루에 다시 담담한 정이 우러나오네 / 氷硯仍成澹澹情
- 14자 원문 빠짐 -
[주-D001] 두 양(陽)이 …… 궁한 음기(陰氣) :
섣달의 마지막 극성을 부리는 추위를 말한 것. 《주역(周易)》의 괘(卦)로 음력 12개월을 따져보면 동짓달에는 지뢰복괘(地雷復卦)로서 양 한 획이 밑에서 생기고 섣달이 되면 지택임괘(地澤臨卦)로서 양 두 획이 밑에 있다. 양은 불로서 덥고 음을 물로서 추운데, 섣달은 궁극적인 음으로 가장 추운 달이다.
[주-D002] 소금(素琴)을 …… 유수곡(流水曲)을 타고 :
소금은 꾸밈이 없는 거문고를 말하며, 유수곡은 옛날 거문고를 잘 탄 백아(伯牙)의 명곡인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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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집 제1권 / 시(詩) 문인 통훈대부(通訓大夫)
판승문원사 겸 춘추관편수관(判承文院事兼春秋館編修官) 정척(鄭陟)이 편집하고, 중직대부(中直大夫) 집현전직제학 지제교 세자좌보덕 겸 춘추관기주관(集賢殿直提學知製敎世子左輔德兼春秋館記注官) 신 유의손(柳義孫)이 하교를 받들어 교정함
섣달 그믐날 밤 매헌(梅軒)에게
가는 해와 오는 해가 오늘 밤에 갈라지니 / 兩年一夜隔
계절은 저절로 서둘러서 뒤바뀌네 / 節序自相催
붓을 잡아 새로운 시구를 쓰고 나서 / 秉筆有新句
술동이 열어 보니 술 아직 남아 있네 / 開樽餘舊醅
타고 남은 촛불 그을음 벽 이끼에 달라붙고 / 燭殘凝壁蘚
향불이 다 타자 화로에 재 떨어지네 / 香盡陷爐灰
내일에는 틀림없이 봄날이 올 것이니 / 明日春應到
높디높은 난간에서 매화를 보시게나 / 高軒請看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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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3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우연히 쓰다.
삼 년 동안 훔친 국록(國祿) 이미 부끄러운데 / 三年竊祿已堪羞
새벽 시간 묻다 보니 어느새 세모(歲暮)가 닥쳤어라 / 問夜如何歲忽遒
주사위 노는 애들 모습 그래도 어여쁘다만 / 蒲局尙憐兒子戱
초백주(椒柏酒) 마신들 장부의 근심 풀어지랴 / 椒觴詎解丈夫憂
타 들어간 등화(燈花) 보며 분분한 세태 생각하고 / 紛紛世態看燈燼
어김없는 물시계 소리 곤곤한 천기가 느껴지네 / 衮衮天機閱漏籌
말 안장 또 올려놓고 대궐 조회(朝會) 서두나니 / 鞴馬又催朝北闕
얇은 솜옷 파고드는 새벽 찬 바람 / 曉風寒劈薄綿裘
[주-D001] 새벽 …… 보니 :
그동안 조정에 출근하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는 말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아침에 상소를 올려야 하는지라, 밤 시간 어찌 됐나 자꾸만 물어보네.[明朝有封事 數問夜如何]”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6 春宿左省》
[주-D002] 초백주(椒柏酒) :
설날에 선조에게 제사를 드리고 가장(家長)에게 올려 축수(祝壽)하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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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4권 / 시(詩)
섣달 그믐날의 폭설
섣달 그믐까지 납설이 이어지고 / 臘雪連除日
게다가 비렴이 또 기승을 더욱 부리나니 / 飛廉氣更麁
아곡을 온통 눈으로 파묻을 듯 / 勢塡鵶谷滿
수리봉엔 외로이 한기(寒氣)만 감도누나 / 寒擁鷲峯孤
눈에 짓눌린 송백 가지 부러져 나가기 십상이요 / 松栢埋應折
얼어붙은 훤초(萱草) 난초(蘭草) 살아날지 걱정일세 / 萱蘭凍未蘇
텅 빈 산에 봄기운 왜 이리도 더딘지 / 空山春意晚
한 해가 가는 것도 깨닫지 못하겠네 / 不覺舊年徂
[주-D001] 납설(臘雪) :
동지(冬至)에서 입춘(立春)까지의 눈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D002] 비렴(飛廉) :
전설에 나오는 바람 귀신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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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4권 / 시(詩)
제야(除夜)에 뜻한 바를 적다.
도소주(屠蘇酒) 억지로 마시려니 늙은 이 몸 부끄러워 / 屠蘇强飮笑衰翁
열석 잔 마시고서 열넉 잔째 채우누나 / 第十三盃十四中
콩죽 달게 드시는 어머님 계신 게 다행이요 / 幸有母親甘啜菽
여기에 또 자손 모습 떠돌이 생활도 위로되네 / 更多兒息慰飄蓬
박봉(薄俸)에 매인 몸 마음은 늘상 고향 생각 / 心思畎畝躬微祿
자취는 계략에 빠졌어도 본심은 충직했더라오 / 迹陷機鋒計本忠
나의 일편단심(一片丹心) 천고의 일을 아시는지 / 一片忱誠千古事
새벽 등불 꺼지면서 동쪽의 해 불끈 솟네 / 曉燈纔黑日昇東
[주-D001] 도소주(屠蘇酒) :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 이름이다. 가족 모두가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 차례로 도소주 술잔을 어른에게 올리고 나서 나이 어린 사람부터 일어서서 나가는 풍습이 있었다. 《荊楚歲時記》
[주-D002] 콩죽 …… 다행이요 :
빈한한 집에서 효성스럽게 어버이를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집이 가난해서 어버이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고 한탄하자, 공자가 “콩죽을 쑤어 먹고 맹물을 마시더라도 어버이를 기쁘게만 해 드린다면 그것이 바로 효도이다.[啜菽飮水 盡其歡 斯之謂孝]”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禮記 檀弓下》
[주-D003] 천고의 일 :
영원히 불후(不朽)하게 될 문장의 사업을 말한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우제(偶題)’라는 시에 “문장은 천고토록 썩지 않을 일, 그 이해득실은 내 마음이 잘 알도다.[文章千古事 得失寸心知]”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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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5권 / 시(詩)
제야(除夜)에
난산잔설야 고촉이향인(亂山殘雪夜孤燭異鄕人)의 운을 나누어서 절구 열 수를 짓다
언제나 구질구질 틀에 박힌 일상생활 / 屑屑踵常程
혼자서 속태우는 세상 걱정은 좀 많은가 / 惸惸念多亂
그럭저럭 이 밤도 지새고 나면 / 居然此夜徂
아 벌써 내 나이도 백 년의 반절 / 便是百年半
이(二)
바닷가 고을에 눌러앉은 벼슬아치 / 官居大海上
밤낮으로 삼신산(三神山) 바라본다만 / 日夕望三山
삼신산을 어떻게 가 볼 수 있나 / 三山不可到
벌써 희끗희끗 변해 버린 귀밑머리 / 雙鬢已成斑
삼(三)
충효 바치려던 평소의 소원 / 平生忠孝願
마음도 힘도 이제는 나도 몰래 시들었네 / 心力俄已殘
다섯 말 쌀 때문에 여태 미적거리다니 / 留連斗粟計
갈수록 이놈의 길 험난함을 알겠도다 / 轉覺此途難
사(四)
푸른 바다엔 일만 리 파도 / 滄溟萬里濤
미시파령(彌時坡嶺)엔 일천 겹의 눈 / 坡嶺千重雪
오색 채운(彩雲) 저 너머 대궐 문이 있으련만 / 天門五雲外
일망무제(一望無際)라 고신(孤臣)의 마음 꺾이누나 / 一望孤心折
오(五)
골육지친(骨肉之親)과도 반쯤은 이산 가족 / 骨肉半睽離
오래도록 산골에서 매도(罵倒)와 조소(嘲笑) 받았도다 / 溪山久嘲罵
용사행장(用舍行藏)이라 천고의 그 마음 간직한 채 / 行藏千古心
한 해의 마지막 밤 동재에서 보내노라 / 歲盡東齋夜
육(六)
끝내 거리 멀어진 나라 위한 나의 계책 / 事國計終疎
조정에 있다 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 / 當朝迹尙孤
한 조각 땅뙈기 나의 단전 역시 / 丹田一片地
가시나무 뒤덮인 채 그간 황무(荒蕪)해졌어라 / 榛棘向來蕪
칠(七)
잘못 살아온 사십구 년 나의 생애 / 四十九年非
오늘밤 생각으론 그것만도 충분한데 / 今宵算已足
새해 아침 종 울리면 행여 정신 차릴는지 / 鍾鳴或自省
노학의 몸 새벽까지 촛불 밝혀야 하고말고 / 老學須秉燭
팔(八)
옥루가 일월처럼 환히 밝다만 / 屋漏兩儀明
자칫 삐끗하면 천리 어긋나나니 / 毫差千里異
이 성품 제대로 보존할 줄 안다면 / 能知此性存
올려다보고 굽어봄에 자리 넉넉하리라 / 俛仰有餘地
구(九)
서쪽 하늘 바라보며 극락정토(極樂淨土) 떠올리고 / 西天想樂國
동해 바다 거닐면서 신선 세계 노니는 곳 / 東海遊仙鄕
누가 있어 또다시 한방 안에서 / 誰復一室內
추로의 뜰 안으로 귀의하리요 / 依歸鄒魯墻
십(十)
작년에도 여전히 그렇고 그런 사람 / 去年猶是人
금년 역시 여전히 그렇고 그런 사람 / 今年猶是人
내일이면 새해가 시작되나니 / 明年是明日
해마다 똑같은 몸 부디 되지 말지어다 / 莫作每年身
[주-D001] 다섯 말 쌀 :
박봉(薄俸)을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이 “다섯 말 쌀 때문에 허리를 꺾어 향리의 소인배에게 굽신거릴 수는 없다.[我不能爲五斗米折腰向鄕里小兒]” 하고는, 즉시 수령의 인끈을 풀고 고향으로 돌아갔던 고사가 전한다. 《晉書 隱逸傳 陶潛》
[주-D002] 용사행장(用舍行藏) :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써 주면 도를 행하고 버리면 도를 간직한 채 숨는 그 일을 오직 안회(顔回) 너와 나만은 할 수가 있다.[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有是夫]”라고 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주-D003] 노학(老學) :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냥 늙기만 하여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뜻의 겸사(謙辭)이다.
[주-D004] 옥루(屋漏) :
집에서 가장 어두운 서북쪽 방 구석을 가리키는 말이나, 여기서는 아무도 모르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속마음을 의미한다.
[주-D005] 추로(鄒魯) :
공맹(孔孟) 즉 유가(儒家)의 학문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공자는 춘추 시대 노(魯) 나라 사람이었고, 맹자는 전국 시대 추(鄒) 땅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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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집 제6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뒤숭숭한 마음으로 저녁 내내 앉아 있다 / 忽忽坐終夕
흐리멍텅 졸리는 눈 새벽을 맞네 / 昏昏睡到晨
육신은 세월 따라 늙고 병들고 / 形骸從老病
달력 역시 겨울 봄 제 마음대로 / 曆紀任冬春
도부의 축문(祝文) 매달 것이 뭐가 있소 / 不用桃符祝
신년(新年)의 백엽주(柏葉酒)도 욕심낼 일 아니외다 / 休耽柏葉新
그저 바라기는 방촌 안에서 / 惟須方寸內
본래의 진면목(眞面目)을 빨리 체인(體認)했으면 / 早認本來眞
[주-D001] 도부(桃符) :
옛날 새해 아침에 두 개의 복숭아나무 판에다 신도(神荼)와 울루(鬱壘)의 두 귀신 이름을 써서 문 옆에 걸어 둠으로써 사기(邪氣)를 막았던 풍속을 말한다.
[주-D002] 백엽주(柏葉酒) :
원단(元旦)에 수명을 빌고 사기를 쫓기 위하여 가족들이 함께 마시던 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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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 벽에 제(題)한 시
객사에서 맞이한 한 해의 마지막 밤 / 客舍逢除夕
향불 피워 놓고 밤시간 내내 밝히노라 / 焚香盡夜更
뿔 위의 한 점에서 삼원이 서로 합쳐지면 / 三元角上合
고요함 속에 천변 만화(千變萬化) 새로이 일어나리 / 萬化寂中生
베개 높이 베어야 할 병든 나의 폐 / 病肺宜高枕
낮은 등잔불 아래 외로이 시름만 깊어 가네 / 孤愁有短檠
내일 아침이면 내 나이 스물두 살 / 明朝年卄二
뒤처진 신세 이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 留滯若爲情
[주-D001] 뿔 위의 …… 합쳐지면 :
삼원(三元), 즉 연(年), 월(月), 일(日)의 시작인 새해의 첫아침이 밝아 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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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혼자 앉아서
오늘도 밤길 걷는 사람 얼마나 시름겨워할꼬 / 悄悄感宵征
은하수도 왼쪽으로 자꾸 기우뚱해지는데 / 明河欲左傾
금년 한 해도 몇 시간이나 남았을꼬 / 一年餘幾刻
세상 만사 모두가 마음에 걸리적거리누나 / 萬事摠關情
타고 남은 등잔 불똥 고즈넉이 떨어지고 / 燈燼微微落
그릇에 물 붓자마자 얼음이 금새 꽁꽁 / 甁氷旋旋生
이불 덮고 잠 청해도 편안치 못한 마음 / 擁衾眠未穩
설날 아침 조회(朝會) 시간 기다림이 아니로다 / 不爲候朝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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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2권 / 시(詩)
세모(歲暮) 10수
세모에 어버이가 늙으신 게 서글퍼서 / 歲暮悲親老
재롱부리려고 고당에 돌아왔네 / 高堂返綵衣
남산에서 부는 바람 거세게 몰아친다마는 / 南山風發發
서산에 기운 저 햇빛은 아직도 따사로워 / 西嶺日暉暉
어렵고 힘든 와중(渦中)에서 고쳐지는 나의 잘못 / 險難攻吾短
미적거리며 게으름 부린 지난 허물을 깨닫겠네 / 因循悟昨非
이제부턴 콩죽에 물 한 사발 먹더라도 / 從今啜菽水
어버이 기쁘게 해 드릴 일 그르치지 말아야지 / 歡意誓無違
이(二)
세모에 시대가 어려운 게 서글퍼서 / 歲暮悲時難
한밤중에 혼자서 눈물을 흘리노라 / 中宵涕自漣
고담준론 이미 끊어진 조정이요 / 雲臺高議絕
일편단심 자꾸만 치닫는 대궐일레 / 象闕片心懸
머리 들어 바라보면 태양이 눈부시고 / 白日臨頭上
눈앞에는 푸른 바다 끝도 없는데 / 滄溟在眼邊
쇠한 이내 몸은 죽어서 썩든 말든 / 殘生任朽骨
청사(靑史)는 누굴 위해 엮어질는지 / 靑簡爲誰編
삼(三)
세모에 이내 신세 서글퍼하며 / 歲暮悲身世
처마 밑에 앉아서 햇볕에 몸을 녹이노라 / 茅簷坐曝暄
구름이 뭔가 보고할 듯 서쪽 산에 돌아간 뒤 / 歸雲呈晚巘
한가한 사립문에 한 조각 눈송이 날아드네 / 片雪入閑門
벼슬 구하던 고인(古人)의 뜻도 걸맞게 행하지 못하는 몸 / 古義違干祿
친구들 사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되리라 / 親交戒肆言
아촌의 곡구에서 밭이나 갈며 / 鵶村耕谷口
번잡하고 소란한 일 이제는 좀 쉬어야지 / 從此息囂煩
사(四)
세모에 서글퍼라 나의 심사여 / 歲暮悲心事
단전에 왜 이다지 가라지만 무성한고 / 丹田徧莠稂
더 이상 못 퍼지게 손을 써야 하리니 / 稊秋防未熟
만년에 난초 향기 못 맡을까 두려워라 / 蘭晚恐無香
끝내 만회(挽回) 어려운 옛사람의 도 / 古道終難挽
고달프게 움츠러든 쇠한 이 가슴 / 衰懷苦不張
북풍에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 北風饒雨雪
고향 산천 솔과 잣은 끄덕없이 푸르련만 / 松柏故山蒼
오(五)
세모에 서글퍼라 백성들의 생활이여 / 歲暮悲民計
하늘이 재앙 내렸건만 토목 공사는 여전하네 / 天災國役仍
쥐새끼처럼 틈만 보는 간사한 아전이요 / 吏姦同伺鼠
멍청한 파리처럼 게을러빠진 관리로세 / 官慢似癡蠅
항아리 텅텅 빈 가난한 백성 집과 / 白屋無餘甔
귀족들 고대광실(高臺廣室) 몇 층이나 차이날꼬 / 朱門隔幾層
편히 살게 해 줄 계책 가슴속에 있건마는 / 治安抱短策
변함 없이 밭두둑에서 몸만 늙어 가는구나 / 終始老田塍
육(六)
세모에 고향 집 돌아오니 이 얼마나 기쁜지 / 歲暮喜還家
석양에 사립문도 고즈넉이 닫혀 있네 / 山扉掩日斜
흉년에도 술은 계속 마실 수 있고 / 年荒猶續酒
부역(賦役) 견뎌 낼 만큼 몸도 튼실하다오 / 身健任差科
어린 자식 글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 稚子文思進
모친도 예전보다 음식을 더 드시는 듯 / 慈親飮膳加
늙은 하인 억지로 일을 일러 주면서 / 老奴强解事
때때로 농사 얘기 자꾸만 꺼내누나 / 時復話桑麻
칠(七)
세모에 벼슬 쉬니 이 얼마나 기쁜지 / 歲暮喜休官
청운의 뜻 아무나 이룰 수 있나 / 靑雲不可干
숨어 살도록 허락하신 자애로운 임금 은혜 / 慈恩許棲遁
소요(逍遙)하기 알맞은 태평 성대로세 / 聖際合盤桓
물새들과 맺은 약속 중하기 그지없는 터에 / 鷗鷺前盟重
풍랑 몰아친 간밤의 꿈 마음이 다 써늘했소 / 風濤昨夢寒
농사일 익히고 졸렬한 성정(性情) 기르면서 / 課農兼養拙
이제부턴 안심방(安心方)을 찾아봐야지 / 從此覓心安
팔(八)
세모에 전원(田園)으로 돌아온 이 기쁨이여 / 歲暮喜歸田
호젓한 곳에 숨어 살 집 오롯이 마련되었도다 / 幽棲占地偏
여강(驪江) 물가 가까이 우산이 우뚝하고 / 牛山近驪窟
깊은 연못 바로 옆엔 백곡이 자리했네 / 白谷傍玄淵
나의 보물이라면 먹고 살 곡식 / 黍稷當三寶
돼지며 닭과 함께 한 집에서 뒹구노라 / 鷄豚共一廛
생각하면 고달팠던 포관의 시절 / 翻思抱關苦
얼마나 고생하며 세월만 허비하였던가 / 役役枉經年
구(九)
세모에 동산을 둘러보는 기쁨이여 / 歲暮喜窺園
진작부터 애호했던 도공의 심정을 알겠노라 / 陶公宿好敦
솔과 국화 무성한 모습 보이고 나면 / 已看松菊茂
숭채며 부추 잇따라서 더부룩이 자라나리 / 應見韭菘繁
산기슭에 아담하게 정자 하나 짓고 / 築榭依山足
우물 파서 물줄기 끌어오리니 / 疏泉到水源
봄날 항아리 안고 물을 퍼 오면 / 春來學抱瓮
기사가 어찌 다시 싹틀 수 있으리요 / 機事更能存
십(十)
세모에 책을 읽는 이 기쁨이여 / 歲暮喜尋書
옛날 보던 책장 펼쳐 곰팡이를 털어 내네 / 開籤理蠹魚
옛사람이 먹다 남긴 지게미라 할지라도 / 古人餘糟粕
우리야 원래 병신인 걸 어떻게 하누 / 吾黨自籧篨
배울 때는 무엇보다 깊이 침잠해야 하고 / 學貴深潛得
마음은 텅 비워 말끔히 씻어 내야겠지 / 心須瀹滌虛
이름을 닦아 세울 수도 있으려니와 / 修名倘可立
석사의 그 일 역시 아직 늦진 않으리라 / 夕死未爲徐
[주-D001] 고당(高堂) :
부모의 별칭인데, 여기서는 홀로 남은 택당의 모친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D002] 남산(南山)에서 …… 몰아친다마는 :
효성을 다 바치지 못하는 자식의 심경을 표현한 말이다. 어버이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하는 효자의 심정을 읊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육아(蓼莪)에 “남산은 높다랗고, 회오리바람은 거세도다. 사람들 모두 잘 지내는데, 나만 왜 해를 입나.[南山烈烈 飄風發發 民莫不穀 我獨何害]”라고 하였다.
[주-D003] 서산에 …… 따사로워 :
노모(老母)의 자애로운 은덕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4] 이제부턴 …… 말아야지 :
집안이 가난해도 효성을 다 바치겠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집안이 가난해서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한다고 한탄하자, 공자가 “콩죽에 물을 마시더라도 어버이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효도이다.[啜菽飮水盡其歡 斯之謂孝]”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 《禮記 檀弓下》
[주-D005] 청사(靑史)는 …… 엮어질는지 :
두보(杜甫)의 시에 “운대에선 하루 종일 공신(功臣) 그림 그리는데, 청사는 누굴 위해 엮어질는지.[雲臺終日畫 靑簡爲誰編]”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19 秋日夔府詠懷奉寄鄭監審李賓客之芳一百韻》
[주-D006] 벼슬 …… 몸 :
집안이 가난하면 어버이 봉양을 위해서라도 부득이 벼슬을 해야만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관문(關門)을 지키거나 목탁(木鐸)을 치며 돌아다니는[抱關擊柝] 등의 일을 하는 말단 관리가 적합하다는 말이 《맹자(孟子)》 만장 하(萬章下)에 나온다.
[주-D007] 친구들 …… 안 되리라 :
상기(上記) 주석에서 인용한 내용 바로 뒤에 “지위가 낮으면서 드높이 정치에 대한 일을 거론하는 것은 죄이다.[位卑而言高 罪也]”라는 말이 나온다. 《孟子 萬章 下》
[주-D008] 아촌(鵶村)의 …… 갈며 :
고향 시골에서 은거 생활을 하겠다는 뜻이다. 한 성제(漢成帝) 때 정자진(鄭子眞)이 곡구(谷口)에서 농사 지으면서 소명(召命)에 일체 응하지 않았던 고사가 유명하다. 《法言 問神》 아촌은 반포(反哺)도 하지 못하는 불효한 까마귀가 사는 마을이란 뜻으로, 택당이 자신의 고향 산골을 지칭한 이름이다.
[주-D009] 멍청한 파리 :
벽에 얼어붙어 꼼짝 않는 겨울의 파리를 말한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에 “멍청하긴 흡사 추위 만난 파리꼴[癡如遇寒蠅]”이라는 표현이 있다. 《五百家注昌黎文集 卷4 送侯參謀赴河中幕》
[주-D010] 안심방(安心方) :
항상 편안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길을 말한다. 중국 선종(禪宗)의 제2조 혜가(慧可)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달라고 스승인 달마(達磨)에게 요청하자, 달마가 그 마음을 가져와 보라고 하였는데, 혜가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하자[覓心了不可得] 달마가 “너에게 안심의 경지를 이미 주었도다.[與汝安心竟]”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傳燈錄 卷3》
[주-D011] 포관(抱關) :
포관 격탁(抱關擊柝)의 준말로, 미관말직(微官末職)을 뜻하는 말이다. 관문(關門)을 지키거나 목탁(木鐸)을 치며 돌아다니는 말단 관리를 가리킨다.
[주-D012] 진작부터 …… 알겠노라 :
도공(陶公)은 진(晉) 나라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그의 ‘칠월야행강릉도중작(七月夜行江陵途中作)’이라는 시에 “시서야 진작부터 좋아했고 말고, 동산의 숲 둘러봐도 속된 뜻이 하나 없네.[詩書敦宿好 林園無俗情]”라는 구절이 있다.
[주-D013] 봄날 …… 있으리요 :
기사(機事)는 얄팍한 꾀를 내어 교묘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물 속에 들어가서 항아리에 물을 퍼 담아 채소밭에 물을 주는 노인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자공(子貢)이 두레박 사용을 권하자, 그 노인이 “기계를 사용하면 기사(機事)가 있게 마련이고, 기사가 있으면 기심(機心)이 있게 마련이고, 가슴속에 기심이 있으면 순백(純白)의 경지가 갖추어지지 않게 되어 도를 이루지 못하니, 내가 그렇게 할 줄을 몰라서가 아니라 부끄럽게 여겨서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답변한 이야기가 전한다. 《莊子 天地》
[주-D014] 옛사람이 …… 지게미 :
제 환공(齊桓公)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바퀴 만드는 사람이 “왕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이 남긴 술지게미입니다.[君之所讀者 古人之糟粕而夫]”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莊子 天道》
[주-D015] 석사(夕死)의 그 일 :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가리킨다. 《논어(論語)》 이인(里仁)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朝聞道 夕死可矣]”라는 말에서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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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2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광주(光州)에서 지은 시 2수
몇 군데 푸닥거리 벌이느라 쿵작쿵작 / 幾處儺聲閙
외로운 이부자리 시름 속에 앉았나니 / 孤衾坐悄然
새해를 맞으려고 잠들지 못함이 아니요 / 不眠非守歲
타향에서 또 한 해를 보내게 됨이로세 / 爲客又增年
격문(檄文) 빗발치는 요동 벌판 요새지 / 羽檄喧遼塞
덩달아 가로막힌 해변가 시골 소식 / 鄕書阻海堧
지금쯤 아녀자들 등불 앞에 모여들어 / 樗蒲兒女聚
신나게 윷놀이판 벌이고들 있으련만 / 想見在燈前
이(二)
만고토록 알아야 할 지식은 끝이 없고 / 萬古無涯智
한평생 마음 공부 아직도 못 끝낸 몸 / 平生未了心
타들어 가는 촛불처럼 남은 세월 짧아지니 / 年光燒燭短
문 닫고 앉은 나그네 더욱 한이 깊을 밖에 / 客恨閉門深
더구나 늙으신 어머님이 계심에랴 / 況屬萱花暮
그 누가 백엽주(柏葉酒)를 따라 드릴꼬 / 誰部柏葉斟
한매 소식 농두에서 애타게 기다리며 / 寒梅隴頭信
내일 새해에도 옷깃을 또 적시리니 / 明日又沾襟
[주-D001] 만고토록 …… 없고 :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에 “우리의 삶은 유한한데 알아야 할 일은 끝이 없다.[吾生也有涯而知也無涯]”라는 말이 있다.
[주-D002] 백엽주(柏葉酒) :
새해 아침에 어른에게 따라 올리며 축수(祝壽)하는 술 이름이다.
[주-D003] 한매(寒梅) 소식 …… 기다리며 :
친지(親知), 특히 모친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남조 송(南朝宋)의 육개(陸凱)가 강남(江南)의 매화 한 가지를 장안(長安)에 있던 친구 범엽(范曄)에게 부치면서 “매화 가지 꺾다가 역마 탄 사신 만나, 농두의 벗 생각하고 부쳐 보내노라.[折梅逢驛使 寄與隴頭人]”라는 시를 지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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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2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대구촌(大丘村) 움집에서 묵으며 2수
희와의 시간 흘러 흘러 어느새 길손의 발 밑까지 / 義媧急急傍征途
조랑말 타고 달려 달려 어느덧 바닷가 구석까지 / 馬首駸駸近海隅
일년 삼백육십일 다 끝나는 섣달 그믐 / 三百六旬除夜盡
일천여 리 여행객 그 심사 외로워라 / 一千餘里旅情孤
초반에 포국 떠들썩한 마을 풍속 바라보며 / 椒盤蒱局看鄕俗
복부와 둘이서 화로 낀 움집이여 / 土室煙爐伴僕夫
적막에 잠겨 있을 고향 시골 사립문에 / 遙想野扉扃寂寞
도부 쓸 줄 아는 사람 다시는 없을 텐데 / 更無人解寫桃符
작년의 제석은 정씨네 전장(田莊)에서 / 去年除夕鄭家莊
대나무숲 작은 초당 문 닫고 지냈었지 / 篁竹林中掩小堂
예나 이제나 처량한 사람 일이여 / 人事凄涼如昨日
한 해가 바뀌는 때 타향에 또 떠도누나 / 歲時流轉又他鄕
어버이 만수무강 마음속으로 축원하며 / 庭闈暗祝千齡壽
부질없는 고향 생각 향불 하나 피우노라 / 丘隴空懷一瓣香
내 어찌 명리(名利) 위해 이렇듯 고생하겠는가 / 不爲利名長役役
내 마음을 알아주듯 새벽 등불 깜박이네 / 曉燈明滅照危腸
[주-D001] 희와(羲媧)의 시간 :
인류가 처음 태어난 때로부터의 시간을 말한다. 희와는 복희씨(伏羲氏)와 여와씨(女媧氏)의 병칭으로, 이들이 부부 관계를 맺어 인류를 탄생시켰다는 중국의 신화가 있다. 《淮南子 覽冥訓》
[주-D002] 초반(椒盤)에 포국(蒲局) :
한 해를 보내며 술을 먹고 윷놀이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초반은 산초 열매를 담은 소반이라는 뜻으로, 술에다 이 열매를 타서 새해의 술로 썼던 풍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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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2권 / 시(詩)
세모(歲暮) 4수
바람에 부대껴 밤낮으로 나무들 울부짖고 / 風木騷騷日夜號
강변을 짓누르며 찬 구름 눈발을 흩날리네 / 凍雲和雪壓亭皐
소와 양 드나드는 황량한 숲의 오솔길 / 荒林有逕牛羊入
등불도 없는 무너진 벽 으르렁거리는 범과 표범 / 破壁無燈虎豹嘷
흰머리로 지킨 가학(家學) 어느덧 인생 황혼 / 白首靑箱眞向晚
막걸리에 꽁보리밥 고달픔도 잊었어라 / 濁醪麤飯久忘勞
동화의 땅 잘못 밟은 지난 십 년 세월이여 / 十年枉路東華土
오색 비단옷들은 해어진 솜옷을 비웃으리 / 紋繡紛紛笑縕袍
용문과 지주산(砥柱山)은 그야말로 천험지지(天險之地) / 龍門砥柱眞天險
한강과 종남산(終南山)은 원래 일기에 합당한 곳 / 漢水終南自日圻
일찍이 주작 대로(大路) 말 타고 치달리다 / 朱雀通街曾走馬
썰렁한 백아곡(白鵶谷) 돌아와서 문을 닫아걸었다오 / 白鵶寒峽早關扉
우번처럼 박복한 관상 남에게 어찌 굽히리요 / 虞翻薄相從人枉
영백처럼 호소한 사정 세상을 피해 숨었어라 / 令伯私情與世違
돌아보면 볼품 없이 변해 버린 장한 그 뜻 / 回首壯圖成濩落
이제라도 아주 떠나면 완전히 잘못은 아니리라 / 至今長往未全非
강변마다 얼음 둥둥 걸음마다 살얼음판 / 岸岸流澌步步氷
말도 벌벌 떠는 길 문밖을 나서기 겁이 나네 / 出門眞怯馬凌兢
외로운 촌락 지는 노을 우물 엿보는 까마귀요 / 孤村返照鴉窺井
된서리 내린 광막한 들판 밭두둑 쪼는 학이로세 / 曠野繁霜鶴啄塍
세월도 흘러 흘러 어느덧 인생의 반 / 百歲光陰今欲半
옛사람의 즐거움을 얼마나 맛봤을꼬 / 古人憂樂幾相乘
봄맞이 노래 한 수 문간에 붙이고 싶다마는 / 題門欲作迎春頌
서쪽 변경 오랑캐 요기(妖氣) 엉겨 있으니 어떡하누 / 無那西山虜祲凝
병 모가지 요새라고 일컬어졌던 마령진(磨嶺鎭) / 磨嶺古稱甁項塞
나도 재차 장유하며 그 설산 밟고 다녔어라 / 壯遊曾歷雪山重
장수의 비단 장막에선 술 따라라 재촉하고 / 元戎錦幕催行酒
수졸들은 봉화(烽火) 따라 조두(刁斗) 들고 애쓰겠지 / 戍卒銅刁趁擧烽
사해에 전운(戰雲)이 자욱한데 흰머리로 맞은 세모 / 四海風塵霜鬢暮
재실(齋室)에 향불 하나 고향 산의 한겨울철 / 一龕香火故山冬
무후의 심사를 남헌이 알아주었거니 / 武侯心事南軒識
소공이 희롱한 붓끝이야 상관할 게 뭐 있으리 / 不管蘇公弄筆鋒
상빈모(霜鬢暮)가 다른 곳에는 금일액(今日厄)으로 되어 있다.
[주-D001] 동화(東華) :
황궁의 동문인 동화문(東華門)으로, 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D002] 용문(龍門)과 지주산(砥柱山) :
중국 황하에 있는 협곡과 산 이름인데, 여기서는 택당의 고향 산골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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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3권 / 시(詩)
제야(除夜)의 일을 적다.
오늘 밤 또다시 한 해를 마감하려 하니 / 今宵又筭一年除
사십 년 나의 잘못 위거에게 부끄럽네 / 四十知非愧衛蘧
일곱 번 옮긴 관직 모두 자리 비웠었고 / 七命徙官皆曠職
동네 바꿔 이사한 집 셋방살이는 매한가지 / 兩坊遷宅亦僑居
연무(煙霧) 낀 백아곡(白鵶谷)엔 봄나물이 푸릇푸릇 / 煙和白谷挑新蔊
얼음 풀린 여강에선 언 물고기 내다 팔리 / 氷解驪江賣凍魚
고향 가는 꿈길 속에 오경도 이제 막 지난 때 / 歸夢五更纔了了
관아의 북소리 문득 듣고 조복(朝服)을 다시금 차려 입네 / 却聞衙鼓理朝裾
[주-D001] 사십 년 …… 부끄럽네 :
지난날을 반성하지 못한 채 항상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위거(衛蘧)는 춘추 시대 위(衛) 나라의 현대부(賢大夫) 거백옥(蘧伯玉)을 가리키는 말로, 60세(혹은 50세)가 되도록 항상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언행을 고쳐 나갔다는 고사가 전한다. 《莊子 則陽》 이때 택당의 나이 4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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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당선생 속집 제3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사람이야 죽든 말든 무심할손 희륜이여 / 羲輪舒馭任摧頹
오늘 밤도 남은 시간 어느새 살처럼 지나가네 / 不覺今宵漏箭催
별의별 일 겪다 보니 머리 위엔 벌써 흰 눈 / 萬事已添頭上雪
술동이 비워 놓고 그저 드르렁 코나 골 뿐 / 一尊聊起鼻中雷
예나 이제나 같은 신세 빨리 떠나야 하고말고 / 身同舊曆宜先退
썰렁한 등불마냥 마음도 찬 재가 되려는걸 / 心似寒燈漸欲灰
다만 원하기는 천시가 태괘를 점지하여 / 但願天時符泰卦
떠돌이 배 얼른 돌려 고향 강물에 띄웠으면 / 東江早放客帆回
[주-D001] 희륜(羲輪) :
희화(羲和)가 모는 수레라는 뜻으로, 흐르는 세월을 가리킨다. 희화가 여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 위에 태양을 싣고 날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행한다는 전설이 있다. 《初學記 卷1 引 淮南子》
[주-D002] 태괘(泰卦) :
지천태(地天泰), 즉 하늘을 상징하는 건원(乾元)의 양기(陽氣)가 아래로 내려와 안에 머물러 있고 땅을 상징하는 곤원(坤元)의 음기(陰氣)가 위로 올라가 밖에 머물러 있어, 천지 음양의 두 기운이 화합하면서 만물이 생성하여 형통하는 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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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재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
밤에 화산의 이군미 집에서 자며 고 촉주의 시에 차운하다〔除夕宿花山李君美家次高蜀州韻〕
늙은이와 어린애 어찌하여 모두 잠들지 않고 / 老幼如何摠不眠
등잔 앞에 모여 앉아 함께 시끌벅적한가 / 燈前促坐共譁然
걱정과 즐거움은 원래 서로 다르지만 / 縱云憂樂元相異
오늘밤 이 해를 보냄을 어찌하리 / 其柰今宵送此年
2
긴 밤 등불 다 타도록 잠들지 못하는데 / 更長燭盡不成眠
나그네 마음 오늘 밤엔 더욱 암담하구나 / 客抱今宵轉黯然
이제 가면 정처 없이 떠돌 것이니 / 此去萍蹤無遠近
어느 곳에서 올해의 일 얘기하려나 / 不知何處說今年
3
평소엔 잘 잤건만 오늘 잠 못 드는 건 / 生平耽睡此無眠
그믐날 밤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 不獨除宵便使然
몸 건사할 계책 이제 다 틀렸으니 / 身計卽今成濩落
한스럽구나 여생을 보낼 구학 없음이 / 恨無丘壑送殘年
4
반갑게 그대 만나니 잠이 오지 않는데 / 靑眼逢君未肯眠
오늘날을 상심하고 옛날을 얘기하니 서글프구나 / 傷今說古意悽然
산과 시내의 풍경마저 도리어 쓸쓸하니 / 溪山物色還蕭索
평상 앞에서 만나던 해를 어찌 차마 생각하리 / 忍懷牀前奉袂年
5
몸은 봄누에 같아 잠들고 싶지만 / 身似春蠶欲就眠
가을 낙엽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 / 迹同秋葉任飄然
그대만이 홀로 전원의 즐거움 차지하고 / 惟君獨占田園樂
또 언덕의 초목의 나이를 기르는구려 / 且養丘中草木年
[주-D001] 화산(花山) :
결성현(結城縣) 동쪽으로 15리에서 25리 사이에 있으니, 이언저가 인현왕후가 폐비된 뒤 이곳에 와서 은거하였다.
[주-D002] 고 촉주(高蜀州)의 시 :
당나라 때의 시인 고적(高適, 700~765)으로, 자는 달부(達夫)이니, 창주(滄州) 발해(渤海) 사람이다. 촉주 자사(蜀州刺史)를 맡았기 때문에 ‘고 촉주’라고 불렸는데, 50이 넘어서 시를 배우기 시작했는데도 시에 매우 뛰어났다. 여기에서 차운한 시는 ‘〈제야작(除夜作)〉’으로, 《고상시집(高常侍集)》 권3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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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재집 제2권 / 시(詩)
제석〔除夕〕
근래의 학업은 삼여를 저버렸는데 / 邇來學業負三餘
문득 내일 아침이 섣달그믐임을 깨달았네 / 忽覺明朝是歲除
출처를 점검해 보니 무엇을 얻고 잃었던가 / 點檢行藏誰得失
사리를 찾아 차고 비는 것을 알았다오 / 尋推物理識盈虛
산을 짊어진 모기처럼 세상에 쓰일 재주 아닌데 / 才非世用蚊山等
사마가 틈을 지나듯 속절없이 늙어 가는구나 / 老不相饒駟隙如
교하의 옛집이 가까우니 / 河上舊廬衣帶隔
봄날에 소유의 수레를 몰고 가리라 / 乘春欲駕少游車
[주-D001] 삼여(三餘)를 저버렸는데 :
독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삼여’는 겨울, 밤, 비 내리는 때로, 이 세 가지는 독서하기에 좋은 때를 말한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동우(董遇)가 말하기를 “독서는 삼여에 해야 한다.”라고 하자, 어떤 사람이 삼여의 뜻을 물었다. 이에 동우가 ”겨울은 한 해의 남은 부분이고 밤은 하루의 남은 부분이고 지루하게 내리는 비는 계절의 남은 부분이다.[冬者歲之餘 夜者日之餘 陰雨者時之餘也]”라고 대답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 《通志 卷172 魏》
[주-D002] 산을 짊어진 모기처럼 :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그렇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바다를 건너뛰고 강을 뚫고 모기로 하여금 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다.[其於治天下也, 猶涉海鑿河而使蚊負山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곧 힘이 아주 약해서 중임(重任)을 감당하기 어려움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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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산집 제1권 / 시(詩)
섣달 그믐날에
두보의 운을 써서 시를 지어 제경에게 부치다〔除夕用老杜韻寄濟卿〕
고목에는 까치 새로 둥지 틀었고 / 古木巢新鵲
얇은 얼음 아래에는 고기들 노네 / 殘氷負脩鱗
바람 대는 병력 쓰는 데에 질렸고 / 風竹厭兵力
안개 속의 버들은 또 눈 트이누나 / 烟柳發眼神
그런데도 나는 아무 변화가 없어 / 嗟我無變動
병든 몸이 한결같이 전 그대로네 / 依然一病身
황사에선 뇌고 소리 둥둥 울리고 / 荒社聞雷鼓
시장 파한 뒤에 장홍 뻗치어 있네 / 終市亘長虹
집집마다 떡 만들어 맛있게 먹고 / 家家打餠食
아이들 다 꼬까옷을 입고 뽐내네 / 兒兒誇線功
이런 거를 보며 무슨 생각하는가 / 見此當何思
집안에서 오직 술만 퍼 마시누나 / 藏身惟酒中
천년토록 계속해서 빛 비추거니 / 繼照於千歲
금고에다 옥촉 서로 조화롭구나 / 金膏玉燭調
연상시는 어느 누가 잘 지을 거며 / 延祥詩孰能
해낭 맡은 일은 누가 담당하려나 / 亥囊官孰要
아득하고 아득히 먼 천 리 밖에서 / 遙遙千里外
눈물 닦고 한번 웃을 거리 바치네 / 掩淚獻一笑
[주-D001] 섣달 …… 부치다 :
두보의 운은 두보의 시 〈삼운삼편(三韻三篇)〉의 운자이다. 제경(濟卿)은 향산의 족손인 이강호(李康鎬)이다.
[주-D002] 바람 …… 질렸고 :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바람이 불어 대나무가 쉬지 않고 시위 소리를 낸다는 뜻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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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시집 제9권 / 시(詩)
섣달 그믐날 철원에서〔除日在鐵原〕
태봉의 황량한 들판에 북풍도 거세어라 / 泰封荒野朔風嗔
눈 온 밤 등잔 앞에 속으로 상심이 되누나 / 雪夜挑燈暗愴神
누가 초화송 지어 새해의 복을 빌어 줄꼬 / 誰頌椒花祈歲福
백엽주 마셔 타는 입술 적시기도 어렵네 / 難傾柏葉潤焦唇
오늘 밤은 객지에서 남은 해를 보내노니 / 今宵客路送殘臘
어느 날에나 서울 친구를 만난단 말인가 / 何日京華逢故人
사십오 년의 세월이 참으로 별안간인데 / 四十五年眞一瞥
머리털 수염 희끗희끗 청춘이 가 버렸구나 / 白鬚蒼髮負靑春
[주-D001] 철원(鐵原) :
강원도에 위치한 궁예왕(弓裔王)의 고도(古都)이다. 신라 말기에 왕실의 서자인 궁예가 군사를 일으켜 고구려의 옛 땅을 침략하여 차지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라 후고구려(後高句麗)라 칭하고 이어 송악군(松嶽郡)으로부터 이곳 철원에 와서 도읍을 정한 다음, 국호(國號)를 태봉(泰封)이라 하고 연호(年號)를 수덕만세(水德萬歲)라 하였다. 그러나 그 후 궁실 등의 사치가 극에 달하고 성질이 오만하고 광포하여 민심을 잃고 끝내 고려 태조(太祖) 왕건(王建)에게 왕위를 빼앗겨, 후고구려는 건국한 지 20년도 채 안 되어 멸망하고 말았다.
[주-D002] 태봉(泰封) :
신라 효공왕(孝恭王) 때 신라의 왕족인 궁예가 철원에 세웠던 나라인데, 전하여 철원의 고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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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보집 제1권 / 시(詩)
섣달그믐날 밤
후원에 입시하여 불꽃놀이를 구경하였는데 이날 큰눈이 내렸다〔除夕入侍後苑觀火是時大雪〕
언덕 위의 비단 보장 쳐다보니 높다랗고 / 岡頭錦障仰巍巍
우렁찬 관현악에 산중턱이 들썩들썩 / 絃管啁啾鬧翠微
신료들 막 입시하여 자리 가득 채웠는데 / 滿座臣隣方入侍
하늘 덮은 눈보라가 홀연 훼방 놓는구나 / 蔽天風雪忽相違
폭죽은 터지려다 소리 도로 꺼져 가고 / 雷砲欲動聲還墊
줄지어 선 화수들도 그림자가 흐릿해라 / 火樹相連影半稀
곧장 밤이 깊어 버려 뿔뿔이 흩어지니 / 直到夜深分散去
몇 명이나 고생스레 진흙 밟고 돌아갈꼬 / 幾人辛苦踏泥歸
[주-D001] 비단 보장(步障) :
신분 높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 머물 때 바람이나 먼지 등을 막기 위해 설치하던 병풍 같은 행막(行幕)이다. 진(晉)나라 때 석숭(石崇)이 50리나 되는 붉은 비단 보장을 마련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卷33 石崇列傳》
[주-D002] 화수(火樹) :
밝은 등불을 매달아 놓은 나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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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보집 제2권 / 시(詩)
섣달그믐날 2수 〔除夕 二首〕
나이 이미 예순에 이르렀는데 / 耳順年今至
아득하게 해가 또 저무는구나 / 蒼茫歲律窮
명예 이익 좇느라고 몸은 지치고 / 身慵名利域
부귀한 자들 틈에 기가 꺾였지 / 心折綺羅叢
한평생 살아온 일 돌이켜 보니 / 點檢生涯事
꿈을 꾸고 있는 듯 아득하구나 / 依俙夢寐中
새하얀 귀밑머리 쓸쓸하지만 / 蕭蕭雙雪鬢
내일은 봄바람을 만나게 되리 / 明日遇春風
진자는 거리에서 떠들썩하고 / 侲子喧閭巷
도성인들 밤놀이로 들떠 있는 밤 / 都人作夜遊
대문에는 울루 자를 써서 붙이고 / 門排鬱壘字
창문에는 처용 머리 걸어 두었네 / 窓帖處容頭
역귀는 몰아내면 가겠지마는 / 疫鬼驅將去
시마는 쫓아내도 눌러앉으니 / 詩魔逐復留
시를 짓는 기능이 아직도 남아 / 技能猶尙在
시구를 맞추느라 고심하누나 / 覓句未敍憂
[주-D001] 진자(侲子)는 거리에서 떠들썩하고 :
섣달그믐날 밤에 민가나 궁중에서 행하던 나례(儺禮)를 묘사한 것이다. 진자는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두건을 쓴 수십 명의 아이들로, 나례의 마지막 무렵에 징을 치며 역귀를 물리치는 역할을 하였다. 《慵齋叢話 卷2》
[주-D002] 대문에는 …… 붙이고 :
울루(鬱壘)는 잡귀를 물리치는 신의 이름이다. 옛날 풍속에 사귀(邪鬼)를 물리치기 위해 설날 아침 복숭아나무 판자 두 개에 신도(神荼)와 울루라는 두 신의 이름을 써서 문 양쪽에 걸었던 것을 말한다. 《說郛 卷12 鬱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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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재집 제3권 / 시(詩)
세모에 어떤 이에게 주다〔歲暮寄人〕
오랫동안 홀로 지낸 산중의 사람 / 山人索居久
뜻과 사업이 근래 어떠한가 / 志業近何如
냉철한 눈으로 시무를 살피고 / 冷眼看時務
겸허한 마음으로 고서를 읽네 / 虛心讀古書
고기 잡고 나무하다 세월이 늦었고 / 漁樵歲月晩
시문을 짓다보니 경륜이 엉성해졌네 / 著述經綸疏
추위에 피는 매화나무를 가장 사랑하노니 / 最愛寒梅樹
맑은 향기 본래 넉넉하기 때문이네 / 淸芬自有餘
[주-D001] 세모에 …… 주다 :
이 시는 1830년(순조30) 이후에 지은 시이다. 1830년(순조30) 5월에 효명세자가 훙서하자 환재는 과거시험을 그만두고 경전과 역사서를 읽는 일로 시름을 달래며 지냈는데, 혹자가 벼슬에 나가기를 권하면 이 시로 자신의 심사를 대변했다고 한다. 《瓛齋集 卷首 節錄瓛齋先生行狀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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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재집 제3권 / 시(詩)
제석날 위사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 〔除夕步渭師寄示韻〕
등불 밝혀 수세하며 속세기운 끊으니 / 守歲燈明絶點氛
물시계 눈금 중첩되어 밤을 구분키 어렵네 / 銅籤重疊夜難分
동자들 노래하며 성곽을 돌아 봄기운 맞는데 / 侲歌繞郭迎春氣
밝은 불이 공중을 떠다녀 석양빛을 흩네 / 煌火行空破夕曛
〈동경부(東京賦)〉에 “휘황한 도깨비불이 별처럼 흘러, 붉은 역병귀신을 사해 끝까지 내쫓네.〔煌火馳而星流, 逐赤疫於四裔.〕”라는 구절이 있다.
전각 안의 제관은 옥패를 울리고 / 殿裏祠臣鳴玉佩
홍원룡(洪元龍)은 지금 향을 받으러 남전(南殿)에 가 있다고 한다.
수풀 사이 고사는 정운시를 읊네 / 林間高士詠停雲
취중에 시 지어 신년의 만남 약속했거늘 / 飮中文字新年約
꽃소식 전하는 동풍은 아직 듣지 못했네 / 花信東風已暗聞
게으른 눈에 촛불이 붉게 어른거리고 / 倦眸暈燭紫成氛
쉼 없이 흐르는 불빛에 이 밤도 기우네 / 滾滾流光此夜分
새로 받은 편지를 아직 펼치기도 전에 / 把得新書封未柝
좋은 손님 전송하자 해가 붉게 지려 하네 / 送歸佳客日初曛
바닷속 신선 과실은 결실이 늦은데 / 海中仙果遲生子
계곡의 높은 소나무는 구름을 헤치려 하네 / 澗底高松欲拂雲
그대와 내가 어느덧 함께 늙어가니 / 爾我居然同老大
술병 두드리는 호탕한 노래를 멀리서 서로 들으리 / 擊壺豪歌遠相聞
남산 자각봉 머리에 저녁놀 개어 / 紫閣峯頭霽夕氛
그대의 집 바라보니 그림인양 또렷하네 / 君家如畫望中分
다리 곁 매화가 흩날려 오솔길 희미하고 / 橋梅飄霰迷深逕
골목의 버들은 연기에 섞여 석양 저편에 섰네 / 巷柳和煙隔晩曛
제상의 누대는 일찍이 백설루였고 / 濟上樓臺曾白雪
촉국의 사부는 또 능운부일세 / 蜀國詞賦又凌雲
먼 봉우리는 조용히 학이 깃들기 좋아 / 遙岑好有幽棲鶴
맑은 울음소리 바람결에 밤마다 들려오네 / 淸唳因風夜夜聞
[주-D001] 제석날 …… 차운하다 :
이 시는 환재 나이 24세에서 30세 사이에 지은 시로, 창작시기가 명확하지 않다. 위사(渭師)는 김상현(金尙鉉, 1811~1890)의 자(字)이다. 본관은 광산(光山), 호는 경대(經臺)ㆍ노헌(魯軒)이다. 1827년(순조27) 진사가 되고 1859년(철종10) 증광 문과에 급제, 벼슬이 판서에까지 올랐다. 문장에 능하여 왕실에서 필요한 전문(箋文)ㆍ죽책문(竹冊文)ㆍ옥책문(玉冊文)ㆍ행장ㆍ악장문(樂章文) 등을 저술하였다. 시호는 문헌(文獻)이다. 문집으로 《경대집》이 있다.
[주-D002] 수세(守歲) :
제석(除夕)에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밝아오는 새해 아침을 맞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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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재집 제3권 / 시(詩)
신해년 제석
마음대로 책장 넘기고 홍매주 마시며 / 瀾翻緗帙飮紅梅
천하에서 교분 논한 지 이십 년 되었네 / 海內論交卄載來
마주 보니 수염과 눈썹에 흰 눈이 소복하여 / 相對鬚眉傲霜雪
옷과 모자의 티끌을 떨어버리고 싶네 / 試將衣帽拂塵埃
침침한 옥당에 한 해가 저무는데 / 沈沈畫省年光晩
어스름한 물시계 바늘은 새벽을 재촉하네 / 杳杳銅籤曉漏催
어찌 알았으랴 백발로 함께 숙직하면서 / 白首豈知同夜直
연촉의 높은 꽃이 꺾이는 걸 누워서 보게 될 줄을 / 臥看椽燭高花摧
사수의 원운〔士綏原韻〕
옛날 구양수와 매요신은 집현학사로 / 集賢學士古歐梅
벼슬의 자취 일정치 않아 떠나고 돌아왔네 / 宦迹參差去復來
경서와 약항아리로 세월을 보내고 / 經卷藥罏淹歲月
시낭과 화개로 풍진 속에 분주했네 / 詩囊華蓋走風埃
검은 관복으로 물시계 소리 듣노라니 별자리 돌고 / 烏衫聽漏疏星轉
희끗한 수염에 서리가 더하여 만년을 재촉하네 / 彪鬚添霜暮景催
어찌 알았으랴 옥당에서 함께 숙직하면서 / 豈意玉堂同夜直
연촉의 높은 꽃이 꺾이는 걸 누워서 보게 될 줄을 / 臥看椽燭高花摧
[주-D001] 신해년 …… 웃었다 :
신해년은 철종 2년(1851)으로 환재 나이 45세 때에 지은 시이다. 사수(士綏)는 신석희(申錫禧, 1808~1873)의 자(字)이다. 본관은 평산(平山), 호는 위사(韋史)이다.
[주-D002] 옷과 …… 싶네 :
벼슬을 내놓고 세상일을 잊고 은거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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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재집 제3권 / 율시(律詩) 절구(絶句)
세모에 읊다〔歲暮吟〕
세모에 천애에서 병이 아직 낫지 않아 / 歲暮天涯病未蘇
앙상하게 마른 모습 못가의 굴원(屈原) 같네 / 形容還似澤邊枯
새 임금님 즉위하신 소식 들은 듯도 하니 / 似聞北極開新主
제공들이 도를 다해 보필하지 않을쏜가 / 輔弼諸公盡道無
[주-D001] 세모(歲暮)에 읊다 :
1544년 11월 15일 중종이 승하하고 11월 20일 인종이 즉위하였는데, 이때 이언적은 병으로 상경하지 못하고 정장(呈狀)하여 대죄(待罪)하였다. 인종은 글을 내려 이언적을 위유(慰諭)하고 관찰사에게 구료할 것을 명하였다. 이 시는 이언적의 당시 심회를 담고 있다.
[주-D002] 앙상하게 …… 같네 :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조정에서 추방당한 뒤 못가를 거닐며 시를 읊조리는데, 안색이 초췌하고 형용이 앙상하였다.”라는 구절이 있으므로 한 말이다. 《古文眞寶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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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제야(除夜)-4.끝.

첫댓글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