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IPO 속도전, 이베이코리아 합병 관건 상장 전 합병시 기업가치 극대화, 쿠팡에 도전장 SSG닷컴 '누적 적자 만회', 이베이 '우회상장 효과'
이마트 본사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이마트가 본격적인 SSG닷컴 기업공개(IPO) 준비에 돌입하면서 상장 전 이베이코리아 통합 작업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쓱닷컴)은 최근 주요 증권사들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SSG닷컴 측은 “SSG닷컴은 성장 가속화를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며 “국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물류 인프라와 I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SG닷컴의 IPO 추진은 예견된 결과다. SSG닷컴 국내 증시 상장은 지난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 투자금을 유치한 데 따른 것이다. SSG닷컴은 투자 유치를 진행하며 오는 2023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직 2년 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SSG닷컴이 IPO 준비를 서두르는 것은 SSG닷컴이 주력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고 시기적으로 투자 심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코스피 상장요건이 완화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또 새벽배송 경쟁사 사이 IPO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도 있다.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과의 상장 준비 시기가 겹쳐 주관사를 미리 선점해 투자 유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SSG닷컴 상장 주관을 염두에 두면서 지난달 마켓컬리가 보낸 REF에 KB증권만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IPO 전 이베이코리아와의 통합이 주요 과제로 대두된다. 이마트는 SPA(주식매매계약)에 따라 이베이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한 후 일정 기간 독립 운영을 거쳐, SSG닷컴과 PMI(인수 후 통합작업)를 진행할 전망이다.
사업적으로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통합 작업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SSG닷컴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 계약 당시 이마트와 신세계에 SSG닷컴 이외 이커머스 운영 금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내용에도 “SSG닷컴과 동종의 유사한 온라인몰 사업은 SSG닷컴을 통해서 영위해야 하고, 온라인 사업을 하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SSG닷컴과 경업해서는 안된다“ 등 사항이 포함됐다.
현재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 심사와 외국환 거래 신고 등 절차를 밟고 있다. 네이버가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기업 결합은 무난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빠르면 올해 말 이베이코리아 자회사 편입도 가능하다. 이후 순차적으로 이베이코리아와 SSG닷컴 합병을 진행하면 IPO 마감기한 전까지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업계는 쿠팡이 지난해 거래액 대비 2.5배 수준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을 감안해 SSG닷컴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몸값 5조원 상당의 이베이코리아가 더해지면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더욱 불어난다. 단순 거래액 합산만 해도 이베이코리아(20조원)와 SSG닷컴(3조9000억원) 통합 법인은 24조원으로 쿠팡(22조원)을 넘어선다. 총자산도 지난해 기준 약 2조원에서 1조6600억원의 이베이코리아가 더해지면 3조원에 못 미치는 쿠팡 규모를 넘어선다.
SSG닷컴의 적자 운영도 만회할 수 있어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매출액은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 3385억원, 영업적자 104억원을 기록한 SSG닷컴 실적을 크게 상회한다. SSG닷컴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1억원에서 2분기 265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나, 상반기에만 약 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의 GMV(총 상품 판매량)는 W컨셉 편입 효과가 더해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 직전 분기 대비 9% 성장했다“며 “다만 GMV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객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128억원, 직전 분기 대비 234억원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양사 합병시 대규모 물류 체인에 대한 관리와 투자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마트는 4년 간 1조원 이상을 들여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 인프라 강화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SSG닷컴은 이미 이베이코리아를 맞아들이기 위한 통합 준비 수순에 들어갔다. SSG닷컴은 지난 6월부터 오픈마켓을 도입하고 셀러와 구매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의 오픈마켓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준비 과정 성격이 강하다.
이베이코리아가 인수된 후 사업 안정화 시기가 길어지면 SSG닷컴 상장 이후 합병을 진행해 우회상장 효과를 거두는 방식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옥션은 코스닥, G마켓은 나스닥 상장사였지만 이베이가 인수한 후 모두 상장폐지 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SSG닷컴만으론 온라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내로 매우 작아 상장하더라도 고평가를 받지 못할 상황“이라며 “상장 자금은 일부 마련할 수 있지만 재무 흐름 공개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활용 방법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베이코리아가 과거 상장폐지 된 적이 있다는 점도 신세계그룹이 SSG닷컴 상장 과정에서 고려할 부분“이라며 “신세계는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우회상장, 비우회합병 등 다각적인 방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