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물기행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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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7:04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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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 민족현실 시적 형상화 ‘백석’(1912~?)
“차디찬 아침인데 /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못시도 터졌다 / 계집아이는 자성으로 간다고 하는데 /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리 묘향산 백오십리 /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쌔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 게집아이는 몇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팔원> 전문)
1930년대는 일제가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면서 식민지 수탈을 더욱 강화한 엄혹한 시기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학이 두드러진 활기를 띠고 활짝 꽃핀 시기이기도 하다. 연세대 이선영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30년대에 생산된 작품의 양은 20년대의 세배를 훨씬 웃돌고 40년대의 두배가 넘으며 심지어 50년대보다도 더 많다.
시의 경우만 보아도 김기림 정지용 김광균 김영랑 박용철 오장환 이육사 유치환 이용악 서정주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설정식 임화 윤동주 김상용 등 빛나는 별들이 이리저리 무리지어, 모더니즘 계열, 순수서정 계열, 민족의식 계열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구인회, 신문학파, 카프 등등의 이름으로 성좌를 이루며 30년대 문학의 천체도를 수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