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자일소(去者日疎)
가는 자는 날로 멀어진다는 뜻으로, 죽은 사람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점점 잊혀진다는 의미이다.
去 : 갈 거
者 : 놈 자
日 : 날 일
疎 : 멀 소
[동의]
거자일이소(去者日以疎)
거자일소(去者日疎)란 가는 자는 날로 멀어진다는 말로, 아무리 슬픈 사별을 했더라도 죽은 사람은 날이 갈수록 점점 잊혀지고, 절친했던 사람도 일단 멀리 떠나면 점차 멀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중국 육조(六朝)시대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찬한 문선(文選) 잡시(雜詩)에 수록된 작자 미상의 고시(古詩) 19수 중 14수째의 첫머리에 나오는 2구절 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지고 오는 사람은 날로 친해진다. 去者日以疎(거자일이소) 來者日以親(래자일이친)에서 유래하였다.
이 고시(古詩) 19수는 모두 한(漢)나라 때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한 여러 가지 애환들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이며 대개 남녀 간의 애정을 노래하거나 인생살이의 허무함을 탄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14수를 다음에 소개한다.
去者日以疎, 來者日以親.
거자일이소, 내자일이친.
헤어져 가는 사람은 하루하루 멀어지고, 와서 접하는 사람은 날로 친숙해지네
出郭門直視, 但見丘與墳.
출곽문직시, 단견구여분.
마을 밖 성문을 나와 교외로 눈을 돌리면, 오직 보이느니 언덕과 무덤뿐이네.
古墓犁爲田, 松柏摧爲薪.
고묘여위전, 송백최위신.
옛무덤은 갈어 엎어 밭이 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베어져서 장작이 되었네.
白楊多悲風, 蕭蕭愁殺人.
백양다비풍, 소소수살인.
백양에 부는 구슬픈 바람소리, 몸에 스며들어 마음에 사무치게 하네.
思還故里閭, 欲歸道無因.
사환고리려, 욕귀도무인.
머나먼 고향길 찾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네 신세 어이할까.
성문 밖 묘지(墓地)를 바라보았을 때의 감개를 읊은 시(詩)로,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와 닿게 한다. 특히 앞의 두 구절은 인생의 또 하나의 진리를 말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구절만을 단독으로 以(이)자를 생략하여 거자일소(去者日疎)로 쓰이는 일이 많은데,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멀어지면 정(情)이 적어진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와 죽은 사람은 세월이 갈수록 잊혀지기 쉬운 법이라 하여 감개와 잊고 있었던 마음을 되돌아보고 죄송함을 느끼는 반성을 담아 쓰이는 경우가 있다.
떠난 자는 나날이 멀어져 간다. 이때의 떠난 자란 이별 또는 사별(死別)을 뜻한다. 괴롭고 슬픈 해어짐이라 해도 세월이 흐르면 잊혀져 간다는 뜻으로 그 사이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헤어지고 나서도 죽을 때까지 그리워했을까? 거자일소(去者日疎)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려주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죽은 자도 잊혀지고, 죽자 사자 사랑했던 사람도 이별을 하고 나면 어떤가? 거자일소(去者日疎)다.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 진다는 뜻으로, 평소에는 친밀한 사이라도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면 점점 서로의 정(情)이 멀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영어 속담에 Out of sight,out of mind라는 말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뜻이니 거자일소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의 감정이란 동양, 서양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는 절망과 서운함에 의욕마저 잃고 매일 장취(長醉)하던 날이 그 얼마였던고. 눈 속에 꽉 차있던 첫사랑의 여인도 세월이 가면서 점점 희미해져 가지 않던가.
언젠가는 고향도 멀어지고 사람들도 멀어지고 누구나 멀어지면서 이별하게 되는 것. 우리는 그리 많지 않은 소중한 시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따뜻한 사람들과 맑고 향기롭게 보내고 싶다.
▶ 去(거)는 상형문자로 厺(거)는 본자(本字)이다. 본디 마늘 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라 쓰고 밥을 담는 우묵한 그릇이나,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의 뜻이다. 글자 윗부분의 土(토)는 흙이 아니고 吉(길)의 윗부분 같이 뚜껑을 나타낸다. 우묵하다, 틀어박히다의 뜻에서 전진(前進)에 대하여 퇴거(退去)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왕(往), 갈 서(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올 래/내(來), 머무를 류/유(留)이다. 용례로는 금전을 서로 대차하거나 물건을 매매하는 일을 거래(去來), 물러감과 나아감을 거취(去就), 지난해를 거년(去年) 또는 거세(去歲), 지난번을 거번(去番) 또는 거반(去般), 제거함을 거세(去勢), 떠남과 머묾을 거류(去留), 뿌리를 없앰을 거근(去根), 버림과 취함을 거취(去取), 가는 길을 거로(去路), 지나간 뒤에 그 사람을 사모함을 거사(去思), 머리와 꼬리를 잘라 버린다는 거두절미(去頭截尾),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거기지엽(去其枝葉), 갈수록 더 심함을 거거익심(去去益甚), 연한이 차서 퇴직할 차례라는 거관당차(去官當次), 갈수록 태산이라는 거익태산(去益泰山),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 진다는 거자일소(去者日疎) 등에 쓰인다.
▶ 者(자)는 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者(자)는 어떤 명사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이다. 또는 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근주자적(近朱者赤) 등에 쓰인다.
▶ 日(일)은 상형문자로 해를 본뜬 글자로, 단단한 재료에 칼로 새겼기 때문에 네모꼴로 보이지만 본디는 둥글게 쓰려던 것인 듯하다. 日은 일요일, 또는 하루를 뜻하는 말로 명사의 앞이나 명사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날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달 월(月)이다. 용례로는 그 날에 할 일을 일정(日程),날마다 규칙적으로 하루의 일을 되돌아 보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이나 그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솔직하게 적는 글을 일기(日記), 날마다를 일상(日常), 날과 때를 일시(日時),하루 동안을 일간(日間), 해가 짐을 일몰(日沒), 해가 돋음을 일출(日出), 날마다 늘 있는 것을 일상적(日常的), 해와 달을 일월(日月),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일취월장(日就月將), 마음 먹은 지 삼일이 못간다는 작심삼일(作心三日), 외딴 성이 해가 지려고 하는 곳에 있다는 고성낙일(孤城落日), 대낮에 꾸는 꿈이라는 백일몽(白日夢), 하루가 천 년 같다는 일일천추(一日千秋), 하루가 삼 년 같다는 일일삼추(一日三秋),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 사흘 간의 천하라는 삼일천하(三日天下), 세월을 헛되이 오랫동안 보낸다는 광일지구(曠日持久),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등에 쓰인다.
▶ 疎(소)는 형성문자로 踈(소)의 와자(訛字)이고, 疎(소)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짝 필(疋; 발, 소)部와 물의 흐름을 뜻하는 글자 㐬(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물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 전(轉)하여 잘 통하다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라질 소(消), 놓을 방(放),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막힐 조(阻)이다. 용례로는 데면데면하고 가벼움을 소홀(疏忽),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을 소통(疏通), 사귄 사이가 점점 멀어짐을 소외(疏外),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않고 서먹서먹 함을 소원(疏遠), 변변치 못한 음식을 소사(疏食), 아내를 박대함을 소박(疏薄), 탐탁지 않게 여기어 헤어짐을 소산(疏散), 띄엄띄엄 성기게 남을 소생(疏生), 성품이 소탈하고 바른 말을 잘 함을 소당(疏讜), 성격이 대범하고 조급하지 않음을 소달(疏達), 거친 음식과 나물국이란 뜻의 소사채갱(疏食菜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