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는 편이다.
낯선곳에서의 새벽 산책이나 드라이브 하는 맛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더구나 찾아갈 장소가 연꽃 그득한 연못이니 오죽할까~!!
어느 여름날 울진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에 우연찮게 들른 '연호정'에서
그득한 연꽃에 황홀해져
여름휴가라면 연꽃 구경도 항상 염두에 두게 됀다.
웃기긴 하지만
여름휴가 중에는 동굴답사와 연꽃이 있는 못, 그리고 온천....이 세가지를 어지간하면
빠트리지 않도록 지도를 보고 찾아 두는데
우선 동굴은 그 시원함에 아이들도 짜증내지 않고 기분좋게 볼수가 있어
여행 중간에 넣어두면 피로회복제 노릇을 단단히 한다.
더불어
새벽에 보는 연꽃은 그 향기가 은은하여 여름의 그 달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준다.
온천은 잠자리가 값싸고 쾌적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주니
집에 와서 여독으로 고생하는 것을 줄일 수가 있어서다.
전날 대판 싸운지라 좀 어색하긴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새벽에 봐야지 싶어 일찌감치 깨워 목포에서 '회산백련지'로 향했다.
계획은 '회산 백련지'를 보고 다시 목포로 돌아와
'해양박물관'과 그 근처에 있는 또다른 박물관을 본뒤
싸고 맛좋다는 백반을 맛볼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험악해서...ㅠㅠ 그냥 '회산 백련지'에서 바로 강진으로 넘어 가야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
이른 시각에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마음이 느긋하니 좋다.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인 강원도와는 또다른 분위기다.
화려한 절경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느긋한 느낌??...언젠가 전라도를 슬쩍 지나치면서
붉디 붉은 황톳빛이 인상적이었는데
원없이 그 붉은빛을 봤던 여행이었다.
회산백련지는 규모가 엄청나다.
그 규모가 십만평이나 됀다하니 볼거리가 있을거 같지 않은
아주 평범한 시골에 갑자기 나타난 연못이 아름답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기대이상으로 주변 조성을 잘해놨다.
더구나 주변에 관광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무분별하게 들어선 식당을 찾아 볼수가 없어서
더욱 그 그윽한 분위기에 취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듯하다.
물위에 둥실 떠 있는듯 둥근 돔 형식으로 만들어진 유리 온실 주변에는
물양귀비와 옥잠화...어리연의 앙징맞은 꽃들이 어찌나 곱던지
모네의 그림속에 나오는 정원이 실제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밤에 오면 식물원 돔과 연못에 둥실 떠있는 몇개의 커다란 돔형식의 조명등이 켜진다 한다.
담번에 오게되면 그때는 꼭 야경을 한번 보리라!!! 다짐다짐!!
반쪽씨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는 동안
아이들이 팥빙수를 사달라 해서 노점상에서 청했는데
ㅎㅎㅎ....아마도 그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사를 하시는건지
얼음은 잔뜩 갈아 꾹꾹 눌러 담아 주시는데.....위에 얹는 토핑물이 자꾸만 밖으로 떨어진다.
그걸 손과 숟가락을 이용해 꾹꾹 눌러 담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많이 줄라고 해부렀는데...자꾸만 요것이 떨어져뿐다잉~^^;;;;;]
돈을 드리니...침을 퉤~하시면서 [앗따 마수걸이 해부렀네~ 돈 많이 벌겄네잉~!!] ㅋㅋ
밀려드는 차량들을 뒤로 하면서
강진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움직인지라 배고파하는 식구들에게
강진에 한정식이 유명하다고 꼭 그것을 먹어보자 조금만 참으라 하고 강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윗지방에서 볼수 없는 무화가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가만보니 길가에 온통 무화과 과수원이다.
낯선 곳에서는 낯선것도 먹어 봐야 하는법
무화가 한 바구니를 만원에 샀다.
뒤에서 빠방거려 맘이 바쁜데....아주머니 자꾸만 바구니속을 열어 두어개를 더 집어 넣어 주느라..ㅎㅎㅎ
[무화가가 얼마나 맛있는데 엄청달다!!]
부산이 고향인 반쪽씨가 늘 하던 말이어서 난 정말 무화가가 설탕처럼 단줄 알았는데
이런~~~ㅎㅎㅎ
아이들은 까서 줬더니...[우~~이게 무슨 맛이야~~~]얼굴을 찡그리고
반쪽씨는...[어 이상하다. 안익었나?? 별로 안다네~~~]
단맛에 굶주렸던 어린시절에 먹어본 무화과 맛과
단맛이 넘쳐나는 지금 먹어본 무화과 맛이 같을리가 없다는걸 이젠 알았을까??
맛이 낯설긴 했지만 가끔 남대문 시장에 가면 몇개씩 팔던 무화과 맛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맛이 향긋하니 뒷맛도 깔끔하니 먹을만했다.^^*
강진은 우리나라에서 하늘색이 가장 아름답단다.
이말은 여행을 다녀 와서야 손님한테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바쁘게 돌아 다니느라 느긋하게 하늘을 볼려는 시도조차 안했는데
강진 하늘을 봤던가 안봤던가?? 그것마저 헷갈리네~!
작렬하는 햇빛에 내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니.....생각날리가~ㅎㅎㅎ
강진은 한정식을 잘한다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식당을 찾느라 아무래도 시간을 낭비할듯해서
찾다 포기하고 현지인한테 물었더니 근처 식당을 알려줬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건가??
다먹고 물리는 상의 가격을 물으니 삼만원짜리 상이란다.
해서...큰맘먹고 젤로 비싼 가격의 상차림을 시켰다.
똑같은 크기의 상에 별반 다를바 없는 반찬
전날 먹다 남은듯한 미역국....밥공기에 퍼놓은 국물김치하며
회몇쪼가리라고 나온건 참치회고
홍어회는 서울에 마트에 가면 포장해서 파는 그 홍어회
반찬도 전날 팔다 남은 음식같고...ㅠㅠ
애들이 깻잎이 맛있다고 다 먹어 한접시 청하니
[다 떨어져 부렀어~~~~잉 ]
인심 야박하게 깻잎한접시 안준다...ㅠㅠ
강진에서 기대했던 한정식은 실패!!!
'김영랑 생가'가 시내에서 그리 가깝게 있을줄 몰랐다.
식당에서 바로 뒷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바로 김영랑 시인의 생가가 나왔다.
초가지붕을 얹은 그렇지만 절대 초라하지 않은(강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단다)
생가에 딸린 너른 정원
세월이 묻어나는 나무들
그늘진 뒷곁에 울창한 대숲 그리고 이백년을 훌쩍 넘겼다는 동백나무
장독대 옆에 목단밭
대문옆에 배롱나무(가로수로까지 아주 흔하게 있는 나무가 목백일홍인지 배롱나무인지 계속 헷갈렸다..같은 나무인가??)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는데
그 가지의 굵기도 그렇지만 가지의 생김새 꽃까지 얼마나 아름답던지
한참을 바라봤다.
마침 한켠에 가이드 한분이 계셔서
안내를 받았는데
김영랑 시인이 첫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 열명의 자식을 두었단다.
뜰한켠에 정구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정구연습을 시켜
전국대회에서 강진이 늘 좋은 성적을 내는데 교두보같은 역활을 했다하고
사랑채에는 그때당시 소리로 유명했던
임방울 선생을 특별히 청하여 소리 공부를 하였단다.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어 서울로 연주회를 보러 다닐정도여서
만약 시를 안썼다면 음악가가 되었을거란다.
그런 와중에 무용가인 최승희와의 사랑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에 슬퍼한 나머지
뒷뜰 나무에 목을 메려 했다는데
첫댓글 우앙....써놓고 보니 엄청 기네!!...ㅠㅠ
보구싶었는데요....여행 즐거우셨지요...^^
예 공예가님..^^* 저에게는 참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답사 다니는걸 워낙 좋아해서 아주 행복했습니다. (뭐는 안좋아하나..^^;;; )
엄청 긴많큼 여해에 즐거움이 묻어 있습니다 긴줄 모르고 읽었는데...........
내 언제 노루귀님과 같이 떠났던가???? 앉아서 천리를 보구 있읍니다...매번 급하게 달려 갔다가 하루쯤 마음닿는곳에서 유하고 오는길....인데..
워낙에 번잡한곳을 싫어라 하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퇴촌에서 어찌나 막히던지..ㅎㅎㅎ 초록별님 댁에서 야심한 밤을 기둘려 가볼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어요.^^;;;
쉬었다 갈껄....요즘 새로 들어온 차 있는데....
지리산자락 하나 접수해 놓으슈...내가 집지기 해 줄텡께...^^*
ㅋㅋㅋ
기억력이 저리 좋을순 없어.. 분명 트릭이 있는거야 ㅋㅋ 암 만봐두 소설가 타입..
가계부 보면서 적어 내려갔다오...ㅠㅠ
ㅎㅎㅎ 돈벌었따 , 앉아서 남도를 요로쿰 여행 하기가 쉽지 않은데 실지 갔다온것 보다 기억에 더남것다~~~~
썬그라스를 단색으로만 사용하지 마시고 다음에는 썬그라스를 여러색 준비해보셔요.
지지난주에 저도 울진, 여호정, 석곡동굴 갔다왔는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