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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소송은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회계장부 열람 소송, 오 목사의 자격과 관련한 소송, 서초 예배당 도로점용 소송. 이 세 소송에서 사랑의교회와 오 목사는 모두 졌다. 수년에 걸친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오 목사와 사랑의교회의 방만한 재정 사용, 오 목사의 불투명하고 불법적인 이력, 서초 예배당의 불법 도로점용이었다. 이는 곧 오 목사의 그릇된 욕망과 그것을 덮고 옹호하는 이들의 왜곡된 신앙 상태를 세상에 드러낸 일이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입장에서는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상처를 받는 일이기도 했다. 한때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었던 오 목사가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이전에는 목사라면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다 갖춘 분인 줄 알았어요." 유혜경 씨는 오목사의 실체를 확인해 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목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니 목사의 탈을 쓰고 더 도둑질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목사들이 제일 부자일 수 있겠구나 싶어, 특히 대형 교회 목사들은."
임현희 권사는 비교적 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남편 및 자녀와 함께 사랑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왔다. 오 목사의 자질은 남편과 자녀가 먼저 알아봤다. 그들은 오목사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고 사랑의교회에 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임현희 권사는 순장이었기 때문에 매번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남편과 아들이 지적할 때마다 저는 가능한 좋게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목회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면 신앙생활 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도 굳이 단점들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 스스로를 세뇌한 거죠."
오 목사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임현희 권사에게도 아픈 일이었다.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60년간 의심하지 않았던 목회자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금이 가다 못해 와장창 깨져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이런 건가? 정말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건가?' 실망과 절망의 경험은 그의 생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좋게 말하면 목사들도 분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목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거죠. 그런 슬픈 일이 지금 저에게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요."
실망과 절망의 대상은 오 목사뿐만이 아니었다. 부교역자들의 모습 또한 목회자에 대한 신뢰를 깨뜨렸다. 사랑의교회 사태를 지나오면서 100명이 넘는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중 오 목사에게 바른 소리를 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부교역자들은 오히려 오 목사를 감싸고 교인들을 단속하기 바빴다. 물론 오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조용히 교회를 떠날 뿐이었다. 서정식 집사는 마당 기도회가 한창이던 때 집으로까지 찾아온 한 부목사를 잊지 못한다.
"집사님, 왜 마당 기도회에 나가십니까."
"목사님은 정말 오 목사님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지금 밤 12시가 다 돼 갑니다. 다음에 얘기하시죠."
"집사님, 기도하려면 제발 집에서, 저희 눈에 안 보이게 해 주세요."
그 부목사는 저녁 8시부터 몇 시간째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결국 서정식 집사에게 마당 기도회에 나가지 말라고, 계속 갈 거면 순장직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기 위해 집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결국 서정식 집사는 7년 여간 헌신해 온 순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신앙생활 하며 교제했던 부교역자들에 대한 배신감도 오 목사에게 느낀 것 못지않았다. 서정식 집사 또한 이전까지 목회자는 거룩한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직장이었구나, 밥벌이였구나… 그때 너무 리얼하게 알아 버렸어요."
목회자에 대한 실망은 역설적으로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교인들에게 '회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교인들 또한 '그런 목회자들'을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각이었다. 그래서 마당 기도회에서는 사랑의교회 본질 회복을 위한 기도와 함께 회개 기도를 참 많이도 했다. 김성만 집사는 '결국 이게 사랑의교회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에게는 사랑의교회 교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오 목사의 실체가 한 겹씩 벗겨질 때마다 그 자부심도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소위 '잘나가는' 교회에 다닌다는 자부심은 그저 교만일 뿐이었다고 하나님이 질책하시는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그가 깨달은 것은 교인들이 목회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목회자를 하나님의 종, 주의종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교회의 모든 권력이 목사에게 집중돼 있잖아요. 그리고 실제 성도들도 자기는 못 먹어도 목사님에게는 좋은 걸 대접하려고 노력하고요. '그게 나쁜 것이냐'는 두 번째 문제고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 것이 아니라, 실은 목사님들을 잘못된 길로 가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목사님을 뵐 때 존경과 대접은 해야겠지만, 그분이 오해할 정도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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