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 르메르디앙호텔의 한 회의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권영준 장로와 김근수 집사, 사랑의교회 강희근 장로와 백성호 사무처장, 당시 예장합동 부총회장이었던 소강석 목사가 모였다. 최종 '합의'를 하는 자리였다. 이미 사전 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썩 밝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권영준 장로는 강희근 장로와 합의서를 교환하고 악수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손을 잡고 기도하자는 소강석 목사의 제안에 양측은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소강석 목사는 2019년 7월부터 사랑의교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두 달 뒤 총회에서 교단 부총회장에 당선될 것이 유력했기에, 부총회장 자격으로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와 오 목사 측을 만나 합의를 위한 물밑 작업을 했다. 합의와 결렬을 반복하다, 결국 2019년 12월 사랑의교회 오 목사 및 강희근·김회재 장로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김두종·권영준 장로가 비공개로 만나 합의안 초안을 도출했다. 당시 사랑의교회 측에서 제공한 사진을 보면, 소강석 목사와 오정현 목사의 어색한 웃음이 무색하게 김두종·권영준 장로의 표정은 굳어 있다.
합의안에 따라 양측은 서로에게 걸었던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오정현 목사의 정년인 2026년 말까지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고, 필요 시 사용 기한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오정현 목사는 그간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한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하기로 했다.
"오정현 목사님이 사과문 발표 등 합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불안했을까. 최종 합의 자리에서 권영준 장로가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부족한 부분, 사과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 충실히 사과하고 화합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회에 맡겨 주시면 좋겠어요. 교회가 판단해서 진솔하게 입장을 표명할 겁니다."
강희근 장로가 웃으며 답했다.
옆에서 소강석 목사가 거들었다.
"오 목사님이 사과를 잘 이행할 거예요. 저를 믿어 주세요."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언론에 발표된 오 목사의 사과문은 사과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으로 두루뭉술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내용은 "담임목사로서 저의 여러 가지 부족함과 미흡함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끼고" 이 문구가 다였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과문이었다. 합의 사항은 오 목사의 진정한 사과 빼고 모두 이행되고 있다. "제대로 사과해야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김근수 집사는 지금도 오 목사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 목사 측과 합의하는 것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합의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갱신의 제1대상인 오 목사가 아직도 담임목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합의는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 목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개탄스럽지만, 결국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오 목사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으니 이제는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7년 동안 지속된 소송전도 교인들을 지치게 했다. 소송이 100개가 넘었고, 소송비용으로만 수억 원을 썼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또 얼마나 많은 소송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대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합의한 후로 많이들 떠나셨어요." 현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수 집사는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합의 후 곧바로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됐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교인들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전대미문의 감염병 시대를 맞아야 했다.
오 목사와의 싸움을 공식적으로 일단락했다는 것의 의미는 컸다. 이후의 상황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새로운 도전이 됐다. 정해진 기한 동안 안정적으로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 기한이 끝난 후에는 어떤 공동체로 존재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이미 7년을 지내 오면서 어떻게 공동체를 꾸려 갈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언제나 '제2의' 과제였다. 이제는 남은 기간 동안 정말 그런 공동체를 구현해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는 시기가 유예됐다고 볼 수 있다. 합의 전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찌 됐든 '오 목사 타도'였다. 7년간 공동체 내부에서도 여러 사건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공동체 운영에 관한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오'라는 명확한 개혁의 대상이 있었기에 그 차이점들을 덮고 올 수 있었다. 오 개인에게 문제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시대 진정한 제자 훈련이 무엇인지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외부의 여러 기대와 비판도, 당장 오 목사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에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제1의 과제가 '타도 오'에서 '아름다운 공동체 만들기'로 변화한 것이다.
"오 목사와 싸우던 시기를 갱신 1기로 본다면, 이제야 갱신 2기가 된 거죠." 현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임현희 권사의 어깨가 무겁다. 한때 약 1500명이었던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교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다. 코로나19를 견디고 난 지금은 400~5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지, 마당 기도회 10년을 맞은 지금에야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가 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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