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길거리에 자카란타가 만발한
이때쯤이면 오전엔 흐린 날씨였다가
오후가 되면 해가 나오면서 더워진다.
남 캘리포니아의 봄과 여름 사이 계절의
특성인 June Groom이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 놓은 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화단을 해가 나오기 전에 정리하기로 했다.
없애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뽑아내다가 조금 남겨두고
무성한 것은 잘라내며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화분정리도 하는데
꽃이 피어 있는 것도 여러 개 있다.
화분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꽃이 이틀 정도 피었었는데
그때 그 아름답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축 늘어져 있다.
꽃이 활짝 핀 날 아침,
"어머! 어쩌면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혼자 보면서도 탄성이 나왔다.
또 하나의 작은 화분의 선인장도 꽃이 폈다.
아주 작은 분홍색꽃인데 가까이 봐야
꽃으로 보인다.
작은 화분에 잡초와 함께 있는 이 꽃은 핀 지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방긋이 웃고 있다.
두 개 다 선인장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꽃이 핀 두 화분의 꽃들을 보며
나로 아니 나의 삶으로 비교한다면 어떤 것일까?
예쁘고 화려해서 감탄사를 받지만 겨우 이틀 피었다가
지고 만 그꽃은 분명 아닌 듯하다.
작고 수수하고 꽃인 듯 아닌 듯 가까이 가야만
보이는 그꽃에 더 닮았다는 판단이다 .
아름답고 화려하고 짧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지만
이번 생은 틀렸다 .
요즘 사들여온 노랑 장미꽃이 많이핀 화분,
여전히 매혹적인 수잔의 블랙 아이,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준 백합꽃,
내가 공을 들이며 아끼는 꽃이 핀 수국.
그런 화분들을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곳에 두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화분들은 뒷전으로
옮겨놨다.
그 화분의 화초들이 왜 나를 그곳으로 밀쳐 놓느냐고
아우성인 듯싶어서 나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말해줬다.
다 그럴만한 해서 그러는 거라고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라는
말을 내 맘에서는 하고 있었다.
살면서 참 많이 듣던 말이었지.
그 말을 왜 갑자기 내가 하고 싶어 졌을까?
이제는 잊혀질만도 한 말인데 아직까지 치유가 덜된
상처로 남아 무의식으로 뱉어지는가 보다 .
떡잎도 떼내고 잡풀도 뽑아주고, 쓸어내서
비닐봉지에 넣고 오늘 한 일을 흐뭇 해 한다 .
그리고 호스의 기능을 샤워로 해서 물을 뿌려 주니
키가 작은 것들은 물을 받아 마시려고
얼굴을 추켜올리다가 물줄기가 너무 센지
이내 고개를 숙인다.
물을 맞는 나뭇가지들은 간지러운 듯
흔들흔들하는데 세 살이 아직 안된 손자를
간지럽힐 때 하는 모습을 닮은 듯하여
까르르까르르 웃는 그 애의 모습이 떠 오르며
빙그레 웃는다.
어제 화원에 들렀다가 싸게 팔아서 사온
백일홍, 샐비어, 베고니아, 또 다른 것은
아직 사온 채로 그냥 놔두었다.
바로 옮겨 심으면 놀랄까봐 그런다는 그럴듯한
나의 핑계이기도 하다 .
내일쯤 그 화초들에게 어울릴 빈 화분 찾아서 옮겨 심으면서
나는 또 무슨 재미있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첫댓글 아녜스 님 곁에는 늘 식물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꽃들에 대한 단상을 어쩜 이리도
정갈하게 쓰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선인장의 꽃이 참 예쁩니다.
가시속에서도 저렇게 고운 꽃을
피우는군요.
장미처럼요.
화분을 정리하시는 아녜스 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앞에 둘 것과 뒤에 둘 것을
구분해서 잘 놓아 두시는 모습을요.
잔잔하고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바쁜일이 있어 이제 이베리아님을
만납니다 .
그러게요 . 맨날 꽃이야기 , 식물이야기를 쓰니
진부할수도 있는데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큰 선인장 꽃은 정말로 제 얼굴 보다 더 컸습니다 .
제 얼굴이 쟁반 만 하거든요. ㅎㅎ
주일 잘 보내세요.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나타내는 것이
수필이라 알고 있는데
수필의 진수를
보여준 것 같아
아주 흐뭇합니다
꽃과 함께는 님의 모습
아주 좋아요
여름의 초입
유월의 첫번째 날
힘입어
아름답게 출발합니다
카페에 올리는 글을 잘 쓰려 하면 할수록
어려워 진다는것을 알았기에 되로록
생각나는 대로 쓰는 편입니다 .
그러다 보니 수필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요.
삶의 방 이야기에나 맞을 글인데 제가 이곳
수필방 분위기가 좋아합니다 .
홀샘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아 ~ 꽃이 예쁜데 무슨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아녜스 홑샘님이 한잔하고 꿈나라로 가셨는지..ㅎ
제가 대신 답해드리죠..자귀나무꽃입니다..한약재로도 쓰이죠..나무는...
뒷전으로 밀려 난 화분들에게
아녜스님이 마음으로 전하는 말!
왜 이리 우스운지 ㅎㅎ
다 이유가 있겠지요~
너무 소녀스럽고 꽃들을 사랑하시고 가꾸시는 아녜스님!
선인장 꽃들이 넘 아름다워요~
그러셨어요?
루루님임 웃으셨다니 저도 재미있습니다 .
그런데 조금은 서글픈 마음을 적은것인데
글 표현이 서툴었네요 ㅎㅎㅎ
조금 수정을 하긴 했습니다 .
뒷전에 밀려난 화초들이 아마 분발 할 것입니다 .
저한테 잘 보이려고요 .
선인장 꽃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
꽃과 늘 대화하시는군요.
피어 줄 꽃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피었다 지는 꽃에게
내 맘을 전하기도 하고,
꽃과 더불어
다정스런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요.
언젠가 아녜스님의 글에서
자카란타란 꽃을 알게 되었지요.
4월이면 활짝 피는
우리나라의 벚꽃 같은 꽃으로 기억합니다.
꽃 이야기는
항상 마음을 즐겁게 하지요.
슬픈 일도
궂은 일도 아닌...
그래서 꽃 이야기 하는
아녜스님의 심사心思를 생각해 봅니다.
기억 하시는군요 .
자타란타 꽃 필때 글을 썼었지요.
지금 한창 피어 있습니다 .
사진 하나 올려 드리겠습니다 .
꽃들이 제가 사랑의 눈길을 주면
저를 배신 하지 않아서 좋아합니다 .
생각 따라 요리조리 움직이시고,
느낌 따라 앞세우고 뒷세우며
새로 정리하시는 모습이 멀리서 보는
영상 같습니다.
무슨 재미있는 말들을 그들과
나누는지... 끄덕끄덕 소곤소곤
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ㅎ
보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풍경입니다.
얼굴은 그을리고 손은 거칠어져도
흙을 만지면서 노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
소꿉놀이 수준이니까요..
제가 프란치시코 성인을 좋아해서
그분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조금 따라
해봅니다 .
그렇다고 입 밖으로 중얼중얼은 안 해요.
다 마음속으로 하는 말입니다 ㅎㅎㅎ
물을 맞는 나무들의 모습이 세 살 손자의 간지러움 타는 모습과 닮았다고 쓴 글이 재미있습니다.
나도 요즘 아침 눈뜨면, 먼저 베란다에 나가 꽃들에게 눈맞춤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나이드니 점점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홍릉 수목원 다녀올까 합니다.
지금쯤 홍릉 수목원에 가셨겠네요.
좋은 나들이가 되셔서 몸과 마음이 힐링
되실것 같아요.
나이드니 자연을 보는 눈이 예전과 달라짐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
마음의 평화를 얻기 때문이겠지요.
주일 잘 보내세요.
오늘 도림천 지나 구로장미길 까지 산책을 다녀 왔습니다.
여러 다양한 꽃들 이랑 오랫만에 눈맞춤 그리고 무언의 대화를 소근소근 나누는 소확행도 누렸었지요.
한 잠 자고 일어 나 울아녜스님 글에 댓글 답니다.
첨부 사진은 장미를 몇 송이 꺾어 와 유리 컵에 꽂아 봤습니다. ^^♡
장미 향기가 이곳까지 전해지는듯합니다 .
구로에 장미길이 있군요.
소중한 시간 보내셨다니 주말이 보람되었겠습니다 .
저는 이제 잘 시간입니다 .
꽃들과의 대화
그리고 하고 싶은, 아니면 참았던 말들을
다 뱉어 내는 홀가분함.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꽃들의 속삭임도 들어보면 재미있을 같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조금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금방 표시가
나는게 가꾸는 화초들이지요.
화분의 화초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사는것 보다 조용히
지내는것이 저는 마음이 편합니다 .
그래도 제가 대인관계가 많다 보니
잘 참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
한스님께서도 건강 하세요.
재미있는 생각
꽃에게 나누는 관심
아침 남편에게 버럭버럭 참았던
울분을 퍼부어 욕도 하고
울적한 마음에 아녜스님 글은
저를 토닥토닥 토닥입니다.
열무김치 담그는데
소금을 어림 없이 넣고
짜게 되었는데
정성으로 기른 열무여서 버리지도 못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실패 김찌에 남편도 저도 화가 나서
참고 살았던 내가 지난 서운 했던 일들
꺼내어 마구 퍼부었더니
후회 막급입니다.
그래도 언른 사과는 나의 무기입니다.
고마운 아녜스님 따스한 일상
사랑합니다.
사진은 우리 복지관 숲
더덕줄기 입니다.
향기가 좋습니다.
열무김치가 짜게 되서 부부싸움이 되셨다니
왜 웃음이 나올까요 .ㅎㅎ
금방 사과 하셨다니 지금쯤 평화로운 세상이
오셨겠지요?
더덕을 그렇게도 키우는군요 .
저도 씨를 구해서 심어 보았는데 싹이 안 나요.
초록잎들이 줄기를 타고 자라는 모습이
생동감이 있어 좋아 보입니다 .
저는 내일 미사드리고 일박이일로 피정
갑니다 .
잘 지내세요 조윤정님 .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다...
웃지만 슬픔이 내재되어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화분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골동품을 연상하게하네요..오래된 존재 같은데 향기가 납니다.
그런말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한 사람들 .
저도 은근히 그렇게 변해 버렸나 봅니다 .
화분은 골돌품은 아닌데
얌전한 모양이라 그렇게 보이는가 봅니다 .
선인장 꽃은 가시 달린 몸체와 대비되어 보여서 그런지
유난히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아녜스님의 꽃 이야기 중에 어릴 때 어머니가 키우시던 이름이 나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하는데
사진의 선인장 꽃을 보며
오늘은 손가락 선인장과 함께 계신 모습이 생각났어요.
손가락 만한 크기의 선인장이 화분에 여러 개 심어져 있었는데
요즘은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더군요.
마음 평화로워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해도네님 제가 많이 기다렸습니다.
반가워요.
작은 분홍꽃을 피운 선인장이 손가락 선인장 맞네요.
잊고 있었어요 . 그 이름을 ..
저도 언제 그것을 사왔는지 기억이 없어요.
아마 이년은 넘은듯 해요.
해도네님 글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퉁퉁한 선인장이
멋대로 자라 보이는데 뚝심쟁이
같아요.
식물 보살피는 일만해도
한 짐이네요. 워낙 많으니까,
꽃은 너무 쉽게 집니다.
아쉽지요.
저는 화분이 두 개 있습니다.
너들 죽으면 끝이야.
화분보고 그럽니다.안 키울려고요.ㅎㅎ
저도 얻은것인데 정신 사납게 심어져 있긴 해요.
꽃 몽우리도 많이 있었는데 그게 다 꽃으로 피지는
않더군요 .
선인장 종류도 어떤것이 정말 꽃이 바로 지더군요.
기다린 세월을 아랑곳없이요.
꽃도 피어있고 싶지 지고 싶울까요?
화분한테 너무 윽박지르진 마세요....ㅎㅎㅎ
@아녜스
미쳐 몰랐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꽃에게 윽박지르는 제 모습을요.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 손길이 가야 하는곳이 많이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며 늘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
이제 더운 계절이 오면 꽃들도 잘 견디어
나가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고맙습니다 플로라님
백일홍 폈다고
이리 심하게 자랑하능기 아닙니다
채송화 백일홍 분꽃 봉선화 코스모스 해바라기 난생처음 고이고이 장성 듬뿍 들여서 심었건만
항개도 안피워 속상해 죽겠구먼 ~~~~~~~~~~~~
오랜만에 오셔서 또 투덜투덜 하시죠?
씨앗 심고 기다리다 고개 아파본일이 부지기수입니다 .
아이고~~
주무시는데 사나운 꿈 꾸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