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의 부재가 만든 비극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평가받는다. 늦은 밤 여성 혼자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대중교통 역시
비교적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한국 사회의 질서와 안전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를 진정한 의미에서 “안전한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건들은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안전은 단순히 범죄로부터 보호받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을 지키는
능력과 위험을 인식하는 교육까지 포함될 때 비로소 사회는 안전해질 수 있다.
얼마 전 야간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고생이 괴한의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또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도 국민이 충분히 보호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건은 안전교육
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인 A군은 가족과 함께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잠깐 혼자 올라갔다 오겠다”며 생수 한
병만 들고 홀로 산에 올랐다. 휴대전화조차 없이 산행에 나섰던 아이는 결국 사흘 뒤 급경사 수풀 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추락으로 인한 손상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어린 학생 한 명을 찾기 위해 수백 명의 인력과 헬기,
드론, 구조견까지 동원되었지만 결과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물론 사고의 책임을 단순히 아이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정도라면 최소한 “혼자 위험한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안전 개념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산이나 오지에서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추락이나 저체온증 같은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아이가 혼자 행동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교육이 여전히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영상 시청이나 이론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실제 위험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하다. “낯선 곳에서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등산 시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행동한다”,
“휴대전화를 지참하고 위치를 알린다”와 같은 기본 수칙조차 생활 속에서 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부모와 사회의 인식 역시 중요하다. 아이를 지나치게 자유롭게 방치하는 것은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자연환경은 도시와 다르다. 산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공간이기도 하다. 성인조차 방심하면 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어린아이가 혼자 산행을 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진정한 안전 선진국은 범죄율만 낮은 나라가 아니다. 국민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가정, 사회가 함께 현실적인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가정한 체험 중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자기 보호 능력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주왕산 사건은 한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안전은 국가가 만들어 주는 환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을 알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시민이 많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