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미운 오리새끼'가 아닐까? 코펜하겐 공항에서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짧은 다리 위."옛날에는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통행세를 내야 했다"며 "저기 저 집에 세금징수원이 살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도통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시선은 온통 다리 아래 오른편 좁은 수로에 노니는 새하얀 새들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길게 휜 목이며 오동통한 몸집의 우아한 모습이 영락없는 안데르센의 그 미운 오리새끼다.
수로 양편 여기저기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다리리 너머 의사당으로 쓰이는 크리스티안스보르 성에서도 안데르센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이 성이 코펜하겐의 발상지며,성 앞 광장에 말탄 자세의 동상으로 서 있는 프레데릭 7세가 "국민의 사랑이 나의 힘이다"라는 멋진 말로 의회에 권력을 넘겼다는 설명도 그저 귓가를 스칠 뿐이다.
광장 길 건너 옛 증권거래소의 기묘한 꽈배기 첨탑 역시 안데르센에 대한 관심을 빼앗지 못한다.
코펜하겐은 다른 무엇이 대신할 수 없는 '안데르센의 나라'기 때문이다.
자,티볼리공원에서 시작해보자.티볼리공원은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놀이공원 중 하나다.
호수와 그 주변의 식당,세계 최고의 목재 롤러코스터 같은 다양한 놀이시설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공간이다.
주말 오후엔 코펜하겐 시민이 모두 몰려드는 듯 아주 붐빈다.
다양한 표정의 코펜하겐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코펜하겐 왕립극장을 디자인한 빌헬름 달레넙이 설계했다는 판토마임극장을 포함한 여러 개의 중국풍 건물이 이채롭다.
티볼리공원 설립자와 친구였던 안데르센은 이 중국풍 건물과 정원 그리고 공연물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틀 만에 써냈다는 동화 '나이팅게일'이 그 결과물이다.
스트레게를 따르며 안데르센과 호흡을 함께 해보자.스트레게는 코펜하겐 도심 중앙에 있는 세계 최초의 보행자 전용 도로를 일컫는 말.티볼리공원 옆 시청 앞 광장에서 동쪽 콩겐스 니토르브(왕의 새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대표적이다.
레스토랑이며 카페,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사람들을 보며 걷다 쉬다 할 수 있다.
원래 궁전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진 샤로텐보르 등의 오래된 건물로 둘러싸인 콩겐스 니토르브 한켠에 자리한 왕립극장은 안데르센이 14살 때 코펜하겐으로 혈혈단신 올라와 직행한 곳이었다.
그는 발레무용수로 무대에 서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집에까지 찾아가 그 꿈을 얘기했던 발레리나 마담 샬은 그를 미친사람 취급했다고 한다.
극장장에게도 찾아갔지만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안데르센은 이후 12일간의 방황 끝에 왕립합창단 단장의 지원으로 변성기가 올 때까지 활동했다.
그러나 그의 무대경력은 대부분 하인이나 급사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안데르센은 아말리엔보르궁 양 옆으로 난 거리 아말리에가드의 카지노극장에 새 둥지를 틀었다.
콩겐스 니토르브에서 시작되는 니하운 운하에서는 안데르센이 살던 집을 찾아볼 수 있다.
니하운 20번지 2층은 1835년 최초의 동화집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집'을 완성한 곳.운하 끝부분 67번지 집은 그가 안홀름 가족과 함께 20여년간 살던 집이다.
안데르센과 관련된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콩겐스 니토르브의 앙글레테르 호텔 208호실도 그가 동화를 썼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니하운 첫집이었던 운하 중간 20번지 옆 18번지 집에서 70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새로운 항구'란 의미의 니하운은 안데르센의 자취를 따르는 여정이 아니더라도 꼭 들러야만 하는 곳이다.
여러 궁전 및 스트레게와 함께 코펜하겐의 풍경을 완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햇살 가득한 노천 식당과 카페에는 자유로움이 넘친다.
운하유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바로 앞 크리스티안스하운, 크리스티안스보르궁,아멜리엔보르궁, 인어상까지 훑어보는 운하유람은 북유럽 여행길의 첫 운하유람으로 그 묘미를 더한다.
운하 유람을 한 뒤 로젠보르궁 인근의 라운드타워를 찾는다.
라운드타워는 안데르센이 코펜하겐 상경 초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17세기 중반 지어진 라운드타워는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천문대,그리고 교회,대학도서관 등 세 가지 역할을 했는데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 출신 사서가 안데르센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나선형 통로를 따라 올라가는 꼭대기는 높이 35m로 시가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별자리 관측,여름철에는 태양관측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로젠보르궁의 왕의정원에는 티볼리공원 동편 안데르센거리를 포함,코펜하겐에 2개 있는 안데르센의 동상이 놓여 있다.
이제 코펜하겐의 상징 인어상을 볼 차례다.
콩겐스 니토르브에서 아멜리엔보르궁을 거쳐 북쪽으로 올라간다.
먼저 아멜리엔보르궁.덴마크 왕실의 거주지다.
8각형의 광장을 빙 둘러 궁전이 서 있다.
매일 오전 11시30분 왕실 근위대가 로젠보르성에서부터 행진해 와 낮 12시에 교대식을 갖는다.
여왕이 궁전에 있는 날은 왕실 근위대 악단이 뒤따른다.
길 건너의 '대리석 교회'라고도 부르는 프레데릭 교회의 중앙돔에 오르면 아멜리엔보르궁 전경을 볼 수 있다.
아멜리엔보르궁 인근의 게피온분수를 거친다.
북유럽 신화 속에 나오는 셀란섬의 탄생신화에서 모티브를 따 1908년 만든 분수다.
스웨덴 왕 길피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풍요의 여신 게피온에게 하루 동안 경작한 만큼 차지할 수 있도록 하자, 게피온이 4명의 황소 아들에게 쟁기를 씌워 떼어낸 땅을 끌고 와 셀란섬을 만들었다는 것. 셀란섬의 모양과 크기가 스웨덴 말라렌 호수와 비슷한 게 그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인어상.게피온분수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코펜하겐의 상징인 이 인어상은 안데르센이 '인어공주'(1837년)를 쓴 72년 뒤 만들어졌다.
덴마크 맥주 브랜드인 칼스버그 창립자 칼 야콥슨이 인어공주 발레를 보고 반해 조성했다고 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바위 위에 앉아 꿈꾸는 듯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보로 다리를 얻고도 물거품으로 스러진 인어공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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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 카드로 시내관광 해결‥자전거 타고다니기도 좋아 ]
덴마크의 정식 국명은 덴마크왕국이다.
상징적 존재이기는 하지만 국왕이 다스리는 입헌군주국이다.
덴마크 왕실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왕족가문으로 유명하다.
현 국왕은 마그레트 2세 여왕.안데르센과 키에르케고르의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도는 코펜하겐.
팬케이크 지형이라 부를 정도로 편평한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 1(자치령 그린란드와 패로제도 제외)에 불과하다.
유틀란트 반도와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섬,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가 있는 퓌넨섬을 포함해 46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