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에 쌓이면 안나간다 트랜스 지방
삼겹살보다 위험한 마가린 동맥경화,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삼겹살, 달걀, 새우, 버터 같은 ‘고(高) 콜레스테롤’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고소한 버터 맛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법. 그래서 중년들은 버터 대신 버터 맛과 유사한 마가린을 버터 대신 먹으며 ‘건강을 챙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게 더 위험하다는 게 최근 의학계의 보고다. 일명 ‘트랜스 지방’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그 주범이다. 혈관 벽에 차곡차곡 쌓이는 트랜스 지방산의 특성은 그 위력이 매우 천천히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연세대 심장내과 조홍근 교수는 “트랜스 지방산의 특징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아주 서서히 떨어뜨리고 세포 기능을 마비시켜 소리 없이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데 있다”고 경고한다. 마치 소리 없이 내리다 폭설로 돌변하는 눈처럼. ‘폭설’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내년부터 식품 라벨에 트랜스 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 주위엔 여전히 트랜스 지방산 식품들이 넘쳐난다. 트랜스 지방산, 도대체 왜 위험할까. 그 위험에서 벗어날 묘안은 없을까. 트랜스 지방이 위험한 까닭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혈관에서는 포화(동물성)지방처럼 활동하기 때문이다. 혈관을 청소해주는 HDL(High Density Lipoprotein·고밀도지방단백질)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낮추는 대신 몸에 나쁜 LDL(Low Density Lipoprotein·저밀도지방단백질)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관을 좁게 하는데, 그 위험도가 포화지방보다 2배나 높다는 게 하버드 의대의 1999년 보고다. 당연히 심장병(심근경색·협심증), 뇌졸중, 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트랜스 지방산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100조 개에 달하는 우리 몸의 세포는 세포막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가 하면 병원균의 침입을 자동 차단하는데, 이 세포막에 트랜스 지방이 끼어들면서 엉뚱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이 트랜스 지방을 필수지방산과 구별하지 못한 채 영양분은 흘려버리고 바이러스 같은 병원균은 받아들인다는 것. 뇌세포로 가면 더욱 심각해져서, 두뇌 활동 저하로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다. 연구자들 사이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트랜스 지방산이 성인들의 만성피로증후군과 어린아이들의 과잉행동증후군과 닿아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트랜스 지방산은 어떤 음식에 많이 들어 있을까. 식약청 자료〈그래픽 참조〉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용 팝콘, 패스트푸드 감자튀김, 경화유(쇼트닝)로 튀겨낸 치킨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페이스트리나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며 바삭바삭한 맛을 내는 음식일수록 트랜스 지방산이 더 많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포화지방산이 많고 값 비싼 버터 대신 마가린, 쇼트닝을 쓰는 것이 문제의 주범.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섭취 열량 중 트랜스 지방에 의한 열량이 1%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1일 필요 칼로리가 2000kcal인 성인 여성(20~49세)의 경우 하루 섭취량을 2.2g 이하로 제안해야 한다는 뜻. 크루아상 1/2개, 마가린 바른 토스트 1장 이상을 먹어서는 안 된다. 흔히 “성장기의 지방질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트랜스 지방 섭취 제한선은 더 내려간다. 만 1~3세는 하루 1.3g, 만4~6세는 1.8g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식약청 박혜경 영양평가팀장은 “성인의 경우 1회 섭취 분량에 0.5g 이상 트랜스 지방산이 든 식품이면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9월 이후로는 업체들 스스로 경화유 사용량을 큰 폭으로 낮추고 있어 이를 확인한 뒤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트랜스 지방산이 높은 팝콘 대신 강냉이를, 철판에 마가린 넣고 구운 토스트 대신 호밀빵을,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 대신 전기구이 치킨을, 햄버거 대신 야채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대안. 마가린을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경우엔 차 숟가락 1개 분량 이하가 적당하다.
올리브유,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이라도 상온에 뚜껑을 열어두었거나 햇빛이 많은 곳에 두면 트랜스 지방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떠먹는 요구르트에도 1개당 0.2g, 슬라이스 치즈에 1장당 0.3g, 아이스크림에 1개당 0.7g의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우유(1컵에 0.5g)에 들어 있는 자연발생적 트랜스 지방산에 의한 것으로 그 유해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식약청 영양평가팀 김지영 박사는 “우유나 유제품이 갖고 있는 트랜스 지방산은 양도 미미하지만, 유해성보다 우리 몸에 득이 되는 다른 영양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경화유처럼 인위적으로 발생된 트랜스 지방산만 섭취하지 않더라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지방을 쇼트닝이나 마가린 등 반고체 상태로 만들 때, 기름이 산패하는 걸 막기 위해 수소를 섞는다. 이 과정에서 ‘악명’의 트랜스(전이) 지방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이 바로 트랜스 지방산(trans fatty acid). 돼지나 소기름과 달리, 몸에 이롭다는 식물성(불포화) 지방산에도 암이나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요소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더 경악스럽다. 트랜스 지방 섭취를 2% 늘리면 심장병 발생위험이 25%나 증가한다(영국 의학전문지 ‘랜싯’)는 연구가 있고, 미 하버드대에서는 ‘트랜스 지방이 간암·유방암·위암·대장암 및 당뇨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트랜스 지방 ‘달콤·바삭·고소’할수록 의심하라 완전히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순 있다
식습관 개선·운동으로 줄이는법 이미 섭취한 트랜스 지방산을 인위적인 노력으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요즘 유행하는 디톡스 요법으로도 불가능하다. 연세대 조홍근 교수는 “트랜스 지방산이 위험한 건 몸에 들어오는 순간 산화됨으로써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막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어 동맥경화와 노화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을 먹지 않아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트랜스 지방산과 포화지방산으로 인해 가장 흔히 유발되는 병이 고지혈증인 만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생활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밖에서 파는 튀김요리 삼가 올리브유도 냉장 보관해야
◆트랜스 지방산 줄이는 요리법 ▲야채, 고기, 생선은 튀기지 말고 찌거나 구워먹는다. ▲튀김을 할 때는 포도유, 올리브유 등 식물성 기름을 이용하고 한 번 사용한 기름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재사용을 거듭하면 트랜스 지방이 늘어난다. 밖에서 사먹는 튀김은 트랜스 지방산 덩어리다. 중식당에서도 튀김 요리는 피한다. ▲미 FDA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고올레산 채종유, 저 리놀렌산 콩기름 등을 대체로 권하지만, 미국 환경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는 이보다 한 단계 강화해 일반적인 콩기름, 해바라기씨 기름보다는 반드시 ‘비경화(Non-hydrogenated)유 (콩, 유채꽃씨, 옥수수, 땅콩)’라고 써 있는 제품을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토스트는 토스터기에 구워서 마가린·버터 대신 유자청이나 잼을 발라먹는다. ▲샐러드는 드레싱 대신 레몬즙으로 맛을 낸다. 마요네즈를 먹으려면 집에서 달걀 노른자, 신선한 식용유와 식초로만 적은 양을 만들어 먹는다. 일명 ‘도깨비방망이’로 만들면 금방이다. ▲토스트의 촉촉한 맛을 원한다면 올리브 오일에 다진 땅콩 또는 아몬드를 섞어 설탕으로 맛을 낸 뒤 굽는 방법도 있다. ▲쇼트닝이나 버터로 고소한 맛과 촉촉한 질감을 만드는 머핀이나 케이크는 먹지 말자. 꼭 먹고 싶다면, 유기농 버터, 무염 버터를 사용한 것을 먹을 것. ▲당근 케이크처럼 야채 케이크를 만들 때에는 올리브유(라이트 버진)도 사용이 가능해서 촉촉한 질감이 나게 구워낼 수 있다.
▲일단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 질환을 앓은 가족이 있거나 과체중인 사람, 운동을 싫어하고 외식이 잦은 직장인은 특히 트랜스 지방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트랜스 지방산은 물론 포화지방산 섭취량도 줄여야 한다. 실온에서 고체 상태로 유지되는 육류기름(비계)을 비롯, 커피 프림, 버터, 라면 등은 요주의 대상이다 ▲지방 섭취를 줄이는 대신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과일, 잡곡류, 해조류를 자주 먹는다. 깨, 감귤류, 녹차, 대두, 등푸른 생선은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몸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매일 30~60분간 걷기, 빨리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한다.
▲과체중 환자는 처음부터 달리기, 등산, 줄넘기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생활습관 또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틈나는 대로 일어나서 걷고,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
출처: ♡스위스쮜리히대학원♡ 원문보기 글쓴이: 예일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