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 시대가 각박한 세상이라들 하더라만 그래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가족 성원간 사랑과 신뢰로 견고하게 쌓아진 성(城)이라고 그 누가 말한다면 개뿔, 요즘 각종 매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가족 성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례들은 하루가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면서 진화(?)하고 있으니...
가정이란 혈연 관계가 없는, 즉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데서 출발하여 함께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낳아 양육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헌디 한 집에서 밤낮으로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 성원 중 부부간의 관계가 모호한 데서 갖가지 말썽이 일어난다. 흔히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天倫)으로, 부부 관계는 인륜(人倫)으로 맺어졌다고 하여, 전자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하늘이 정해 준 관계이고 후자는 인간의 의지에 따른 관계라고 한다.
해서리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가 끊을 수 없는 숙명적인 만남이라면, 인륜으로 맺어진 부부 사이는 어느 한 쪽 또는 쌍방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옛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하여 가정사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사소한 일로 치부되었던 게 일반적이었다지만, 요즘엔 어떻게 된 경우인지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부부싸움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30여 년 전 개봉된 마이클 더글라스와 케슬린 터너 주연의 영화『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은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고급주택 소유권을 놓고 매일 매 순간 집안에서 치고 받고 싸우는, 그야말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살벌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아무리 돌아서면 남이라지만 서로 사랑하여 자식들을 낳고 함께 가정을 꾸려가던 부부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근래 더욱 우리들을 놀라게 하는 부부 사이의 범죄 행각들은 흉악한 정도가 날로 심화되어 갈 뿐 아니라 발생 빈도마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애써 가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부질없는 짓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라디오를 듣는 가운데 이 시대의 살벌한 부부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부란 어떤 생각을 공유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노래는 아일랜드 민요 'Believe me, if all those endearing young charms'였는데, 노래 제목의 생략된 어구를 살려 번역한다면, '믿어 주오, 당신을 사랑하게 했던 젊은 날의 매력들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쯤 되려나?
아일랜드의 전통 가락에 무어(Thomas Moore)의 시를 가사로 한 노래라는데...시인은 배우 출신의 아름다운 다이크(Elizabeth Dyke)와 서로 사랑하여 결혼했단다. 시인이 공무로 먼 타국에 파견되어 갔는데, 그 사이에 부인이 천연두에 감염되어 아름다운 얼굴이 흉칙스럽게 망가졌다네. 남편이 타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는데도 부인은 남편이 실망할까 봐 만나주지 않았다는 거야. 해서리 시인은 즉흥 시를 지어 부인이 숨어있는 문 앞에서 낭독하였다는구만. 물론 부인은 남편이 읊는 시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문을 열고 나와 남편 품에 안겼다는 거야.
부부 사이가 어때야 된다는 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진부한 이야기이고, 그 어떤 교훈도 우리 귀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조용히 이 노래를 들어보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시이자 노래 가사에서 말하고 있다. 조니 제임스(Joni James)의 노래로 들으면서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가정을 만들어 온 주인님을 더욱 사랑하리라 다짐하는 시간을 가질 지니...
참고로 동영상에 올린 무어의 시 ' Believe me, if all those endearing young charms'의 번역어는 '차일피일'님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yoophy)에서 빌어와 약간의 재구성을 거친 글임을 밝히는데, 동서양의 시가 흔히 그렇듯 어순의 도치(inversion) 현상으로 노랫말과 자막어의 불일치 현상이 다수 나타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Oh! the heart, that has truly lov'd, never forgets,
But as truly loves on to the close
그래요, 진실로 사랑하는 가슴은 결코 잊지 않으며,
끝까지 진실되게 사랑할 거예요
Ⅰ.
Believe me, if all those endearing young charms,
Which I gaze on so fondly to-day,
Were to change by to-morrow, and fleet in my arms,
Like fairy-gifts fading away,—
Thou wouldst still be ador'd as this moment thou art,
Let thy loveliness fade as it will;
And, around the dear ruin each wish of my heart
Would entwine itself verdantly still!
Ⅱ.
It is not while beauty and youth are thine own,
And thy cheeks unprofan'd by a tear,
That the fervour and faith of a soul can be known,
To which time will but make thee more dear!
Oh! the heart, that has truly lov'd, never forgets,
But as truly loves on to the close;
As the sun-flower turns on her god, when he sets,
The same look which she turn'd when he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