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드라마나 영화 줄거리의 기본 뼈대가 되는 플롯, 내러티브의 핵심이라할 플롯 20가지를 살펴보고 시트콤에서의 응용방향에 대해 살펴보는 그 두번째 시간...
11. 변신 : 변하는 인물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변신의 플롯을 가진 영화나 이야기는 의외로 많다. "늑대인간"이나 "미녀와 야수"같은 이야기도 있고, "개구리 왕자"도 변신의 플롯이다. 최근의 예로는 "쉬렉"의 피오나 공주인데, 흔히 생각하는 변신의 플롯을 역이용하여 기가 막히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낮동안 이쁜 공주의 형태로 있는 것이 정작 그 저주의 내용이었다니, 얼마나 사악한 마녀인지 나도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그런 저주 한번 맞아보게...)
예) 영화에서 애용되는 플롯인데도, 그 이야기 전개의 황당함 때문인지 정작 시트콤에서는 별로 활용되지 않았다. 이제 그 "변신"을 다루는 새로운 시트콤이 나오게 되었으니 곧 MBC에서 방송될 "두근 두근 체인지"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첫회 방송분을 아주 재밌게 봐서 기대만빵!
12. 변모 : 변화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변신과 비슷하지만,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가 변모의 플롯이다. 뿅하고 인간이 늑대가 된다거나,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마이 페어 레이디"나 "귀여운 여인"처럼 환경의 변화나 신분상승에 따르는 주인공의 내면적 변화에 더 촛점을 맞춘다.
13. 성숙 : 서리를 맞아야 맛이 깊어진다
서리를 맞아야 맛이 깊어지는건 와인만이 아니다. (참고로, 와인 중 고급으로 치는 아이스와인은 와인을 얼린게 아니다. 포도를 수확기를 넘겨 겨울 서리를 맞히고 살짝 얼은 상태에서 수확을 하면 약간 쪼그라들어 훨씬 당도높은 와인이 나온다.) 힘없고 약한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며 점점 더 성숙해져가는 성장 이야기, 모든 이에게 쉽게 공감을 이끌 수 있다.
예) 최근 개봉한 "아라한 장풍대작전"도 성숙의 플롯이다. 힘없는 경찰 류승범이 장풍을 배우겠다고 나서면서 도인들을 만나 수련을 통해 도인의 경지, "아라치"가 된다.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배트맨"같은 슈퍼히어로물도 평범한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면서 자신에 내재된 힘을 깨달아간다는 점에서 성장 드라마이다.
14. 사랑 : 시련이 클수록 꽃은 화려하다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절대로 작가가 꿈꾸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의 플롯에 시련이 없고서야 무슨 맛이랴. 사랑해서 행복해질라치면, 꼭 첫사랑이 나타나거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거나, 상대가 죽을 병에 걸린다. 정말 얄미운 플롯이지만, 어쩌랴, 시련없이 피는 꽃에는 매력이 없는걸.
예) "뉴논스톱" 막바지, 인성과 경림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난 후, 이야기에 맥이 풀렸다. 그래서 첫사랑도 투입하고 별 짓 다해봤지만, 회의실에서 꿈꾸던 궁극의 플롯은 따로 있었다. "경림이 불치병에 걸린다. 인성에게 정을 떼려고 모진 짓을 하는 경림. 이때 인성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알고보니 굴지 재벌의 숨겨둔 아들. 막대한 유산으로 경림의 불치병을 고친다. 인성의 대사, "경림아, 너는 내가 살린다." 회의실에서 꽤 진지하게 진행된 플롯이나, 채택은 안된다. 너무 황당하다고... 왜 그러지? 드라마에서는 늘 그러던데?
15. 금지된 사랑 : 빗나간 열정은 죽음으로 빚을 갚는다
인간이 살아가며 가장 큰 동기는, 뭐니뭐니해도 생명보존의 본능아닐까? 그런 생명 보존의 본능을 뛰어넘는 더 큰 동기는... 바로 사랑이다. 목숨건 사랑 하는 사람 참 많다. 하지만 사랑은 아름다우나 간통은 죄, 간통의 대가는 어느 이야기건 혹독하다.
16. 희생 : 운명의 열쇠가 도덕적 난관을 만든다
사랑이 정말 강한 이야기의 플롯이라면, 그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은 사랑을 위한 희생의 플롯이다. 영화 "카사블랑카", 어찌보면 구태의연한 삼각관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자 이야기는 식상한 소재아닌가? 그러나, "카사블랑카"를 위대한 걸작의 반열에 올리는 대목은 삼각 관계의 사랑이 아니라, 여자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하는 험프리 보가트의 마지막 결단이다.
예) 시트콤에서 삼각관계를 심각하게 밀어붙인게 "논스톱 3"에서 정화-태우-이진의 관계였다. 당시 태우와 친구로 남겠다는 마지막 정화의 결정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가슴아파 했었는데... 그렇다고 정화 태우가 사귀고 이진이 뻘되는건 더 욕먹을 결말이다. 희생의 결단을 내린 정화에게 시청자들은 동정심을 느끼게 되고 이는 이후 한선 정화 라인을 끌고가는 기폭제가 되었다.
17. 발견 : 사소한 일에도 인생의 의미가 있다
발견의 플롯은 수수께끼의 플롯과 닮아있다. 인생이란 풀어야하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플롯은 살인 음모를 파헤치거나 피라미드의 신비를 탐색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배움을 추구하는데 더 큰 관심을 갖고있다. (내가 아는 바람둥이 중 하나는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미지의 신세계를 탐험하는것 같은 설레임을 느낀다고 한다. 하나의 사람은 하나의 우주이니, 사람 하나 알아가는게 얼마나 큰 발견인가. 연애의 핑게치고 정말 거창한 이유아닌가?)
18. 지독한 행위 : 사소한 성격 결함이 몰락을 부른다
지독한 행위의 플롯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몰락에 관한 작품이다. 사소한 계기, 질투나 야망 때문에 등장인물은 몰락을 맞게되고 이로 인해 관객의 동정을 얻게된다. 보통 결말은 완벽한 파멸이거나 구원 둘 중에 하나다. 관객은 어중간한 결말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예) 홍콩 느와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걸작 "무간도". 무간지옥이란 불교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을 일컫는데, 경찰로 위장해서 사는 범죄자나, 갱단에 침투한 비밀 경찰이나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운 지옥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삶은 점점 몰락해가고 마지막에는, 비밀경찰 여명의 죽음으로 끝난다. 중국에서 개봉한 버전은 해피 엔딩을 억지로 만든다고 여명이 살고, 유덕화가 잡히는데, 글쎄... 그게 진짜 해피 엔딩인가? 살아남은 유덕화가 신분의 비밀을 안고 평생을 견뎌야하는게 더 깊은 무간지옥아닌가?
19. 상승과 몰락 :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을 맺는다
강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신분 상승을 이루어가는 이야기, 많은 대하 드라마가 가진 주된 플롯이다. "대부"가 그렇고, "야망의 세월"이 그렇듯이. 상승의 결실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고, 정상에 선듯한 순간 몰락은 갑작스레 찾아오는게 이 플롯의 맛이다.
예) 내게 있어 몇번을 곱씹어 읽을수록 인생의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책은 "마리오 푸조의 대부"이다. 마피아 세계를 경원하나, 가족을 위해 기꺼이 보스가 되는 마이클 콜레오네의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마치고 진정한 보스의 자리에 등극하는 순간, 그 순간 아내의 눈길에 비친 콜레오네의 모습은 한없이 외롭다. 상승과 몰락의 플롯을 가장 잘 이해한 이야기가 아닐까.
20. 마무리하는 말 : 최종 목적지를 잊지 말라
예비 작가들을 위한 플롯 스무가지를 소개하는 마지막 글은 "플롯은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공작용 점토"라는 것이다. 플롯이라함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을 들고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온전히 길가는 이의 몫이다.
내가 과연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플롯을 살펴보면 좋은 작가들도 결국엔 플롯의 테두리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더한 이들이란 걸 알 수 있다. 출발점은 여기다. 플롯을 하나 골라보라. 거기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적어도 방향은 주어졌으니, 마음은 훨씬 홀가분하지 않은가?
첫댓글 정말 재밌네요. 이것을 보면선 네멋대로해라의 신선함은 어디서 나왔었는지 생각했답니다. 이 플롯을 조금씩 비틀었던거군요. 으흠... 재밌게 잘읽었구... 드라마, 영화 보기에도 도움이 많이 될 듯 합니다. ^^
한번읽지않고 전 여러번 피디님글을 읽는답니다! 오늘은 첫빵 늦었네요! 첫빵날리고 싶었는데... ㅋㅋㅋㅋ 벌써 5월입니다. 미국행비행기를 곧 타시겠네요! 기대됩니다! 피디님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