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뒤돌아서면 잊혀지는 영화가 있는 반면,
에 가슴속에 '짠'하게 남아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선택'이 그런 영화이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난 10월 2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여
겨우 한 달여 동안 상영이 되었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에 첫 한주에 관객동원이 안되자
극장주들은 곧 영화를 내려버렸던 것. '선택' 영화
다시보기 운동을 벌인 관객들 덕분에 영화는 1
2월 초까지 몇몇 예술극장 등에서 재개봉 되기도 했다.
영화를 진두지휘한 홍기선 감독은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민예총)이 수여하는
13회 민족예술상을 지난 13일 수상했다. 홍기선 감독과 부인이자 시나리오를 쓴 이맹유 작가를 만나보았다.
"열악한 제작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작업실에서 만나 홍기선 감독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홍감독은 "사실 이 영화를 만들어 개봉시키는 것은 많은 분들의 힘들이 모여서 이루진 것"이라고 입을 뗐다.
"열악한 여건 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열정을 다해주신 여러 스탭,연기자 분들...
무엇보다도 이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해주시고 밀어주신 장기수 선생님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라며
그간의 어려웠던 제작 여건을 말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의 관심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개봉상황은 좋지않았지만 이후 하루하루 늘어가는 관객들을 보며
말없는 성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선택살리기 까페를 만들어 재개봉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신 왼발님을 비롯한 회원분들의 노력은 제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12월 중순 현재는 여기 저기에서 영화상영을 더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전해오고 있으나 영화를 걸 만한 곳은 없다고 한다.
필름은 20벌 떠 놓은 상태인데 대학교 등 상영이 가능한 시설에서 영화를 더 돌렸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선뜻 누가 나서질 않고 있다고.
홍감독이 장기수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88년 한겨레신문사가
내보낸 장기수문제 특집보도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맹유 작가가 최장기수 김선명 선생의 출감 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 \'선택\'의 한장면 ⓒ선택공식사이트 ⓒ선택공식사이트
허드렛일 도와가며 그들과 함께 생활한 이맹유작가
홍감독의 부인이기도 한 이맹유 작가는 지난 90년 중반부터 비전향장기수들
문제를 취재하고 있었고 낙성대근처 장기수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
허드렛일을 도와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을 열어 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죠.
당시는 김영삼정부였는데 공안당국에서 그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을 체크를 하는 등 어려운 시절이었죠.
장기수 분들도 처음에는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구요"
이후 이 작가는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고
홍감독은 일단 투자자를 찾았으나 결국 실패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사회분위기가 많이 바뀌자 이들은
"이젠 해도 되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고 투자자도 겨우
찾아 작년 2002년 하반기와 2003년 올 상반기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김선명씨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는데
전대협 남북청년학생회담 남측대표단장 출신 영화배우 김중기를 만났지요.
그 친구를 만나자 마자 '이미지가 딱'이라는 느낌을 받아 전격 캐스팅했죠."
신념을 지키려는자와 전향시키려는 자와의 갈등에 중점 둬
장기수들이 그런 모진 고통속에 지키려고 했던 그들의 신념에 대해서는
묘사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라는 세간의 말에 홍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과 이를 전향시키려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영화에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념이란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려우면 사람들에게 공감얻기 힘들죠. 쉽게 풀때 오히려 본질이 드러납니다"
주인공의 연기가 중요했던 이 영화에서 홍감독이 특히 애착이 가는 부분은
'오태식과의 사상논쟁을 벌이는 장면'과 '딸과 면회하던 장면'.
딸과의 면회 장면을 찍는 현장은 아주 숙연했었다고 한다.
이맹유 작가도 "초고가 그대로 영화끝까지 잘 간 편"이라면서도
"남편 홍감독과 시나리오 문제로 많이 싸웠다"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두 사람은 '다시는 같이 작업하지 않기'로 했다.
홍기선 감독과 부인 이맹유 작가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이맹유 작가는 영화중간에 주인공의 '제수씨'로 나온다.
어떻게 본인이 캐스팅 되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잘 아시잖아요... 제작여건이 그리 만만치 않았고 저도 연극패출신이랍니다" 며 웃는다.
사실 생머리 단발의 이맹유 작가는 예쁜 얼굴이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아줌마가 캐스팅 되서 나왔구나
싶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뽀글뽀글 아줌마퍼머'를 하고 심각한 분위기
중간에 아는 얼굴이 나왔으니 사실 기자도 미소가 나오긴 했다.
'선택'이란 영화는 잔잔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짧지만 힘있는 대사들과 함께. 끊임없이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영화'선택'을 선택하는 영화 팬들 덕분에 홍 감독과 이 작가는 힘을 많이 얻었다.
볼만한 영화 '선택'은 12월 1일 비디오가 출시되었고 20일 이후에는 디브이디로도 나온다.
[홍기선 감독,45]장산곶매, 서울영상집단 등에서 활동한 80년대 영화운동의 맹장.
80년대 말 장산곶매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오 꿈의 나라'를 제작한
그는 1992년 현대판 노예선인 멍텅구리배에 억류된 청년을 다룬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세련된 기교는 없지만 혼신의 리얼리즘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던
이 데뷔작은 1993년 영평상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맹유(필명,39)작가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김중기-주인공,37]
1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2003년 한국
2 선택/2003년 한국
3 정글 쥬스/2002년 한국
4 북경반점/1999년 한국
5 둘 하나 섹스/1998년 한국
6 연풍연가/1998년 한국
7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1996년 한국
<신귀희 기자 shangr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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