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학령기 어린이뿐만 아니라 아기들도 `이가 썩어서` 고생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젖니가 건강하지 못하면 평생 사용할 영구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기 때부터 치아 관리에 힘쓰지 않으면 건강한 치아를 갖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고 젖니가 하나 둘 올라오는 생후 6개월부터는 `우식증 환아`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하는데….
영유아 우식증(우유병 우식증)이란?
영유아 우식증이란 간단히 말해 아기가 젖병을 물고 자면 우유의 당분이 밤새 입 안에 남아 있고, 이것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산을 방출하여 치아 표면을 보호하는 에나멜 질을 녹이는 것을 지칭한다. 정식 명칭은 `우유병 우식증`이다. 대체로 윗 앞니 4개부터 삭기 시작하는데, 치경부(치와 잇몸이 만나는 부분)나 안쪽부터 분필 색깔처럼 불투명한 흰색을 띠는 전조를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겉으론 멀쩡해도 속은 썩고 있다 | 젖니는 영구치보다 덜 석회화되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 질이 얇기 때문에 치아 우식증(충치, 이하 우식증)이 생길 확률이 높고, 진행 속도가 빨라 겉에서 볼 땐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치아 속까지 깊게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18개월 된 아기를 두고 있는 김혜미(32세) 씨만 해도 최근 동네 치과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겉으론 멀쩡하다고 생각한 아기의 치아가 `속으론` 썩고 있었던 것이다.
젖병, 단 음식, 부모의 침이 문제다 | 우식증의 가장 큰 요인은 시도 때도 없이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는 일이다. 특히 수면 중에는 타액의 분비가 적어 충치 발생의 좋은 조건이 되므로 젖병을 물고 자는 것은 충치가 생기라고 길을 닦아놓는 것과 같다.
또한 음식이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도 충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요구르트, 사탕, 초콜릿, 과자 등 당분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이면 충치가 더 잘 생긴다. 감자칩이나 스낵류는 침과 섞이면 끈적끈적해지는 특징이 있어 치아 표면에 장시간 남아 충치를 일으키는 주범들. 탄산음료도 음료 속에 들어 있는 산 성분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어서 좋지 않다.
당분과 결합하여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은 처음부터 아기의 입에 서식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나 아빠의 입을 통해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아기에게 입을 맞추거나 음식을 식혀서 먹인다고 엄마의 침이 닿은 음식을 먹이면서 충치 균이 음식과 함께 전달된 것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달리 치료한다 | 생후 12개월을 전후해서 병원 진료를 받아보고, 그 이후에도 3∼6개월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임상검사 및 식이습관을 점검하고, 치과 방사선 사진을 찍어 충치의 진행 정도를 확인한다.
치료는 충치 부위가 작을 경우 충치를 제거하고 치아 색의 재료로 봉을 해준다. 그러나 충치 부위가 큰 경우엔 신경치료(치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이때는 치료 후에 치아를 씌워주어야 한다. 고름 주머니가 생겼거나 이 뿌리가 녹은 경우는 영구치의 싹을 보호하기 위해 치아를 빼는 경우도 있다. 이때 환아가 너무 어리면 진정 약물 등을 사용하여 치료한다.
아기의 잇몸 속에서는 영구치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수돗물에 불소가 들어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불소 도포나 불소 정제 복용을 권유받기도 한다. 불소 복용은 환경단체 등에서는 반대하는 등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불소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우식증으로 고생하지 않게 하려면
아기들은 대부분 6개월 이후부터 젖니가 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전까지는 특별히 구강 관리에 신경 쓸 일은 없지만, 분유나 모유를 먹인 뒤에는 거즈에 물을 묻혀 혀를 닦아주거나 아기용 구강청정제를 이용해 입 안에 남은 잔여물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수유할 때에는 똑바른 자세로 아기를 안고 먹이고, 가능한 구멍이 작은 젖꼭지를 사용한다. 분유가 줄줄 흐르지 않아야 하고 아기가 뺨, 혀, 턱을 사용해서 분유를 먹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컵을 사용하거나 빨대를 꽂아 먹는 습관을 들인다. 모유를 먹듯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젖병을 물리고, 항상 젖병을 물고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아랫니가 2개 정도 나기 시작하는 6∼8개월부터 본격적인 치아 관리를 시작한다. 분유나 이유식을 먹인 다음에는 집게손가락에 가제 수건을 두르고 아기 입에 넣어 깨끗하게 닦아준다.
특히 자기 전에 젖병을 물고 자면 안 된다. 울고 보채는 것이 안쓰러워 젖병을 물려주었다가는 십중팔구 충치가 생긴다. 젖병을 오래 물고 있으면 분유가 치아를 항상 적셔서 충치를 유발하고, 수면 중에는 타액 분비가 적어서 자정 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깨어 있는 시간보다 몇 배나 더 잘 생긴다. 만약 분유를 단번에 떼지 못해 애를 먹는 엄마들이 있다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점차 보리차로 희석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금니가 자라면 이때부터는 아기 스스로 이를 닦게 하고 반드시 부모가 마무리 닦기를 해준다. 이 닦기를 싫어하는 아기에게 억지로 칫솔을 들이대면 더욱 이 닦기를 싫어한다. 어른을 흉내내기를 좋아하는 시기이므로, 칫솔을 쥐어주고 엄마의 이 닦는 흉내를 내보게 하고 이 닦기를 놀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소 서툴러도 닦는 시늉을 내면 격려해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이나 모양의 예쁜 칫솔을 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