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 뽕짝 테이프, 두개 천원. 아따! 아줌씨 속아만 살았나. 이 '디스코 파티' 테이프 정품이랑께요…."
어제 오후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경쾌한 트로트 선율이 쩌렁쩌렁 울리는 노점 앞으로 손님들이 몰려들자 청계천변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노점을 하다 이 곳으로 옮겨 왔다는 아저씨는 신이 나는 듯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황학동 벼룩시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어제 찾은 동대문운동장의 풍물시장은 '탱크 빼놓고 없는 게 없다'던 옛 명성 그대로였다.
모처럼 바람도 안불고 포근한 날씨를 맞아 사람들이 몰린 풍물시장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9백여 노점상들이 좌판을 펴고 내뱉는 걸쭉한 입담도,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손님들의 흥정도 여전했다.
난 마누라와 두 아들과 함께 없어진 황학동 벼룩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구수한 풍물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갔다.
기억 속에 아련한 물건들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숯을 넣어 다리는 다리미, 인두, 맷돌, 중고 등산용품, 중고 악기, 책, 생활필수품, 어릴 때 먹던 과자들, 오래된 가전제품, LP판, 철지나 바겐세일하는 옷가지 등등...이제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나 쓰일 물건들.
셀마 클라리넷과 이름모를 앨토 색소폰을 팔기에 가격을 흥정하는데 사지말라고 말리는 마누라의 등살에 사지는 못하고....대신 원없이 만져보고 왔다.
어른들은 옛 추억을 되살리려 그 곳에 왔을 것이고,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물건을 보러 오는 곳이었다.
성인 전용 CD와 비디오 테이프, 성인용품를 파는 가게 앞을 지날 때는 사춘기 큰 놈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아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기위해 쓸데없는 말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곳이 내.외국인이 즐겨 찾을 만한 벼룩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몇가지 고쳐야 할 점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어디서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있게 품목별로 벼룩시장을 구획지은 뒤 안내판을 부착하면 좋을 듯 했다.
또 현재는 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의 수입품들이 판매 물건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벼룩시장답게 각 가정에서 쓰던 중고품이나 한국적 풍취의 공예품도 갖추어졌으면 한다.
이 밖에 벼룩시장에 온가족이 나들이한다는 점을 고려해 곳곳에서 상인들이 모여 앉아 카드놀이 하거나 술먹는 것은 규제해야 할 듯하다.
토요일과 일요일만 개장하는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은 2년 뒤 운동장이 헐리면 다시 떠나야 한단다.
시간나면 한번 가 보시길..... ^^
첫댓글 저는 도깨비 시장이나 노점상 좌판이나 있는 사람사는 모습 그대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