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차여행(역답사) - 첫째 날(행신역/부산역)
1. 행신역
- 고양시에 있는 행신역은 경기 서북부에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KTX 노선이 운행 중이다. 대부분의 KTX 역처럼 행신역도 시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행신역까지 운행하는 노선버스는 거의 없고 마을버스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정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약 5분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행신역 ‘경의중앙선’ 역으로 3호선 이용자들은 대곡역에서 환승한다. 표를 예매하는 과정에서 낮 시간에 행신역으로 돌아오는 KTX차편이 상당히 적은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번 기차여행은 우연하게 역에서 본 ‘내일로 티켓’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내일로 티켓은 110,000의 티켓을 구입하면 일주일간 2차례의 KTX를 포함하여 하루 4차례의 기차표를 구입할 수 있다. 특정한 지역으로 이동이 아닌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여행상품인 것이다. ‘내일로 티켓’을 알리는 광고는 과거에 시도했던 기차여행에 대한 추억과 새롭게 시작하는 2020년대의 시작을 동시에 자극하였다. 비록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쓴다 할지라도 혼자서 외부와 접촉 없이 이동하는 여행은 결코 잘못된 반사회적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 행신역은 한참 리모텔링 중이다. 대부분의 KTX 정차역이 웅장하고 현대식 시설을 갖춘 것에 비해 행신역은 보통의 역처럼 작고 이용하기 불편했다. 변화를 위해서 통로를 넓히고 이동방향을 확대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파주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KTX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행신역’이다. 차편이 많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지만 기차여행 하기에는 좋은 위치에 역이 자리 잡고 있다. 처음으로 목적지를 지정한 KTX표를 구매하였다. KTX가 운행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KTX를 이용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자꾸만 찾게 되는 과정인 듯하다. 과거에는 다양한 이유로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 공간은 쾌적하고 여유롭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좌석 판매는 50%까지만 허용되어서 좌석은 창쪽 좌석만 판매되었다. 한쪽을 비워둔 객실은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시선을 외부에 둘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상쾌한 날씨 속에 진행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과거의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니었다. 너무도 빠른 속도는 마치 초스피드 무성영화처럼 장면을 전환시키고 있었다. 낭만적인 풍경이라기보다 현대적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을 실감한다. 분명 세상은 개방되고 화려해졌지만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시선과 시간을 빼앗겼다. 그런 희생의 결과로 행신에서 출발한 KTX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려 부산역에 도착하였다.
2. 부산역
-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지만 도착한 부산역은 벌써 어둠에 잠겨있었다. 가장 늦게 그리고 천천히 역을 빠져나간다. 만날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장소를 찾을 때 서둘 것은 없다. 역 대합실에서 바라본 부산의 풍경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려 준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와 그 사이를 오가는 배들이 보인다. 바다가 가까운 고장에 온 것이다.
-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대부분 숙박 장소를 인터넷을 통해 예약했다. 사전에 예약하는 일은 때론 아쉬움과 만나게 된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숙박업소는 인터넷에 올린 가격보다 파격적으로 인하된 가격으로 손님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내려 숙박장소를 찾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즉흥적으로 만나는 숙박업소는 ‘복불복’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계획하지 않는 것이 주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점점 ‘숙박’은 허술한 곳에서 하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에서의 하룻밤이 다음날 여행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역 주변의 ‘부산역 뷰 호텔’은 이번 여행 중 가장 저럼한 가격이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호텔이었다. 3만원대의 가격으로 중급 이상의 호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 호텔에 짐을 내리고 부산역의 밤거리를 걸었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도 썰렁하다. 코로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거리를 동일한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사람들이 없는 거리는 여행객에 어떤 이질감도 주지 않는다. 모두가 비워있는 거리였고 만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골목의 어둠 속에 중년의 여성이 접근하며 ‘유혹’의 말을 건넨다. 슬픈 모습이다. 사람도 없고 또 있다할지라도 ‘접촉’의 두려움에 거리를 두는 이 시대에 텅 빈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생존해야 하는 인간의 절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절망의 형태는 가까운 ‘초량시장’ 상인들의 한숨 속에서도 발견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시장 거리에서 망연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처럼 그들의 남아있는 의지도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무작정 기차를 타면 즐거웠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기분에 설레였고, 차창으로 보이는 세계가 신세계처럼 좋았다. 새로운 세계로 떠난다는 들뜬 기분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을 가질 수 있었다.
무작정 기차타고 밤배 타고 버스타며 여행했던 순간들의 추억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냥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타난 행동이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때의 여행은 남은 삶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여행이 숙제가 아니기를 바랄 뿐, 그 자체가 발견의 경이로움에 들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