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개요
ㅇ 언 제 : 2024. 11. 29(금)
ㅇ 누 가 : ’그그들‘(맛찾노 8명) - ’산신령‘
ㅇ 어 디 : 벼슬 한우(충남 공주시 계룡면 소재)
ㅇ 날 씨 : 흐림
모임 앨범
고통을 누르는 또 다른 고통
한파와 폭설로 전국이 떠들썩한 한 주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계룡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노인네들의 오찬 모임은 계속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계룡산 남서쪽 산자락에 자리한 ’신원사(新元寺)‘쪽으로 향합니다. 그곳에 소문난 고깃집 ’벼슬 한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속 울렁증으로 제대로 식사하지 못한 내겐 기대가 큽니다.
삶의 아픔과 곡절 뒤에 찾아온 행복이 더없이 값지듯, 아픔 없이 얻은 사랑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쉽사리 잊히게 마련입니다. 실패 뒤에 오는 성공은 더욱 빛이 나고 값지게 다듬어진 귀한 보석이 되지만, 실패 없이 쉽게 얻은 성공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쉽사리 그 빛이 퇴색되게 마련입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따뜻한 한 끼니의 고마움을 모르지만, 먹어본 사람은 밥 한 수저의 고마움 알고 인생을 느낍니다. 국가 없는 핍박과 설움을 받아본 사람은 국가의 소중함을 알고 애국할 줄 알지만, 국가가 있어 호의호식한 사람은 애국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전락합니다. 추위에 헐벗고 굶주려본 사람은 연탄 한 장의 소중함을 알지만, 따뜻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상처를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람 무서운 줄을 모르고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지만, 상처를 받아본 사람은 아픔만큼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상처 난 꽃이 향기가 더 진한 것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발악이기에, 꽃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상처 난 꽃이 향기가 더 진한 것입니다.
모처럼 잘 먹었습니다. 한 그릇 다 비웠습니다. 오늘도 깊은 회한(悔恨)에 젖습니다. 아파보니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끔 찾아오는 아픔은 더 큰 고통으로만 잊히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할 때 집 밖을 달리거나, 집 안을 청소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듯 말입니다. 그럴 때 달리기는 숨이 찰수록 좋고, 집안은 더러울수록 효과가 확실합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도 암(癌)에 걸려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근력(筋力)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 421-9(041-855-4992)
계룡산 신원사(新元寺)
신원사에도 들렸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6교구인 마곡사(麻谷寺)의 말사로 계룡산 동서남북 4대 사찰 중 남사(南寺)에 속합니다. 백제 의자왕 11년(651년)에 ’보덕‘화상이 창건한 이래 부침(浮沈)을 거듭하다가 고종 22년(1885년) 중수 때 어수선한 나라가 일신하여 신기원이 이룩되기를 염원하며 신원사(神院寺)를 신원사(新元寺)로 개명했다는군요. 공주시 반포면의 동학사와 계룡면의 갑사에 눌려 조금은 소홀하던 사찰이었습니다. 대웅전에서 동쪽 약 50m 거리에 계룡산 제단(祭壇)인 계룡단(鷄龍壇)이 있는데, 조선 말 고종 때에 이르러 묘향산 상악단(上嶽壇), 지리산 하악단(下嶽壇)과 함께 중악단(中嶽壇)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라 때부터 제사를 지냈고, 조선시대에는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우리나라 산악신앙의 제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중악단은 어쩜 산악회의 연례행사인 산신제의 표상인지도 모릅니다. 차령산맥 연봉인 계룡산(鷄龍山)은 풍수지리에서 우리나라 4대 명산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다섯 손가락에 들어 우리나라 3번째로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계룡산은 ’정감록‘에 피난지의 하나로 적혀 있는데 이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때 수많은 신흥종교, 또는 유사종교들이 성하였으나 지금은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만추(晩秋)의 신원사가 쓸쓸합니다. 여름 떠난 황망한 자리에 불쑥 나타난 가을이 궂은 눈비를 흩뿌렸기 때문입니다. 스산해진 이맘때가 되면 오히려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해야 무언가를 얻어지는 삶을 반복한 탓인지, 스산하고 차가운 계절이 지나야 밝고 따뜻한 계절이 온다는 조건반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백수라서 할 일도 없지만 쓸데없는 상념(想念)에 자꾸 빠져드는 걸 보니 가을이 지나가긴 하나 봅니다. 봄 개화 때처럼 시차 따라 움직이던 가을 단풍도 이제 마지막 잎새를 남기고 있습니다. 산자락에는 눈 감으면 바람 소리, 단풍잎 지는 소리, 계곡 물소리가 적막강산의 들숨 날숨처럼 걸려있습니다. 날씨는 궂어도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본 좋은 풍경입니다. 오늘도 나들이로 자연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동길 1(041-852-4230)
토욜(11. 30)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