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시인의 시집 <수문 우는 소리>을 읽고
연말이 되면 문학단체는 활기차다. 한국문인협회 예산지부도 동인지 ‘예산문학’을 내 놓았다. 나는 예산문학 4집부터 글을 실었다. 35집이니 32년간 나의 작품이 예산문학 동인지에 실려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예산문학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어떤 때는 예산문학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예산문학을 분신처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년 내 시인들은 시집을 내고 수필가는 수필집을 내고 소설가는 소설책을 내 놓는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로 연말에 많이 집중된다. 각각의 책이 자신의 영혼을 담은 분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적인 꽃의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어 또 다른 꽃을 만드는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 속에서 각각의 색을 담게 되고 그 색은 그 시인이나 작가의 호흡을 담고 있다.
누군가가 건넨 시집을 받아들고 책상위에 올려만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집을 읽는 것이 시인에 대한 예의이다. 나는 거기다가 나의 작은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나 자신의 해석이니 시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해석은 시를 읽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병석 시인이 문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순박함으로 만났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면 마무리를 잘 하는 행정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전에 편집을 하면서 최시인의 사무실에서 김영준시인하고 함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 주마등처럼 다가온다. 최시인의 순박함을 마주했던 시기였다.
예당호에 대한 최시인과 나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예당호 사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최시인은 우선 실무적인 면에서 만나게 되고 그 예당호가 예당저수지의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가질 수 밖에 없지만 그 영혼에 담은 서정성은 예당저수지를 떠난 예당호에 머물게 된다. 나는 철저한 예당호이다. 예산군에서 예산 10경을 다시 손질하면서 예당저수지를 예당호로 명칭을 바꾸었다. 사실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니 예당저수지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보는데 어감으로 볼 때 예당호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예당호를 사랑한다. 나의 시나 소설 속에도 예당호가 많이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황금나무가 예당호 한쪽에 있다. 사계절 언제든지 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황금나무는 나의 친구이자 놀이터가 된다. 나의 카메라에 천 번은 넘게 담겼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이런 황금나무가 있는 예당호는 나에게는 서정적인 면으로만 다가온다. 예당호가 가뭄을 만나 호수 안쪽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초원이 생겨났을 때 최시인은 아마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갔을지 몰라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곳의 사진을 찍으면서 미소를 머금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순간적으로 인간적이지 못한 생각을 했음에 틀림이 없다.
수문 우는 소리
지독한 봄
가뭄 생채기 난 들에도
순백의 꽃술은 터지고
총총히 여무는 나락의 지평선으로
찰랑찰랑 수문이 운다
수초 부여잡고
붕어 메기 가물치 조개 무리
삼복 쇳물 거슬러 지켜낸 목숨들
함게 드리는 감사의 기도
철썩철썩 깊은 가을 날
수문이 운다
저수지 뜨락에 서면
물소리 바람소리 섞여
수문 우는 소리 있다
최시인이 경영하던 ‘풍뎅이 날아간 숲’이라는 카페가 생각난다. 그 카페가 생겨났을 때 한 때 그곳에서 맥주를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에게 맥주를 많이 마셨다는 것은 한 두 병일 수밖에 없었다. 돈가스를 먹고 또 먹태를 뜯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들이 많이 있다. 일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이 있다.
그곳에서 일을 하던 한 직원은 책을 많이 읽어서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눈 적이 있는데 얼마전 등단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최시인의 수문은 시인을 있게 하는 원천이다. 수문이 열리면서 시인의 언어도 함께 따라 나가면서 한 편의 시가 된다. 수문에 담긴 최시인의 철학은 삶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뭄
비가 놀라나
내일은 비가 올라나
마른땀 헛기침하시는 할아버지
큰일일세
저러다가 자식 잘 못 될라
가뭄에 대한 자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물을 관리해야만 하는 곳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은 이미 가뭄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에 가뭄이 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휴일도 없이 체크하면서 보고를 하겠고 또 대책을 내야만 하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시인은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켰다.
짝사랑
정한 씨앗 콘크리트 틈바귀에 자라 바람에 바르르 꽃대 올리면 가슴 에이는 사랑
최신은 마음이 강하지 못하다. 강한 사람과 또 다른 강한 사람의 가운데에 머물게 될 때는 스스로 머리가 복잡해져서 못 견디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린 마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최시인의 짝사랑을 보면 그 여린 마음이 스며들어 숨 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강력하게 전하지 못하고 가슴 에이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그 순간을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최시인의 마음을 이해가 간다. 그저 마음속에만 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멋질 수도 있다. 누군가 다가와도 받아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가가서 말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최시인은 고운 심성으로 딱딱하다거나 강한 사람을 만나면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함께 어우러진다. 반발하면서 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면서 담아내고 있다. 최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또 다른 최시인을 만나보았다. 최시인의 문운을 빈다.
첫댓글 훈훈한 글 감동적입니다.
예산문협 회원이 책을 출간하면 글을 읽고나서
작품평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건설교통과 근무해보니 예당저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걱정, 비가 내리지 안아도 걱정,
예산문협 이끌고 가랴,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병석 시인님 세번째 시집 <수문 우는 소리>출간 축하드립니다.
김작가님
작품평은 아니지만 함께하면서 글과 만남을 생각해봅니다
참 소중한 만남이고 글 이지요
예당호에 대해서 참 많은 관심과 사랑이 머무는 곳 입니다
행복한 날 되길요
제 직장사람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말씀들 하지요.
예산문협 행사며 궂은 일 매번 잘 챙겨 주시는 김창배 부회장님께 회원으로서 늘 감사합니다.
깊은 사랑의 눈으로 봐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래 전 기억이 새롭습니다.
되돌아 보면 이병헌 선생님과 함께 예산문협을 헤쳐 온 시간이 20여 년이 되네요.
예당지(예당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은 발전적으로 반영되리라 생각합니다.
최시인님의 시집을 읽으면서
예당저수지에 대한 애정의 눈길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예산문학에서 활동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문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예당호를 품고 깊은 가슴으로 빚어내신
<수문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2019년, 기해년에도 문운이 번창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