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함지산 가는길
지난 5월 23일 직장 동료들과 대구 함지산에 다녀왔다. 퇴근 후 걷기 코스로 선정하여 간 곳인데, 북구 구암동에 거주하는 동료의 추천과 안내가 있었다.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30분 정도 거리다.
함지산 초입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운암지 수변공원이 나타난다. 과거 농업용 저수지였으나 주변의 농경지가 시가지로 개발되면서 수변공원으로 조성이 된 것 같다. 택지개발로 쓸모가 없어진 저수지를 자연 그대로 보전하면서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환경친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수변공원을 벗어나 산쪽으로 계속 가면 함지산 등산이 시작된다. 함지산으로 난 산책로와 등산로는 숲이 우거져 삼림욕을 하기에 좋다. 잘 다듬은 산책로를 따라 20~30분 정도 걸으면 능선의 쉼터에 도착한다. 정자와 벤치도 잘 갖춰져 있어 모두들 쉬어가는 곳이다. 쉼터에서 미리 준비해간 간식을 먹으며 후발대의 도착을 기다렸다.
학교에서 뒤늦게 출발한 후발대와 합류한 후 다시 서쪽 능선을 따라 20여분 정도 더 오르자, 함지산(288m) 정상에 도착하였다.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대구시가지와 금호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로는 팔공산에 연결되고 북서쪽은 팔거천 유역의 칠곡신시가지에 접하며, 남쪽은 금호강을 사이에 두고 대구시가지와 경계를 이룬다.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으로 약간의 변성작용을 받아 비교적 급경사를 보인다.
함지산은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산정부가 뭉툭하고 평평해 함지를 엎은 놓은 것 같다고 하여 함지산(函芝山)이라고 부른다. 원래 '함지'라는 말은 순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에 설치한 안내판은 잘못된 한자 표기인 것 같다. 지역 방언을 쫓아 '반티산', '방티산'이라고도 부른다. 혹은 '관산(冠山)', '관니산(冠尼山)'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사수지상 관니지하(泗水之上 冠尼之下, 금호강 물 위 관니산 아래)'에서 유래한다. 특히 이 산은 정월 대보름이면 인근 주민들이 달맞이 행사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함지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꼭 전망대에 오른 기분이다. 정상부는 전략적 요충지이면서 평탄하기 때문에 팔거산성이 위치한다. 일대에 산재하는 고분들이 4~5세기 경으로 추정되어 팔거산성이 이들 세력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팔거산성은 독모성이라고도 하며, 가산산성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대구 북방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 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 대구광역시기념물 제6호로 지정되었다.
한편 함지산에서 뻗어나간 여러 줄기의 구릉상에는 크고 작은 고분군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가야시대의 고분군으로 현재 157기가 확인되었는데, 이곳이 '칠곡구암동고분군'이다. 이 중에서 제56호분이 1975년 영남대학교박물관에 의해 발굴조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출토된 유물로 볼 때, 신라의 영향 아래 있던 지역 지배계급의 고분이라고 한다.
하산길은 정상의 남서쪽인 구암어린이집 방향으로 정했다. 오를 때에 비해 약간 험준하고 가파른 길이었지만, 거리가 짧기 때문에 30여분이 채 안되어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호수와 계곡, 그리고 산 정상과 산성까지 둘러보는 알찬 코스였다. 특히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평탄하고 잘 다듬어져 있어 보기 드문 좋은 산책로이다.
대구에는 팔공산과 비슬산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위해 둘레길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앞산을 비롯하여 시내 곳곳의 이름 없는 작은 산지에도 시민들을 위한 산책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함지산 가는 길도 대표적인 산책코스이다. 칠곡신시가지 아파트단지 옆에 조성되어 주민들의 여가와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