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존증의 유형’ 정리
보배정신건강상담센터 제공
공동의존증의 증상과 증후군들은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도 이것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임상실제에서는 다음에서 묘사한 것보다 훨씬 많은 유형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한 유형을 가진 가족이 다른 유형의 특성을 갖거나 변형된 의존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1) 순교자적 유형(The Matyr)
가장 일반적이 공동의존의 형태, 이들은 배우자의 음주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 믿으며, 잘못된 자신감을 갖는다. 이들은 불편감과 실망, 심지어는 자신의 아픔까지도 참아가면서 자신의 희생과 현신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안영실, 200: 37~39). 이런 유형의 부인은 남편의 병이 진행하여 사망할 것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는 나의 희생과 노력으로 남편이 회복되어 나를 위해 살아 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부인은 “ 남편을 무조건 살려만 주세요, 병원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따르겠어요. 지금도 내 남편은 다른 문제는 아무 것도 없고 술만 문제입니다.” 혹은 “나마저 떠나고 나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되고 내 자식들은 어떻게 되나? 이와 같이 자신이 해 온 역할들을 통해서 자신을 합리화하고 스스로의 손실감을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부인일수록 더 심하다.
대개 이런 부인들은 병원에서 치료가 시작되면 불안을 가지게 되어 신경증적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실제로 가족들은 이런 공동의존자를 인내심이 강하고 관대하며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들은 Minuchin의 구조적 가족치료모델에서 설명하고 있는 가족간의 밀착된 경계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할수 있고 중독자의 행동은 즉각적으로 다른 가족성원에게 영향을 주게 되며, 가족구성원들은 상호간에 자율성이 제한받게 된다.
(2) 박해자적 유형(The Prosecutor)
순교자의 반대 유형이다.
자신의 행동이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보일지라고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대방의 잘못에만 초점을 둔다. 자신의 불행을 직접 처리하기 보다는 이것을 외면화하고 이런 불행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비난한다.
이런 유형의 부인은 남편에 대해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자행한다. “이 XX 는 교통사고도 안나나, 귀신은 뭐하나? ”저 XX 저거 죽으면 좋아요. 병원에서 그냥 알아서 하세요“ 하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는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들은 “ 중독자가 그녀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집밖에서는 그들이 천하에 그런 열녀가 없다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남편이 술을 끊으면 중독자에 대한 부인의 그런 행동이 제약을 받으므로 치료에 저항한다. 따라서 이런 부인들에게는 처음부터 아예 “ 가족 치료 혹은 개별가족 및 집단가족교육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할 것이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입원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satir의 의사소통 가족치료모형에 의하면, 이런 유형은 대개 비난형의 의사소통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결국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로 환원되어 돌아오므로 이러한 역기능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개입이 요구된다.
(3)공모자 유형(The Co-cospirator)
알코올중독자가 단주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계속적으로 방해한다. 알코올 가족 내의 역기능적인 상황에서 형성된 자기정체성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편의 단주를 통한 가족구조의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것을 허용하거나 자발적으로 술을 사다 주기도 한다. 이런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지적하게 되면 이들은 자신 행동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 술을 사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내가 술을 사주지 않거나 마시지 못하게 한다고 그 사람이 술을 먹지 않을 사람이 아니어요”라고 말한다.
(4) 술친구 유형(The Drinking Partner)
이 유형의 부인이나 가족은 알코올중독자가 될 위험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삶의 양식과 신념체계는 중독자의 것들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중독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다. 많은 공동의존자들이 알코올중독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음주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부인들은 환자가 퇴원하자마자 “여보 술을 끊기는 어렵고, 남자가 술도 좀 할 줄 알아야지,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될 거 같아요” 하면서 남편에게 술을 먹인다. 이런 부인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으므로 한국에서는 이런 부인을 대상으로 삼아서 원조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5) 냉담한 공동의존자 유형(The Apathetic Codepedent)
이 유형은 중독자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유형의 배우자는 대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정신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서 자살율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를 요하고, 이런 가족은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저 사람 절대로 술을 끊지 못해요. 나는 압니다” 라고 확신하므로 치료에 방해요인이 되며, 자살이나 이혼을 하거나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간통을 하기도 한다.
일부의 공동의존자들은 중독자의 계속되는 반복음주와 악화되는 문제로 인하여 완전히 용기를 잃어서, 돕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리고 감정적인 무감각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냉담함이 어떤 평화나 고요함을 가져다 줄 수 있으나 인생의 희망이나 의미는 없어지게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포기할 때 자녀들은 더욱 괴로움을 느끼게 되고, 아울러 건강한 가족성원으로써 반응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답답한 심정으로 중독자를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Minuchin의 이론에 의하면, 이런 유형은 아마도 경직된 경계를 이루고 있는 형태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유형은 가족성원간에 거리감이 있어서, 서로간의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가족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는 있지만 소속감이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원조를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