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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빈글New·· 내 사랑
사빈 추천 0 조회 17 13.10.23 12:47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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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3.12.21 11:05

    첫댓글 인간의 사랑은 영원하지도 불멸하지도 않다. 모든 사랑에는 제약이 있고 한계가 있다. 남녀의 사랑이든 부부의 사랑이든 친구의 사랑이든 또는 심지어 부모자식 사이의 사랑이든. 위의 시는 그러한 유한한 사랑의 진면목에 얼굴을 맞대고 있다. 해질녘이여야 불러들을 수 있는 사랑, 밤이 되어야 익어갈 수 있는 사랑, 제 1 막 1 장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사랑 등의 말이 그러한 사랑의 한계를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누구나 아는 사실을 다시 말해 무얼 어쩌자는 것인가.

  • 작성자 13.12.21 11:15

    시인의 진심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한 상식을 환기시켜보자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그러한 유한한 인간의 사랑을 영원으로 불멸로 이끌어 승화시켜보자는 데 있다. 영원한 사랑 불멸의 사랑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낯선 사랑이고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역설적 사랑이다. 시인이 꿈꾸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역설적 사랑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역설적 사랑은 어떻게 구해질 수 있을까.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 터이므로 우리가 그것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것이 구해질 수가 있다는 것인가.

  • 작성자 13.12.21 11:15

    이와 관련하여 시인이 설정한 명제가 훌륭하다. 즉 ‘눈물 먹은 별꽃’이 그것이다. 별의 개념은 ‘위에서 반짝이는 천체’이지만 그것이 던지는 이미지는 실로 다양하다. 우선 지혜의 이미지가 있고 그 밖에도 영원/불멸/영광 등등 이미지가 있다. 꽃은 어떤가. 그것의 개념은 ‘식물의 가지나 줄기에 피어나는 예쁜 부분‘ 이지만 이것도 많은 다양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우선 향기의 이미지가 있고 그 밖에도 미/순수 또는 화려 등등이 있다. 별꽃은 어떤가. 이것은 시인이 지어낸 말이므로 개념이 있을 수 없다. 그에는 많은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 작성자 13.12.21 11:07

    별처럼 아름다운 또는 빛나는 꽃이랄 수도 있고 별로 지어진 꽃이어서 밤에만 빛을 내는 꽃이랄 수도 있으며 화려한 꽃이지만 지혜롭기도 한 꽃이랄 수도 있다. 이미지란 본래 어떤 단어가 누구에게 주어졌을 때 그의 머리를 스치는 어떤 이미지/형상 또는 심상을 말하는 것이므로 각기 다른 경험을 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 단어에서 또는 말에서 제각각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시인은 바로 이 이미지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위의 시를 지은 시인도 다를 것이 없다.

  • 작성자 13.12.21 11:17

    (이 점에서 개념을 가지고 소신을 말하는 학자와는 쓰는 언어가 서로 다르다. 시인이 이미지를 가지고 말하는 것을 형상화라고도 한다. 학자의 작업은 반대로 개념화작업이 라고 할 수 있다.)
    눈물먹은 별꽃/밤새 내리는 비는 또 무엇인가. 별이 떠 있는데 비가 내린다고 무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 시를 꼭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 지혜를 다 짜내어 영원과 불멸을 고집하고 노력하여 눈물이 비 오듯 하게 다시 말해 피땀이 나도록 노력하면 불멸의 사랑이 영원한 사랑이 역설적 사랑이 얻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마지막 두 행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개념이 아니고 이미지로써 읽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 작성자 13.12.21 11:18

    그리고 이것이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임이 분명하다.
    눈물먹은 별꽃이라는 말은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역설드라마 또는 서사를 움직이는 바퀴와 같은 것이다. 역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촉매가 필요한데 눈물먹은 별꽃이 그것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박목월의 ‘구름에 달 가듯이’ 이상으로 훌륭한 표현이다. 이 표현으로 이 시는 탁월한 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 2 연이다. 평자는 시인이 왜 이 제 2 연을 굳이 붙여 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작성자 13.12.21 11:09

    제 2 연이 있게 되면 이 시는 아무것도 아닌 시가 되고 만다. 젊은이들 말에 쿨하다는 말이 있는데 시인이 실로 필요로 하는 것이 cool한/쿨한 자세이다. 냉정하게 딱 끊고 시치미를 뚝 따야 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이것이 쉽지가 않다. 평자도 매한가지이다. 쓸데없이 설명을 군더더기처럼 붙여 놓아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하게 마침표를 찍는 것, 이것을 끝없이 연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숨이 막히게 마침표를 찍는 일, 이것이 우리가 연습해야 할 일이다.

  • 작성자 13.12.21 11:10

    좋은 작품일수록 ambiguity가 높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지를 가지고 말하는 창작인에게는 상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ambiguity가 우리나라 문학계에서는 애매성으로 번역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애매하다는 것은 영어로 neither A---nor B라는 뜻으로 이 뜻도 아니고 저 뜻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ambiguity의 본래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고 either A--or B로 이 뜻도 되고 저 뜻도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래서 다의성(多義性)으로 번역되어 야 옳다.

  • 작성자 13.12.21 11:10

    사랑하는 이에게는 한용운의 ‘임의 침묵’에서 임이 연인의 이미지로 다가 올 터이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이에게는 같은 임이라도 조국으로 다가 올 터이다. 그 밖에 수도 없이 많은 이들도 각각 자기 경험에서 임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의성이 높으므로 임의 침묵은 좋은 시이다. 제 2 연이 있게 되면 이러한 다의성을 죽여서 결국 어느 불륜의 사랑 정도로 시에서 말하는 사랑을 가두어 놓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제 2 연이 없게 되면 사랑은 읽는 독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가 있는 것이다.

  • 작성자 13.12.21 11:10

    사랑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도 이미지만으로 사랑을 말할 수가 있다. 이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시 짓기에 해당한다. 개념을 가지고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경계하여야 할 점이다. 그것은 학자나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그들의 언어인 까닭이다. 시인에게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그들만의 특권적인 언어가 따로 있다. 형상화, 이미지로 말하기가 그것이다. 대신 평론은 논문에 해당하므로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론하는 이들은 거꾸로 이미지로 말하는 예가 많다. 이것도 물론 잘못이다.

  • 작성자 13.12.21 11:12

    초면에 많은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역사학 교수로 퇴직하고 서울서 남원에 내려와 책을 쓰고 있는 서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해 국내외 많은 소설과 시를 읽어 왔습니다. 저도 틈틈이 시를 지어 보기는 하는데 거의 모두 딱딱한 서사시뿐입니다. 서정시가 그리워 카페에 갔다가 조용하고 서정시도 잘 쓰시는 것 같아 무작정 가입하게 되었는데 과연 글을 잘 쓰시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들어와 감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에 와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 3 월 초에나 귀국할 것 같습니다. 한 해도 가는데 더욱 좋은 시 많이 쓰셔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13.12.21 11:13

    보스톤에서 데미앙님이 올려 주신 이멜을 이곳에 옮겨 놓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자주 찾아 오시어 좋은 말씀 좋은 평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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