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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청소년지원단 김정우군이 몽골 어린이와 장난감 청진기를 갖고 놀고 있다. |
하늘과 맞닿은 바람의 나라 몽골.
오늘도 태양은 눈부시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다. 몽골 청소년들과 얼굴 생김새와 피부색이 똑같은 한국의 청소년 40명이 이른 아침부터 목장갑을 끼고 모자를 눌러쓴다.
며칠 동안 거세게 몰아친 태풍에 집이 무너진 몽골 친구의 집을 고쳐주러 나서는 청소년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그 곳에서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나누는 삶'의 가치를 배웠다.
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이명천 토마스 데 아퀴노) 청소년 40명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관구장 남상헌 신부) 주최로 7월 21일~8월 5일 몽골 제2의 수도 다르항에 위치한 돈보스코 교육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특히 체육관과 게르(몽골 전통가옥) 건축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몽골 친구들과 문화교류 마당을 열어 우정을 나눴다.
이번 봉사에 동행한 의료봉사단체 '말구유 나눔회'(회장 김용인 루카) 소속 의료인과 의대 재학생 등 19명은 의료 사각지대에 뛰어들어 인술을 베풀었다. 청소년들의 '4인 4색(色) 봉사 이야기'와 의료진 봉사활동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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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 공사를 위해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나수진양. |
#망치질의 달인 "수남아, 여기 망치질 좀 해줘!”
아이들이 수남이를 목청껏 부른다. 수남이는 나수진(가타리나, 18)양의 별명. 여학생인데도 남학생 못지않게 망치질도 잘하고, 흙도 잘 날라 붙여진 별명이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수진이는 못을 참 잘 박는다. 망치질 하는 폼새가 많이 해 본 솜씨다.
"몽골에서 게르를 짓고 울타리를 고치는 봉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남 아산에 가서 연습을 좀 했죠. 한국 해비타트가 주관하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였는데 지붕 올리고 손가락 다쳐가면서 못질 배우고…. 예행 연습을 '세게'하고 왔어요. 못질 한 번 안 해보고 봉사하러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별로 안 힘들어요."
수진이는 대답을 끝내기 무섭게 삽을 든다. 몽골 꼬마들도 제 몸집보다 큰 모래 주머니를 나르며 체육관 공사에 힘을 보태는데 누나가 가만 있으면 되겠느냐면서.
돈보스코 교육센터 체육관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가난한 다르항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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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규군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몽골 아이들과 놀고 있다. |
#아이들과 하나되다
몽골 아이들과 유달리 잘 어울린다 싶었던 김진규(요셉, 17)군이 몸살이 났다. 다른 한국 친구들이 지쳐서 쉬고 있을 때도 그 틈을 놓칠새라 몽골 아이들과 장난을 치곤 했던 진규다. 동네 아이들 무리에서 활기차게 웃고 떠들던 진규, 많이 아픈지 축 늘어진 모습이다.
"모카이(멍청이)!" "제레마떼(못 생겼다)!"
몽골 아이들이 장난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한국이랑 똑같다. 진규가 큰 소리로 아이들을 놀리니 아이들도 따라 웃으며 그를 놀린다. 아이들이 잡으러 오면 진규는 잽싸게 도망을 친다. 진규가 하는 몽골어를 들으면 몽골 아이로 착각할 정도로 억양까지 비슷하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몽골어를 열심히 배웠어요. 특히 제 몽골 짝꿍 홀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외웠죠. 몇 번 따라해보니까 술술 잘 나와요. 몽골어가 저랑 잘 맞나봐요."
그는 "이곳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이번 봉사활동의 또다른 목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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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mm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봉사 현장을 찍는 안규리양. |
#뷰파인더로 보다
안규리(젬마, 19)양은 늘 8mm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보물 1호라고 한다. 규리는 친구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다닌다.
규리는 돈보스코 영상특성화학교(교장 박경석 수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돈보스코 영상학교는 방송ㆍ영상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양성하는 일종의 대안학교다.
규리는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 일, 그리고 그들을 위해 땀흘리는 '아름다운 천사들' 모습을 담는 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꿈도 두 가지다. 해외봉사 전문가로 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 것. 규리는 이미 지난해에 파푸아뉴기니에서 찍어 온 작품 '적도 너머 간 곳'으로 영상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 수상작이 수원방송을 통해 방영도 됐으니 그 정도면 '병아리 감독'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번에 담은 장면들을 하나로 엮어 '국제영상페스티발'에 출품하려고 해요. 벌써 1시간 짜리 테이프를 14개나 찍었어요. 제 의도대로 화면이 안 잡힐 때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찍어보려고요."
규리의 소망은 단 하나. 자신이 찍은 영상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해외봉사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사람들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기쁘게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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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형군이 몽골 아이들이 사용한 컵들을 설거지하고 있다. |
#고3의 특별한 여름방학
입시를 코앞에 둔 고3이 여름방학에 해외봉사를 떠난다? 여간한 용기가 없으면 학부모와 수험생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외고 학생들에게는 더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원외고 3학년 김도형(사도요한, 19)군은 꿈을 키우기 위해 봉사단에 합류했다.
"제 꿈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왔어요. 중학생 때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부하면서 지구촌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일부 권력층의 과욕에서 비롯되는 빈곤 현실이 참 싫더라고요. 그래서 후진국 경제개발 전문가가 되는 게 제 꿈이 되었죠. 이번 봉사활동은 제 꿈을 확인하는 여행이기도 해요."
도형이는 국제기구에 들어가 빈곤국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계획으로 그 나라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이곳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과연 큰 도움이 될까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와보니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딱 맞아요. 우리들 노력으로 태풍에 무너진 몽골 친구 집이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요."
도형이는 자신의 꿈에 한 발작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라고 말한다.
"몽골 친구 어머니가 몽골 과자 '아롤'을 두 손 가득 담아주시는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과 똑같아요. 가난한 데도 손님에게 하나라도 더 주려는 사랑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어요.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첫댓글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