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중국 건국 70년, 어문선교회 창립 30년
<중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매스컴에는 북한정권 수립 70주년인 구구절(9월 9일) 관련 보도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의 통치자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공화국 창건 70돐’(우리의 ‘돌’을 북한에서는 ‘돐’이라고 표기합니다)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북한의 매체들은 구구절을 잘 맞이하자는 구호를 지면이나 화면 제일 앞에 내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러 달 전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평양 시내에서 구구절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중국의 통치자 시진핑이 과연 구구절 행사에 참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내년 10월 1일이 되면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 됩니다.
아마도 중국은 지금 건국 70주년 행사를 착실하게 구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우리도 중국 건국 이후 교회가 걸어온 길, 한국교회의 중국사역, 이런 것들을 차분하게 살펴 보야야 합니다.
<중국을 주께로>는 그 일에 힘쓰려고 합니다.
내년은 중국어문선교회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촛대가 옮겨졌나?
월간 <기독교사상> 8월 호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한국 기독교”라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 특집 가운데 하나인 “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이해”라는 글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 이르서 충격을 받고 나도 모르게 책을 덮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을 쓴 분은 장로회신학대 역사신학 교수인 안교성(安敎盛) 목사입니다.
전통적으로 세계선교는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from Jerusalem to the end of the world)이르는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 그런데 현대선교의 특징 중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다시 예루살렘으로’에 이르는 선교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선교관은 유대인을 선교대상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을 넘어, 소위 ‘이스라엘의 운명(혹은 회복)’과 종말을 연계하는 바울적 종밀론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선교를 선교의 완결 단계로 여기는 입장이 부각되면서 이스라엘 선교, 특히 복음의 발상지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지는 선교(Back to Jerusalem mission)가 강조되고 있다. 한국 교회도 이런 선교에 관심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새로운 선교세력으로 등장한 중국교회가 주도권을 이어받는 양상이다.(17쪽, 밑줄 필자)
제가 충격을 받은 것은 밑줄 친 부분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선교의 최종주자(완성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세계복음화라는 성화가 타오르는 봉송대를 들고 예루살렘의 골문을 들어서는 환상을 품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저부터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그 봉송대는 중국교회가 이어 받은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교회의 위축으로 인한 선교동력 약화와 중국교회의 흥왕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의 글에서 안교성 교수가 “새로운 선교세력으로 등장한 중국교회”라고 한 것은 적확(的確)한 표현입니다.
주님께서는 에베소 교회를 향해 “내가 네게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 5)라고 하셨는데 그것이 한국교회에도 해당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졌습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울어야합니까?
아니면 중국사역에 부름 받은 일꾼으로 웃어야합니까?
문득, 지난 8월 27일, 베트남 축구팀이 아시안게임 축구경기에서 4강 진출이 확정되어 한국과 경기를 하게 되었을 때 베트남팀의 박항서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박 감독은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조국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러나 난 지금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다. 내가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음 경기에 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울 필요도, 웃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겸손한 동반자의 자세를 새롭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원하십니다!
빨리 지나간 태풍 솔릭, 중국의 ‘종개’도 그렇기를
지난 8월 23일, 제주는 19호 태풍 솔릭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바람과 파도와 폭우가 삼박자를 이루며 제주도를 휘감았고 실종자까지 발생했습니다.
중국어문선교회도 23일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실시했습니다.
항공기 전부가 결항되어 제주에서 육지로 나가야 할 분들 3만 여 명의 발이 묶였습니다.
육지로 나가야 할 분들은 빨라야 25일(토), 아니면 26일(주일) 좌석을 가까스로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예상보다 빨리 동해안으로 빨리 빠져 나가 24일(금)부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특별기들이 계속 제주공항에 내려 공항에 나와 있던 분들을 탑승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때 제주도에 갔다가 발이 묶였는데, 그 날 9시 반에 무작정 공항에 나갔다가 10시 5분에 떠나는 항공기의 좌석을 받아 서둘러 탑승을 했습니다.
비행기에는 빈 좌석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고 항공기의 문이 닫히니까 “이륙하려는 비행기들이 많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 항공기의 이륙순서는 여섯 번째입니다.”라는 기장의 아나운스맨트가 흘러 나왔습니다.
창밖을 보니까 제가 탄 비행기 뒤로도 예닐곱 대의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륙을 기다리면서, 태풍 솔릭이 예상보다 빨리 한반도를 빠져나간 것처럼, 지난 2월부터 중국대륙에 불고 있는 태풍 ‘종개’(‘종교사무조례 개정안’의 줄임말)가 빨리 소멸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태풍 ‘종개’는 예상보다도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중국 전역에 휘몰아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장 통합 소속 선교사 7가정과 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 소속 5가정이 최근 잇따라 추방 통보를 받고 귀국했고, 성결교단 선교사 3명도 추방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중국 옌지에서 선교사 30명이 추방된 데 이어 한국 선교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씩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동행했던 분이 제게 “이렇게 강한 바람은 생전에 처음 봅니다.”라고 하기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1960년대 중반에 제주도 모슬포에서 군복무를 했거든요.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네요. 그때는 바람이 불면 정말 대단했어요. 바람을 안고서는 걸을 수가 없었지요. 요즘은 기후가 변하고 건물들이 많이 세워져서인지 바람이 약해진 느낌인데, 오래간만에 삼다의 섬다운 제주의 모습을 보네요.”
태풍 ‘종개’가 부는 것이 중국다운 모습, 중국 본래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시선을
9월호 특집의 주제는 “제2의 사역지를 꿈꾸며” 입니다.
우선 중국에서 추방 당한 선교사님들의 여러 문제와 전략적 재배치 문제를 다루고, 더 나가서 사역의 전환 문제라는 큰 틀에서도 그 문제를 조명하려고 힘썼습니다.
이 특집을 준비하면서 먼저 원하지 않게, 땀과 눈믈이 배어 있는 사역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8월 8일자「국민일보」는, “선교지를 잃은 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추방당한 선교사들 귀국해도 따가운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뤘는데, 한국교회는 따가운 시선 대신에 따뜻한 시선을 그들에게 보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태풍 솔릭 때문에 제주에 발이 묶여있던 방문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야기를 했는데, 태풍 ‘종개’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중국을 떠난 사역자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추석이 들어있는 달 9월, <중주>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즐거움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