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사실을 말하면 당연히 아무 감흥이 없을 듯하지만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사실을 말하면, 거기엔 당연을 넘어선 ‘의외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당연함이 주는 ‘의외성’은 ‘새로움’을 준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일 수 있지만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아는 사람일 수 없다. 또한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일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는 나와 관계가 있을 수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관계일 수가 있다.
사실 현재 ‘아는 사람’도 알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이었고, 어찌 보면 조금씩 알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안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니고 모른다고 해서 전혀 모르는, 무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줄을 서든’, ‘사진을 찍든’, ‘쇼핑을 하든’, ‘식사를 하든’
말을 걸면 다 아는 사람이 된다. 즉 나를 열어야 되고 관계 맺기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모르는 사람은 지구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체인 나의 적극성이다. ‘내가 말을 걸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여행을 가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한다. 즉, 나를 연다. 세계와 사람에 대해 열린 이런 적극적인 자세가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든다.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알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가 바로 ‘외로운 발들’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길에서
모르는 사이에 만나 줄을 선다
모르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다 호떡을 먹는다 쇼핑을 한다 몸을 숨기면 안 된다
모르는 사람은 깍두기를 달라며 말을 건넨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고개를 끄덕인다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앞을 보고 걸으면 목적이 생긴다
모르는 사람은 지구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말을 걸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여행을 가자고 한다
모르는 사람은 손을 든다 좋아요 커피를 마신다 뒷산이든 제주도든 해외든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곳을 걸으며
모르는 세계와 가까워진다
저 안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안에 내가 있어서
조건이 맞으면 티켓을 발부한다
가방의 준비는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여행이 도처에 숨을 쉬며 불쑥 외로운 발들이 뛰쳐나온다
―「가방이 시작되는 이유」
김송포 시인의 시집 『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을 좋게 읽었다. 앞으로 시적 재미가 있는 좋은 시를 많이 쓰길 기대해 본다.
#김송포 #김송포시인 #즉석질문에즐거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