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가협회 문인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서해안 고속도를 달린다. 가을걷이가 다 끝난 황량한 들판이 이색적이다. 볏짚을 담은 흰색의 커다란 두루마리뭉치들이 끝없이 널려 있다. 설치예술의 작품 전시장처럼 보여 울긋불긋하게 채색이 된 산과 스펙터클한 앙상불이다. 그리고 감이 붉게 익은 농가는 한 폭의 정물화로 보인다.
행선지가 특별한 곳이다.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과는 다르게 떠올려지는 곳이다. 이번 문학기행을 주선한 곳이 영광에 있는 한빛원자력본부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이해와 안전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문인들을 초청한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방사성물질이 다량으로 누출돼 신경이 예민한 때다.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에서는 함량 미달의 부품을 정상적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일부 원자력발전소에 납품을 하고 당국이 묵인한 비리가 발생했다. 중벌을 면치 못할 자들의 소행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중대한 사건이라서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더 나가서는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해외 진출과 비약하려는 원전산업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들에게는 원자력에 대한 상당한 불신을 초래했다.
산과 들처럼 문학과 과학이 조화를 잘 이루는 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 국력이 강해지고 정부와 공공기관을 믿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부정할 도리가 없다. 첨단과학에 필요한 학문과 경제적인 뒷받침 그리고 일류국가 선진국민이 되도록 노력하는 선한 양심의 창조적인 문학과 예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아 막대한 돈을 들여 원유를 수입해야 수출을 주도하는 경제가 돌아간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프로라는 통계에 늦가을 날씨처럼 마음이 썰렁해진다. 오늘 한빛원자력본부 견학은 이전의 다른 문학기행과 비교해서는 안 될 특별한 행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원자력은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태평양전쟁이 일어난 해 일본에서 태어났다. 원자탄 세례를 받고 일본이 망한 후 귀국하는 길에 히로시마의 처참한 몰골을 목격했다. 단 두 개의 폭탄으로 일본을 무조건 항복시킨 원자탄! 핵무기의 파괴력과 핵보유국의 국방력을 상상해 볼 만하다. 원자력은 무기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를 막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안전성이 퍼펙트할 수 있느냐가 문제의 요건이다. 다만 연구 노력해서 안전하게 잘 운영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적은 경비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공신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의 안전성과 막강한 전투력은 원자력 사용과 유지의 표상이다.
입동인 오늘 서울을 출발할 때는 날이 흐리고 차가웠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하늘은 맑고 날씨가 화창해 일정을 잘 잡는 것 같아 분위기가 한결 따스해진다. 버스에 동승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직원이 친절하게 1박 2일 일정을 알려준다. 한빛원자력발전소를 견학하기 전에 영광법성포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는 순서다. 제대로 된 영광굴비 정식에 풍성하게 곁들인 각종 해물 반찬으로 한 상을 잘 받고 나니 칙사 대접을 받은 기분이다. 문인들에게 잘 해주려고 애쓰는 기색이 엿보여 원자력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이 다소 누그러지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식후에는 백제시대 불교가 처음 도래한 곳으로 이동했다. 썰물로 넓게 열린 갯벌위로 섬을 연결하는 교량공사가 한참인데 최신 공법으로 하는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높게 세워진 사장교의 웅장한 주 탑이 법성포의 상징물로 보인다. 억새풀이 하늘거리는 보도를 따라가 인도 양식이 가미 된 불교유적지를 카메라에 담고 한빛원자력발전소로 향한다.
홍보부 직원으로부터 발전소 현황과 원자력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원자력발전은 다른 발전방식보다 생산원가가 월등하게 싸며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의 경제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어 부지 선정, 시설의 설계 및 건설과 운영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여러 겹의 안전 설비를 가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978년 원전이 가동된 이래 지금까지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고. 자체 개발한 기술로 원전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다는 자부심에 감동했다.
영광법성포를 떠나는 시간이다. 저녁노을이 붉게 불타는 해변 길을 따라 목포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나니 60년 전 목포에 잠간 살았던 시절이 파노라마 친다.
호텔의 아침 식사는 한, 양식 두 가지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양식이 제격이다. 원자력 특강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원전을 새로 건설할 것이란다. 그 중의 약 20프로인 80기 정도의 원전을 우리가 수출하여 세계 3대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원전수출산업을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에 이어 우리경제의 신 성장 동력이 될 것 이라니 가슴이 뿌듯하다.
이어서 수필 낭송회를 마친 후 남농기념관과 해양유물박물관을 관람하고 목포의 진미 삼합정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유익하고 즐겁게 한빛원자력발전소 견학과 문학기행을 마치면서 국력의 상징이 될 원전산업이 일취월장하기를 기원한다. 20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