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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작은 영웅 미토콘드리아 세포
째깍, 째깍’ 당신의 생체=시계는
지금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미토콘드리아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드는 생체발전소다.
발전소의 효율에 따라 시계침이 움직이는 속도와 정확도가 달라진다.
혹시 생체시계가 엉뚱한 곳을 가리키는 것 같다면
‘배터리’인 미토콘드리아를 살펴라.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마스터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세계의 작은 영웅 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으로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억 년 전부터 존재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세상을 지배하기를 간절히 고대해왔다.
(중략)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일본의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 박사의
아내인 기요미의 몸을 숙주로 삼아 온 세상에
자신을 퍼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일본 도호쿠대 약학연구과 출신 SF작가 세나 히데아키의 소설
‘파라사이트 이브’의 한 부분이다.
독자적인 DNA를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자기의지를 가지며
숙주(인간)를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SF소설 같아 보인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실제로 독자적인 생물체로 존재했다.
그러던 중 핵을 가진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을 시작해
현재 세포 소기관이 된 인간의 동반자다.
최근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세력을 키워 인간의 세포,
더 나아가 생로병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핵에 뒤지지 않는 세포 세계 1인자
생물체의 핵심은 DNA다. 세포에서 DNA를 가진
소기관은 핵과 미토콘드리아 두 곳뿐이다.
DNA가 생명의 비밀을 품은 유전물질이라는 점에서
두 소기관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런데 지금까지 핵 속 DNA에 비해
미토콘드리아 DNA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핵 DNA의 1%밖에 되지 않는
극히 적은 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핵 DNA 30억 개의 염기쌍 가운데
오직 10%만이 정보를 담고 있는 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90% 이상이 정보를 담고 있다.
물론 핵 속 DNA의 정보가 훨씬 많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를 무시할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가 고장 나면
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해 죽음에 이른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생사(生死)를 결정짓는 셈이다.
미토콘드리아를 핵에 뒤지지 않는
‘세포 세계 1인자’로 부르는 이유다.
질병의 불랙박스
얼마 전 미토콘드리아 희귀병을 앓고 있는
10개월 된 갓난아기 ‘유정’이에게
온정을 베푸는 손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정이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고장 나 몸속에서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음식을 삼키는데 필요한
근육이 약해지는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고 있다.
게다가 소화기관에서 우유나 분유를 흡수할 수 없어
유정이는 평생 모유만 먹어야 한다.
유정이의 엄마인 최미애 씨는 평생
유정이에게 먹일 모유를 찾아다녀야 할 처지다.
핵 속 DNA가 정상이던 유정이를 두고 병의 원인을 못 찾던
의료진은 유정이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고,
결국 그곳에 돌연변이가 생겼음을 발견했다.

존스홉킨스의대 세포공학과 테드 도손 박사팀은 헤비급 권투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을 통해 널리 알려진 파킨슨병이
미토콘드리아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
‘사이언스’ 2003년 10월호에 발표했다.
당시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가 파괴돼 발생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질병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연구결과는 주목받았다.
세포에 치명적인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관이지만,
반대로 에너지를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로
세포에 악영향을 주는 셈이다.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불완전하거나 영양분을 과다하게
섭취했을 땐 에너지 생산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져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생긴다.
산소는 호흡에 사용된 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보통 2~3분이지만
활성산소는 수천만 분의 1초로 아주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성이 강한 활성산소는
세포막과 단백질을 공격해 세포 고유의 기능을 없앤다.
최악의 경우 세포기관을 파괴하기도 하고
세포의 유전자를 공격해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도 막는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당뇨나 비만 같은 대사질환과 노화 같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겪는 자연적인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형에 따라
당뇨나 비만에 걸릴 확률이 다르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팀은 DNA가 N9a형인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사람은
세포 내 불필요한 영양소까지 모두 태워버리기 때문에
대사질환에 걸릴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인간유전학회지 2007년 3월호에 발표했다.
선천적으로 영양소를 잘 소비하느냐가
미토콘드리아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이다.
이로써 미토콘드리아 DNA만 해독하면
당뇨와 비만에 노출될 위험도 알아낼 수 있게 됐다.
당뇨나 비만에 걸릴 가능성도 결정?
바로 이 녀석이 문제의 원흉이다.
얼마나 대단한 미토콘드리아이기에
우리의 삶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일까?
최근 과학의 발달로 혹자들은
인류의 수명을 백년 아니 원한다면
수천 년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아직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얘기라는 것이 과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낱 실험실 쥐의 생명조차도 우리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인간의 수명 연장에 대해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는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박사는
우리의 생명을 수백 년 연장할 수 있다는 데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10년이나 20년 정도를 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머지 않아 사람들은 80세에 이르러서도
테니스를 칠 수 있을 것이고
90세쯤이면 "증손자가 대학교 졸업하는 것을
보러 가는 날이네.
"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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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현에 사는 100세 쌍둥이.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수명을 연장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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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복부 비만이 심해지는 것도
미토콘드리아의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림프관이 풍부하게 분포한 상체부위에 지방이 많이 쌓이기 때문이다.
고막 주변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면
새로운 세포는 생기지 않고 오래된 세포만 쌓인다.
그 결과 고막이 두꺼워져 고음이나 고주파를
못 듣는 노인성 난청이 된다.
미토콘드리아가 노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도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감퇴로 인한 노화를 피할 수 없다.
노화는 곧 장수와 연결되는데,
장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일본 기푸 생명공학연구소 유전자치료과 타나카 마사시 교수팀은
장수촌에 사는 100세 이상의 일본인은 공통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만이 만들 수 있는
아미노산을 몇 가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2004년 신경학 저널에 발표했다.
특히 일반인과 장수인은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산화환원작용이 일어나는데 관여하는
단백질인 시토크롬b에 차이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에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질병 유발의 핵심 키지만
동시에 질병 해결의 핵심 키이기도 하다.
미토콘드리아를 최대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시키면
무병장수의 꿈이 허구는 아니라는 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잘 만들어
에너지 대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고,
활성산소를 최대한 적게 만들어 세포 독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면 무병장수에 한 발짝 다가설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해야 세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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