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80)>
80. 박장대소(拍掌大笑)
칠 박(拍), 손바닥 장(掌), ‘박장’이라함은 ‘손바닥을 친다’라는 뜻이고, 클 대(大), 웃을 소(笑), ‘대소’ 라함은 ‘크게 웃는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박장대소’라 함은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는 것”을 말한다.
웃을 소(笑)는 대 죽(竹)과 나긋하다는 요(夭)가 결합된 글자이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사람이 나긋하게 웃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웃음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동물은 기뻐도 웃을 줄을 모른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로(一怒一老}라는 말이 있다. 한번 웃으면 그때마다 한 번씩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그 때마다 한 번씩 늙는다는 말이다. 웃을 때 보다도 찡그릴 때 훨씬 많은 근육이 사용된다고 한다.
웃으면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 수가 증가한다. 혈액순환이 좋아질 뿐 아니라, 세포에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살 일이다. 그래서 옛사람은 흔히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말하곤 했다. “웃는 집 대문으로는 온갖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입춘이 되면 이 글자를 써 붙여, 한 해 동안 웃고 지내며 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랬다.
웃음은 입신출세(立身出世)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치인들의 사진은 대부분 웃는 얼굴이다. 웃음에 겸손을 보태면 큰 효과를 나타낸다. 필자의 5년 대학 선배인 P선배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겸손했다.
대학교수 출신인 그는 정부의 차관 급으로 발탁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부하직원을 만나도 먼저 인사를 하곤 했다. 아랫사람 이라고 해도 결코 하대 말을 쓰질 않았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P선배를 좋아했다. 도무지 화를 내거나 찌쁘린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장관의 반열에 올랐다. 소탈하면서도 웃는 얼굴이 P선배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P선배는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인기 만점의 교수생활을 했다. 웃음과 겸손을 갖춘 그를 마다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제는 팔십을 넘긴 P선배를 얼마 전 우연히 동네 목욕탕에서 만났다. 예나 지금이나 웃고 덕담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타고난 웃음과 겸손인 것 같이 생각되었다. 건강하게 노후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P선배가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웠다.
웃음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빙그레 웃는 것은 미소(微笑), 단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 것은 함소(含笑)다. 쓴 웃음은 고소(苦笑)고, 차가운 웃음은 냉소(冷笑)다. 어이가 없어 웃는 것은 실소(失笑)고, 조소(嘲笑)는 조롱하여 비웃는 것이다.
크게 웃는 것은 대소(大笑)다. 그 중에서도 손뼉을 쳐가며 크게 웃는 것은 박장대소(拍掌大笑)라고 한다. 껄껄대며 크게 웃는 것은 가가대소(呵呵大笑)다. 얼굴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크게 웃는 것은 파안대소(破顔大笑)다. 아예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것은 포복절도(抱腹絶倒) 또는 봉복절도(捧腹絶倒)라 한다.
영국의 한 의과대학에서 웃음에 대해 연구하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평균 400~500번을 웃는다. 그런데 장년이 되면 웃음은 하루에 15~20번으로 감소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 잘 웃던 사람들이 인생에서 기쁨을 상실한 채 웃음을 잃어간다. 그 이유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고민하고 염려하는 일들 가운데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 필 박사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걱정 가운데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신경 쓸 일이 아닌 작은 것에 대한 걱정으로는 22%,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 그리고 우리가 바뀔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4% 정도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96%의 불필요한 걱정 때문에 웃음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마음속에 걱정이 가득하다면 하나 둘 내려놓아야 한다.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게 된다.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하면 사람들은 박장대소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대기업으로 진입하면 모든 구성원들은 손뼉 치며 크게 웃을 것이다, 대신이 장차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가 평화통일되어 남북한 사람들이 서울-평양을 자유로이 왔다 갔다 하면, 그때 모든 국민들이 손뼉 치며 크게 웃을 것이다. 박장대소(拍掌大笑)할 것이다.(2023.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