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연작
조손몌별가 祖孫袂別歌 /혜완 장향규 작
헤어지는 사연이야 제각각 이겠지만
세상에는 이별이름 이다지도 많은가
애틋하게 헤어지니 석별이라 말하고
이별을 멋있게도 별리라고 한다네
손수건을 흔들고 헤어지면 휘별이요
이별을 고한다고 고별이라 말들하지
존경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배별이요
윗사람을 받들어 헤어지면 봉별이요
다시 못볼 기약없는 이별은 결별이라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유별하고
서로 인사 나누고 헤어지면 작별이라
울면서 헤어지니 슬프도다 읍별이요
한을품고 헤어지니 한스러운 한별이요
이별을 원망하니 원별이라 부름이요
옷소매를 잡아끌며 눈물닦으니 몌별인데
그중에서 가장 아픈 이별은 사별이라
어느 날에 갑자기 늦사랑이 찾아와서
고목 같던 내 가슴에 물흐르고 꽃이 피네
내 자식을 키울 때도 표현못한 내리사랑
한다리가 천리인데 못믿을 손 이내 마음
눈에 삼삼 귀에 쟁쟁 종일토록 어른어른
꽃을 봐도 너의 생각 길을 가도 생각다가
태어난 지 백일지나 생이별이 웬 말인가
사위가 서울로 전근가게 되었으니
떠나는 사람보다 더 힘든 것이 남은 사람
우리 부부 망연하여 말문을 닫았는데
앞으로는 어찌 살까 무슨 낙이 남았을까
어린것이 뭘안다고 하루 종일 침울하여
새초롬이 내려깔고 눈 맞추지 않는구나
헤어지기 전부터 울먹울먹 그렁그렁
사위보기 민망하여 내색 않고 참았는데
이삿짐을 들여 주고 넋을 놓고 앉았다가
떠나야 할 시간되니 고장 난 수도꼭지
영문을 아는 건지 갓난이도 대성통곡
돌아서서 안아보고 여린 뺨을 부벼 보네
너의 향기 너의 감촉 언제까지 잊지못해
헤어지는 아쉬움과 흘러가는 강물 중에
어느것이 더 길고 짧은 지를 재어보면
아마도 내 슬픔이 만장이나 더 길리라
육십 수년 살아오며 큰 이별 작은 이별
셀 수 없이 많았는데 그중에도 조손몌별
손녀와의 이별이 가장 많이 힘이 드네
다늙어서 새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더니
인력으로 안되는 일 난들 어이 하리오
조손간의 사랑이야 누구 간에 인지상정
영국의 여왕님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
하버드대 교수님도 휴직하고 손자육아
자식에게 못다한 정 면면하여 끝이 없네
사랑이란 물과 같아 아래로만 흐르는가
치사랑이 없다지만 대자연의 섭리인것
남들처럼 부유하여 물려줄 것 변변찮고
특출한 유전인자 내려주지 못했는데
건강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쉽지 않고
대를 이어 가는 일은 더 더욱 어려운 일
너에게 해줄 말들 셀 수없이 남았는데
가족과 국가 인류 위한 헌신 봉사
결혼과 우정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
명절이나 방학 때에 차근차근 얘기하리
만날 때는 헤어질 것 미리 생각 눈물짓고
가고나면 두 늙은이 넋을 잃고 상심하네
깊은 정을 남겨주고 내가 떠날 날이 오면
손녀 마음 지나치게 애통하여 맘 상할까
그것 조차 염려하여 정을 뗄까 하다가도
흐르는 물 바람에게 맡겨볼까 하노매라.
2010년 2월 향초려에서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