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 시절, 다리가 아파서 학교를 그만두고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후 후유증으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그렇게 집에 머무는 나를 위해 어머니와 누님, 여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절을 다녀와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부천 석왕사를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청년회 활동을 했습니다.
꾸준한 신행생활과 함께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청년회 활동을 통해 한국노인복지협회의 가정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봉사 단원이자 재난구호봉사대, 그리고 불교환경연대 초록봉사단의 일원으로 20여 년 가까이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초록봉사단은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지구온난화, 극심한 생태계 파괴에 가슴 아파하던 나를 환경 봉사에 눈뜨게 한 곳입니다. 또 무엇보다 부처님의 품 안에서 우리 삶의 터전을 살피고 보호하는 일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초록봉사단원으로서 여러 환경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태안반도 원유 유출 사고를 돕기 위한 긴급재난구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태안 봉사활동은 상처받은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나아가 파괴된 자연생태를 복원하는 데 그 의미가 있기에 더욱 뜻 깊은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환경봉사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합니다. 가깝게는 몇 해, 길게는 몇 백 년이 흘러서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직접적인 심리적 충족과 동기를 유발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환경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생활 터전입니다. 불교의 윤회설에 입각하자면, 현재 이 자리가 오히려 후생에 우리가 살아야 할 장소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이 환경을 파괴시켰으니, 환경파괴는 결국 우리의 그릇된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정화를 위한 노력도 우선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활환경과 자연생태를 보전하고, 뭇 생명이 평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이끌고, 앞서 하는 이들이 바로 초록봉사단을 비롯한 많은 봉사단체 및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오랜 세월 봉사를 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봉사란 그저 타인을 도와주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가 삶의 행복을 찾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봉사를 하고 난 후 얻게 되는 기쁨은 그저 남을 도와주어서 얻는 기쁨만이 아니라,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또 그러한 긍정적인 자신감은 다시 내게 바른 사고와 부지런한 생활태도를 몸에 배게 합니다. 매사 성실하고 만족스러운 삶, 봉사를 통해 바뀐 제 삶은 그래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