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대장(centurion 루카 7,1~10;마태 8,5-13;요한 4,43-53)
전쟁 이야기가 나오다가 적국 장교들에 대한 일화가 나누어졌다. 충주시 원달천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지금은 안타깝게 쇠락해있지만 오래도록 충주 시내로 들어가는 진입로 있는 우리 마을은 큰 마을이었다. 6, 25전쟁 때 이북 군인이 남침하여 동네에 주둔했는데, 이북군 장교는 동네 민간인들의 안녕에 최선을 다하는 인품 좋은 군인이었다고 한다. "부하들이 괴롭히면 와서 이야기하라"라고 하면서..., 내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사람들을 괴롭힌 것은 마을 사람들로, 그들은 주둔군 깃발이 바뀔 때마다 공산당파, 반공파로 나뉘어 사악하고 교활하게 서로를 괴롭혔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아주 드물게 그 사람의 성정과 인품이 권력과 재물을 종교와 문화를 상대화하고, 사람에 대한 인정과 신에 대한 경외심을 절대화하는 아름다운 경우가 있다.
우리는 오늘 그런 사람으로 예수님 시대이며 로마제국 시대 백인대장을 만난다.
백인대장(centurion) 로마제국의 시민이며 군인으로 백 명의 병사들을 통솔하는 고급 장교이다. 백인대장의 조국은 당시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는 대제국이며 자신은 100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고급 장교이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예수님과 하느님의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다. 대제국 로마의 지배를 받는 종속국 이스라엘인들을 자기 형제처럼 대하는 이다. 돈과 자원을 예술적으로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앙 생활을 불편 없이 하도록 회당도 지어 주었다. 그는 사람의 생명을 자기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자기 노예에 불과한 종이 병들어 죽게 되자, 치유를 위해 정성을 다하였다. 기적적인 병자 치유를 하신다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유다인 원로들을 보내 자기 노예를 살려주십사고 청한 것이다. 원로들을 보낸 이유는 주님을 찾아뵙기에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루카 7,7) 그는 정치적으로는 대제국 백인대장이지만, 종교적으로는 거룩한 하느님을 예배하는 정결한 이스라엘인들과 어울릴 수 없는 이방인의 신분이었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을 가까이 이르시자 사람들을 보내 전하였다.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 자격도 없으니, 그저 한 말씀 하시어 제 종을 낫게 해주십시오”(루카 7,7-8) 라고. 사람을 제 몸인양 대하는 그는 하느님의 권능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겸손하고 완벽한 신앙 감각이 있었다. 이런 그를 두고 예수님께서 감탄하셨다. “나는 이스라엘에게서 이런 믿음을 본 적이 없다”라고. 그리고 그 순간 벌써 백인대장의 노예는 도로 건강해졌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백인대장의 휴머니즘과 신앙은 미사 영성체 전 기도문으로 수록되어 이제 하느님 백성의 신앙 고백이 되고 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입력:최 마리 에스텔 수녀(2023년 09월 18일 AM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