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1942-)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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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의 실패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단추의 난감함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또 잘못을 저지르기란 얼마나 쉬운가. 중요한 것은 잘 못 채워진 첫 단추에 갇혀 버리느냐, 빠져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잘못된 건 첫 단추만이 아닐 것이다. 괴테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고 했다.
아주 사소한 단추 구멍 끼우는 일에서 시작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지만 길을 잘못 들면 아무리 잘 뛰어도 소용없다.
단추를 채울 땐 다시 살피고 차근차근 마지막 단추까지 실수 없이 채워야겠다 .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단추는 결코 지퍼처럼 한 방에 채워지진 않는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늘 염두에 두며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