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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기초 자료도 없이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을 질타하는 이정생 거제위원장. |
욕지 앞바다 모래채취를 둘러싼 정부와 어업인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역 어업인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남해안 EEZ 골재채취단지(이하 골재단지)’에서의 바다모래 추가채취 계획을 발표, 행정절차를 강행하자 한동안 숨죽였던 어업인들의 반발여론이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6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급조한 ‘어설픈 공청회’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참석 어업인 중 상당수는 “바다모래채취가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용역결과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며 “엉터리다”고 일축, 자리를 박차고 퇴장해 버렸다.
수공 “바다모래채취, 해양환경변화 거의 없다”
골재단지 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지난 16일 충무체육관에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변경지정(2차) 해역이용영향평가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당초 2008년9월부터 2012년12월까지로 계획했던 골재단지 지정기간을 오는 '2015년8월까지로 2년8개월 연장'하고 채취계획량도 3,520만㎥에서 '4,900만㎥로 1,380만㎥증가'시키기 위한 행정절차 중 하나로 마련된 자리.
앞서 수공은 해역이용영향평가서 초안을 통영시와 거제시, 남해군에 비치,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이달 15일까지 20일간 주민공람을 진행했었다.
바다모래 추가 채취라는 민감을 다루는 사안인 만큼 골재단지 주변 해역을 조업지로 공유하고 있는 통영, 거제, 남해, 부산지역 어업인 200여 명이 현장을 채웠다. 남해지역 어업인 50여 명은 대형버스를 빌려 공청회장을 찾았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녹색사업본부 한호연 녹색에너지처장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수공을 대표해 배석했다.
추진경과 및 향후 추진계획 설명에 이어 골재단지 내 바다모래 추가 채취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 예측 용역결과가 제시됐다.
우선 수공 녹색에너지처 권현 차장은 “부산, 경남지역에 골재공급원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골재수급을 위해 골재단지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용역을 수행한 연안환경보전연구소는 △해양화학 변화 △해저지형 변화 △해양퇴적물 변화 △부유생물 변화 △저서동물 변화 △어류 및 난자치어 변화 등 6개 주요 항목에 대한 영향예측 결과를 내놨다.
연구소는 해저지형 변화 항목을 제외한 5개 항목에 대해 “(변화가)거의 없다 또는 크지 않다, 국부적일 것이다”로 결론지었다.
특히, 채취해역 주변 저서동물 영향에 대해 “서식지 훼손이 채취 지역에서 국부적으로 발생되지만 현존량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바다모래채취가 해양생태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해저지형 변화 항목 역시, 단순 변화수치만을 제시했을 뿐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영향이나 구체적인 형태 모델은 부연 없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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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참석자들. |
책임자 빠진 공청회, 보고서…시작부터 끝까지 ‘부실’지적
현장을 찾은 어업인들은 공청회 시작부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나 협의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작 권한을 가진 중앙부처 책임자가 아무도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공청회 무효 주장까지 제기됐다.
논란 속에도 공청회는 시작됐다. 하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는 요지의 용역 결과에 참석자들은 “수공 입맛에 맞춘 엉터리 보고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참석 어업인 중 2/3이상은 공청회 종료 1시간여를 앞두고 “이런 공청회는 하나마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는 ‘부실 공청회’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군선대학교 서만석 명예교수 주재로 수공에서 추천한 수공 김태갑 자원관리팀장, 군산대학교 양재삼 교수, 지오시스템리서치 김태인 부사장을 비롯해 경상남도가 추천한 남해EEZ모래채취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이동형 사무국장이 지정토론자로 단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동형 사무국장을 제외한 토론자들은 기초자료가 될 환경영향평가서(초안)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평가서는 총 500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
한 참석자가 평가서 특정 페이지를 적시하며 의문사항을 질의했지만 정작 답변을 해야 할 토론자들은 멀뚱거릴 뿐이었다.
공대위 이정생 거제지역위원장은 “토론을 하겠다는 분들이 기본 자료도 없이 저곳에 앉아있다. 공청회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공측은 뒤늦게야 평가서 원본을 토론자들에게 건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형 사무국장은 "오늘 공청회만큼은 요식행위가 아니길 바랐지만 결국 단순히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자리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질타했다.
현장을 지켜본 경상남도의회 김해연 농수산위원장은 아예 공청회 무효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공청회인지 설명회인지 모르겠다. 이미 결론을 내놓고 절차만 갖추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공청회는 주문관청이 참여하는 게 기본 요건이다. 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청회는 무효다"고 말했다.
어업인 “추가 채취 안될 말” 반대 입장 재확인
현장을 찾은 공대위 지역 위원장들은 참석 어업인들을 대표해 “바다는 어업인들에게 삶의 터전이다. 더 이상의 모래채취는 절대 있어선 안된다”는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기존 채취행위에 따른 피해조사 완료가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며 “추가 채취 계획 추진과정에서 왜 어업인이 사전 협의대상에서 빠졌는지 해명해 달라. 향후 바다모래채취 사안에 대해서는 어업인동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고서에 나타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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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준 남해위원장. |
구현준 남해위원장은 “계획서에는 과도한 골재채취를 지양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저층의 암반이 드러날 때까지 채취를 하는 게 현실이다”며 “암반이 드러난 저층은 생물이 살수 없는 황무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생 거제위원장은 “당초 용역에서는 부유사 확산 범위가 200m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최대 7.2㎞로 늘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또 “수공에서는 평균 7m깊이로 모래를 채취한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해저 퇴적층 3.3m가 쌓이는데 50년이 걸린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7m깊이를 채우는데 100년이 걸린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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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현장 조사자료를 공개하는 정태길 부산위원장. |
정태길 부산위원장은 “지난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남해안 골재채취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모래채취가 이뤄진 해저지형은 20~30미터 깊이의 절벽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조사자료를 공개했다.
이어 “이런 바다에서 과연 고기가 살 수 있는지, 살고 있다면 조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그것만 가르쳐 주면 당장이라도 반대의사를 철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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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대위 조용재 통영위원장. |
조용재 통영지역위원장은 “처음 모래를 채취했던 2001년 당시 국책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을 명분으로 어민들을 설득하면서 이후에는 절대 채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와 민수용까지 납품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다”며 민수용 공급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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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의회 김해연 의원. |
김해연 도의원도 “육상모래 공급단가가 2만4천원인데 반해 바다모래는 1만원대로 저렴하다. 낙동강 모래적치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굳이 바다모래를 채취하려는 것은 육상모래 부족에 따른 필요성이 아닌 비용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일련의 지적사항을 포함한 각 지역 대책위별 지적 및 건의사항을 수렴, 종합 의견서를 마련해 최종 보고서 제출에 앞서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수공과 공대위는 지난 8일 만남을 갖고 골재채취단지 지정 및 바다모래채취에 따른 어업피해조사를 연내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특히, 그간 이견을 보여 협의에 걸림돌이 됐던 조사기관 및 기준일, 범위, 절차, 방법 등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을 완료했다.
양측 합의에 따라, 수고은 오는 12월8일 이전 경상대학교 해양산업연구소에 피해조사를 의뢰한다. 조사기간은 착수일로부터 20개월이다.
피해영향조사가 완료되면 피해범위를 확정하고 물건조사를 거쳐 어업보상평가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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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를 떠나는 어업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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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공청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