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수사님들과 함께 드리는 성무일도를 다시 시작하려고 일찍 눈을 떴다.
밤에도 가시지 않는 열기 때문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라도 맞으려고 커틴도 치지 않고 자니,
새벽 5시에도 밖이 훤해 일찍 눈이 떠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이 상쾌한 기분, 해는 이미 높이 떠 있지만 공기는 여전히 시원했다.
소 성당에서 드려지는 아침기도에 모인 수사님들이 오늘은 단지 네 분뿐이었다.
케냐에서 오신 수사님들이 여섯 분이셨는데, 한분은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을 들어
가셨고 한분은 고국으로 다시 돌아 가셨다. 그 대신 말라위 수사님이 한분 오셔서 이곳
수도원 책임자로 일하고 계셨는데, 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나는 이 소식을 우리 직원들이 보내주는 메일을 통해 알고 있었다.
돌아가신 티모데오 수사님은 43살의 젊은 분이셨는데 몸집이 크셔서 그런지 50대를
넘은 분처럼 늘 느긋하고 온유한 분이셨는데, 오늘 그 분이 항상 앉으셨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잠시 여행을 가신 것이 아니라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었다. 목이 메어온다.
나와 헤어지면서 “잘 다녀오라”고 “6주 후에 다시 만나자”며 손을 흔들어주시던 분이
“왜 그렇게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 가셨을까?” 아무도 모른다. 오직 하느님만이 아신다.
내가 샤미나드에 도착 하던 날 저녁, 나는 릴롱궤에서 구입한, 수사님들이 좋아하시는
식품들을 싸들고 수도원으로 인사하러갔다. 그날따라 전기까지 나가서 우리들의 만남은
더욱 어둡고 침울했다. 티모데오 수사님은 무주주에서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고 오시던 중,
카롱가 근교에 있는 호수가 길에서 사고를 당하셨다고 했다. 다른 자동차와 충돌한 것도 아니고,
수사님의 차만 낭떨어지에 추락하여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한다.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하시느라 앞을 볼 수가 없었던지 아니면 졸음운전일 수도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토요타 더블 캐빈 좋은 차도 함께 수명을 다했다고 한다.
수사님들은 티모데오 수사님을 자신들의 정원 끝자락에 묻으셨다. 내가 세들어 사는 집 정원의 끝자락이기도하다.
죽은 자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아프리카사람들의 풍습이라 이곳에서는 어디서나 무덤을 볼 수가 있지만,
죽은 자들을 정원에 묻는 일들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전혀 익숙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죽음이 항상 곁에 있음을 묵상하라고 주시는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이 있는 곳에는 생명도 있음을 오늘 아침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수사님들의 요리사인 에릭의 여자 조카가 학교에 다니는데 학비가 없다고 하기에, 일 년 전부터
도와주기 시작했다. 살로메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16살의 아가씨는 미인은 아니지만
통통하게 살이 붙은 귀여운 아가씨라서 나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우리 집에서 하루2시간씩 일하면서
학비와 용돈을 벌게 해주었다. (돈을 그냥 주면 게을러지니까)
내가 없는 동안에 그녀가 임신이 된 것을 알고 온 동네가 난리가 난 것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풀이 죽은 살로메가 나타났다. 임신 5개월이니 배도 볼록하게 나와 있었다.
아이가 아이를 임신한 모습이 몹시 안쓰러웠다.
살로메는 간호원이 되고 싶어 하기에 열심히 공부하면 내가 간호대학까지 보내주겠다고 했었는데,
자신의 미래를 단 한 번의 실수로 허물었다. 남자친구가 너와 결혼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학교에 더 다녀야한다고, 그러나 자신은 더 이상 학교를 갈 수가 없다고 했다.
"네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울먹이는 그녀를 안아 주면서 계속 일하러 오라고 했다. 만삭이 될 때까지는 조금씩
일을 시켜서라도 그녀의 고통을 조금은 위로해주고 싶었다. 학교도 못가고 날마다 집에 앉아
그녀가 얹혀사는 친척들에게 구박받을 그녀의 현실이 바로 이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뒤에, 원하지 않는 생명도 함께 찾아오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다.
이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의 부주의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는가 하면, 무질서한 성적 욕구가 원하지 않는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모든 불행을 하느님이 주신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그래서 “깨어있으라” 하셨다.
어둠이 언제 우리를 집어 삼킬지 모르니 “항상 깨어있으라” 간곡히 당부 하셨다.
살로메 같은 실수를 통해 미혼모가 된 청소년들이 이 아프리카 땅에 너무도 많이 있다.
젊은이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알고 보면 부모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까닭이다.
살로메와 그 남자친구 둘 다 이혼한 부모들이 이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 친척집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다.
미혼모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겨지던지, 아니면 미혼모가 친정 식구들의 보호를 받으며
슬프게 살아간다. 그들은 너무도 일찍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며 부모들이 자신들에게 한 그대로
자녀를 버리고 떠나가면서 그들의 불행을 대물림하고 있다.
모든 죽은 자와 산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뿐이다.
첫댓글 너무나 마음 아픈 소식이예요. 수사님의 자리가 한동안 마음을 아프게 하겠네요. 살로메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밤새고 새벽을 맞았습니다. 아침 라디오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베마리아군요 ! ... 어리디 어린 아이들이 엄마가 되어 겪을 고통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부디 이 노래를 들으며 치유받기를.. 그래서 그녀들은 저보다 행복할 겁니다. 부디 선생님이 걸어가시는 그 길 끝까지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김혜영님, 감사해요. 밤을 샜다니, 글쓰는 일이 만만치 않군요. 우리가 하는 일에 그런 열정과 헌신이 없이는 열매를
볼 수가 없겠죠? 열메 없는 나무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지난번 메일이 안들어갔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보냈는데,
받으셨는지요? feedback을 주시면 고맙겠어요. 오늘도 주님의 사랑 안에서.....
사랑하는 김교수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셨군요..
인간의 삶이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마지막 숨이 마치는 날까지 살아야 하니까요..
현실은 늘 현실이고...
교수님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의 쉼터를 찾은 기분입니다.
항상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이 느끼시고 생각하신것이
어느새 제 마음에 가득차옵니다.
주님께서 항상 당신의 편이시고 그분이 교수님을 붙들고 계심을 알기에
오늘도 주님을 찬미합니다..
가까운 시일에 매우 좋은 소식 알려 드릴깨요.. 메일 기다려 주세요,,
요셉 목사님, 오랜 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굼금했는데 감사합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멀리 가시면 안되요! 항상 저희들 곁에 계셔주시고 새로운 일들을 통해서 게으른 나의 제자들을 흔들어 깨워주세요.ㅎㅎ
이곳에 예수님의 사랑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때에 잘 돌아온것 같습니다. 주님이 갖고계신 그 "연민의정"
으로 이곳 사람들을 위로하렵니다. 좋은 소식 곧 전해주세요. 기대됩니다.
요셉 목사님, 오랜 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굼금했는데 감사합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멀리 가시면 안되요! 항상 저희들 곁에 계셔주시고 새로운 일들을 통해서 게으른 나의 제자들을 흔들어 깨워주세요.ㅎㅎ
이곳에 예수님의 사랑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때에 잘 돌아온것 같습니다. 주님이 갖고계신 그 "연민의정"
으로 이곳 사람들을 위로하렵니다. 좋은 소식 곧 전해주세요. 기대됩니다.
아녜스님,^*~~ 소식을 접할때 마다 뭉클하고 찡~~~ !!! 주님의 예고없는 부르심 받은 수사님^^ 도우미 살로메^^
다양하게 그곳 천사 역활 맡겨 주시는 주님을 ^^ 우리는 여기서 뵙습니다..!! 아녜스님으로 부터 ~~~~~!!
지칠 줄 모르는 천사님..!! 주님께서 들으십니다 우리의 기도를... ^*^ 힘 짱...!!!
루시아 자매님, 집에 도착해서 드리는 처음 인사에요. 얼마나 긴 여행이었는지 무사히 도착한 것만도 기적이지요.와서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었네요.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 묵상하면서 고통받는이들을 위로하려합니다. 우리는 모두 깨질 수있는 질그릇임을 알게해주십니다. 격려의 말씀이 늘 힘이되고있어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아녜스님 이제야 집에 도착 하셨네요 정말 고생 하셨네요 돌아가신 수사님도 고통중에 있는 살로메도 우리들 삶이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삶의 현장에서 그들의 위로가 되어주는 주님의 사랑을 살고 있기에 늘 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살아계신 주님 늘 함께 하시는 주님과 함께 그들의 희망이요 힘이 되시기를...건강 하시기를....
노랑나비 친구여, 그래요. 이제는 집에 왔어요. 모두들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요! 그동안 인간의 모든
고뇌가 쌓여 침울하던 이곳에 기쁨과 희망의 전도사가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요.ㅎㅎ 오늘 오후에는 토요미술학교, 저녁에는 수사님들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려고해요. 아, 주님이 왜 나를 이곳까지 보내셨는지, 이제야 알 것같네요. 그들을 위로하시려는 그 연민의 정을 내게 주셨어요. 힘을 주는 친구에게 늘 감사 !
수사님들을 맛있는 저녁에 초대하여 위로하려고합니다.
노랑나비 친구여, 그래요. 이제는 집에 왔어요. 모두들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요! 그동안 인간의 모든
고뇌가 쌓여 침울하던 이곳에 기쁨과 희망의 전도사가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요.ㅎㅎ 오늘 오후에는 토요미술학교, 저녁에는 수사님들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려고해요. 아, 주님이 왜 나를 이곳까지 보내셨는지, 이제야 알 것같네요. 그들을 위로하시려는 그 연민의 정을 내게 주셨어요. 힘을 주는 친구에게 늘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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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그리고 원하지 않는 생명..
정말 아이러니 하면서도 가슴아프네요.
하루하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이 모든걸 다 감당해 내시는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