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하고 싶지?
-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1.
도서관에 간다고 나갔던 두 아들이 풀이 죽어 돌아왔다. 뒤따라 온 엄마는 화가 잔뜩 났다. 엄마는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며 도서관에 들렸다. 두 아들은 구석에서 몰래 스마트폰에 게임을 다운받아서 하다가 딱 걸렸다. 첫째가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이지만 폰을 사주지 않았다. 도서관을 가거나 밖에 나갈 때 연락하려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만 하나 있다. 그 폰으로 게임을 하다 엄마한테 걸렸다.
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윽박질렀다. 셋째 아들은 금방 눈물을 터뜨렸다. 잘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첫째는 별 반응이 없다. 아, 이제 이 방식으로는 겁을 안 먹는 나이가 되었구나! 순간 깨달았다. 아무 말 안하고 곰곰 생각해봤지만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 몰랐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 것도 화가 났지만, 나와 아내를 속인 게 더 속상했다.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를 속인 게 큰 잘못이라는 걸 알게 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 먹었다.
‘얘들아, 나는 너희가 엄마, 아빠를 속이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았으면 해. 너희가 크면 클수록 엄마, 아빠를 속이는 건 더 쉬운 일이 될거야. 엄마, 아빠는 점점 늙고, 너희는 더 똑똑해질거거든. 엄마, 아빠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확인할 수가 없어. 아빠는 어떻게 해야 너희가 다시는 엄마, 아빠를 속이지 않을까? 거짓말하지 않을까? 솔직히 모르겠어. 폰을 뺏고 못 쓰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안할까? 순간 불편하겠지만 얼마 안 지나서 폰을 다시 받을 거고, 다시 게임하고 싶어 거짓말하지 않을까?’
이 정도 말하니 첫째도 알아 들었는지 하염없이 울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 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다 같이 닌텐도 스위치로 2,3시간 정도 게임을 한다. 개인 스마트폰은 없으니 유튜브는 보지 않는다. 종이접기, 양말목 공예를 할 때 아이패드로 보는 정도다. 거실에 공용 데스크탑이 있다. 하루에 30분 정도 엔트리로 코딩을 하거나 한글 문서 작업을 한다. 다른 집에 비해 스마트 기기를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통제한다. 첫째가 자랄수록 얼마나, 어떻게 허용해야 할지 고민된다.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조절해주고 싶다.
2.
한동안 두 아들은 몰래 게임을 하고 싶은 유혹을 잘 이겨내는 듯 했다. 얼마가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한테 또 걸렸다. 아내도 나도 처음보다는 여유롭게 대처했다. 나는 또 두 아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엄마도 따라서 들어왔다.
처음과 달리 윽박지르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며칠이나 했는지 물었다. 일주일 정도 했단다. 그렇게 몰래 하고 집에 왔을 때 마음이 괜찮았냐고 물었다. 셋째는 유독 엄마를 좋아한다. 셋째에게 ‘너, 엄마 속이고 게임하고 와서 너가 좋아하는 엄마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라고 물었다. 펑펑 운다.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 거짓말 하고 들어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다고 처음에는 얼마나 불편했을까. 나도 우리 엄마, 아빠를 속여봐서 아이들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나는 첫째에게 “유림아, 그렇게 하고 싶었어? 너 또래 친구들은 다 하는데 너만 못해서 그랬지? 너도 많이 하고 싶었지?” 첫째도 엉엉 운다. “아들, 너가 엄마 아빠 말 잘 따라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예전에 아빠도 할아버지를 속인 적이 있었어. 거짓말한 게 걸렸는데, 나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지. 할아버진 속아주셨어. 그리고 딱 한 마디 하셨다. ‘지호야, 거짓말은 하지 마라!’ 그 말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차라리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고 혼날 걸! 아직도 할아버지께 죄송스러워. 너희는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는 게임을 충분히 못해서 그런가 싶어 “게임 더 하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해. 더하게 해줄게.”라고 다독여주었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안다. 아이들은 계속 크고,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얼마나 허용해야 할지, 어떻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게 할지 모르겠다.
“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디지털 중독과 의존 문제는 부정적인 측면만 보고 금지와 통제만을 강조해온 결과이다. 디지털 기기를 만나기 전에 그것을 배움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올바로 사용하도록 교육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균형 잡힌 생활을 하게 된다. 물론 그 교육은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기 전에 해야 한다.”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146)
*이 글 아이들 동의없이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첫댓글 아이들은 본인이 잘못한 일을 공개하는 게 원치 않을 테니, 물어보면 당연히 공개하지 말라고 할 거 같아요. ㅠ
아, 글에 대해서 좀더 쓰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늘 정책편지 마감이라 ㅠㅠ
커밍 쑤운;;;
아무래도 이야기하면 하지 말라고 하겠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ㅎ 기다리고 있을게요~
음..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독자들이 공감을 많이 할 거 같아요. 공개하기 꺼려지시면 아이들 이름을 가명으로 하는 건 어때요? 지호 샘이 드러나서 별 효과 없으려나요?
첫째 아이는 이제 중학생 되는데.. 기기 사용 시간에 대해서 따로 대화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어느 정도 허용해 줄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거짓말하지 않도록, 잘 조율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물론 쉽지 않지만요.
동의받고 글을 공개하고 싶긴 한데, 물어보면 안 된다고 할 것 같구요^^;;;
첫째가 크니깐 이것저것 더 하게 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요~ 이야기하면서 조율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ㅎ
조언해주셔서 고마워요~ 거짓말하지 않도록 잘 조율해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