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삶의 이야기】
‘어머니의 손’ 이야기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어느 시인이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끝까지 꼭 보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안대로 눈을 가린 두 젊은이, 살며시 나타난 정체 모를 두 아주머니,
손을 만져보고 아주머니 직업을 맞히는 영상이었다.
끝까지 보라고 당부한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눈을 가린 채 앞에 계신 분의 손만 만져보고도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 정확히 맞히는 두 젊은이.
내 어머니도 그랬지. 그보다 더 눈물겨운 내 어머니의 손이 그랬지.
자, 그러면 그 거칠고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들의 <어머니 손>을 만지러 가자.
2023.7.6. 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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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두 엄마의 손(2023년)
■ 손을 만져보고 『직업 알아맞히기』
※ 출처 = 유튜브 영상 《경영TV》
https://www.youtube.com/watch?v=MqH966CiJQU&t=3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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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이야기』 순서 ▣
1. 나의 어머니 손(1950년~1970년대)
2. 식당 아줌마의 손(2005년)
3. 어느 엄마의 손(2023년)
나의 어머니 손(1950년~1970년)
열 손가락 모두 갈라져 반창고 붙이고 다니신 어머니 돈도 세지 못하셨지요. 제가 휴가 오면 ‘농협 아가씨 상냥하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셨는데, 그 아가씨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도 다 어머니 덕이 아니겠어요? ― 윤승원(대전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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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님이 그리운 어머니에게 띄운 한국에서 가장 짧은 편지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
자식의 편지를 받고 기쁨에 겨워 함박 웃음 지으실, 아니 저 세상에서도 눈물 글썽이실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희도 코끝이 찡해 옵니다.
편지에 실은 그 동심, 어머니를 향한 그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평생 사시길 빌겠습니다.
보내드리는 이 반지는 어머니를 통해 님과 샘터가 맺은 사랑의 증표입니다. 영원히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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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사에서 보내준 <사랑의 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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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 아줌마의 손(2005년)
【윤승원 수필】
[청촌수필] 식당 아줌마의 손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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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아줌마의 손
윤승원 수필가
손님이 북적대는 식당은 무언가 달라도 다르다. 음식 맛이 특별하다고 소문이 났다든지, 종업원의 남다른 친절과 상냥함이 유독 기분 좋게 한다든지, 대접받은 서비스에 비해 음식 값이 유난히 저렴하다든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남다른 외모도 손님을 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관공서 주변에 그런 인상적인 음식점이 한 군데 있었다.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중국 음식점이었다. 많고 많은 음식점 중에서 점심시간이면 유독 이 음식점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붐볐다.
◆ 음식점에 손님이 붐비는 또 다른 이유
자장면이나 짬뽕을 한 그릇 먹더라도 다른 중국 음식점을 찾지 않고 직원들은 꼭 그 음식점만을 찾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계산대에 앉아 있는 남다른 미모의 여주인에게 그 비밀이 있었다.
남편은 주방장으로서 음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고 여주인은 계산대에서 돈을 받거나 손님에게 엽차를 따라주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이 음식점에 대한 깔끔한 분위기를 여주인의 모습에서 느꼈다. 음식점에 대한 그러한 손님들의 신뢰감은 전적으로 여주인의 개성 있고 우아해 보이는 외양에 있었다.
쇼윈도의 마네킹보다 더 근사한 옷차림과 언제나 미장원에서 금방 나온듯한 단정한 머리 모양, 그리고 남자 손님들이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빨려 들어 가는듯한 독특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백옥같이 흰 살결에다가 연분홍 매니큐어가 돋보이는 여자의 손이 유난히 예쁘고 고와, 그런 고운 손으로 음식을 대접받는 손님들은 마치 왕자님이 된 기분을 가져도 좋았던 것이다.
밥을 한 끼 사 먹어도 이렇게 예쁘고 깔끔한 모습을 지닌 여주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으면 적어도 청결도 면에서는 신뢰감이 생기는 것은 손님으로서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한 선입견은 음식 맛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뭇 손님을 상대하는 음식점의 맛과 청결도는 그래서 주인의 성격과 외양을 따라간다는 말이 조금도 그르지 않다.
그러니 수많은 손님의 입을 통해 맛있고 깔끔한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소문으로 이어져 단골이 늘어나는 것이다. 흔히 미모의 탤런트를 일컬어 ‘만인의 애인’이라고 한다면 그 음식점 여주인도 그와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멋지고 아름다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 요즘 내가 부담 없이 즐겨 찾는 음식점
그런데 정작 필자가 요즘 자주 찾는 음식점은 그런 미모의 여주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나 돈을 받는 여주인도 그처럼 특별한 외모나 친절한 인상을 지닌 것도 아니다.
밀려오는 손님들로 언제나 바빠서 식당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손님들도 주로 서민층이다.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하는 일꾼들도 칠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단골로 찾아오고, 택시기사들도 이 골목에 들어서면 유독 이 음식점만을 찾는다.
차려 주는 음식이 소박한듯하면서도 정갈하고, 맛도 역시 그 옛날 시골 어머니가 해 주시던 손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 필자도 동료 직원들과 함께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빈 그릇을 치우는 40대 아주머니의 손을 유심히 본다. 이 아주머니는 몸집이 유난히 크다. 이마에서 땀도 많이 흐른다. 손이 예쁘지도 않다.
▲ 식당 아줌마의 손 - 고단함이 배어 있는 늘 젖은 손, 손님이 남긴 온갖 지저분한 것을 치우는 고마운 손, 매니큐어 손 관리는커녕 핸드크림 한번 제대로 바르지 못하는 거친 손이다.
다 먹고 난 음식 찌꺼기며, 빈 그릇을 정리하는 아주머니의 그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잠시 넋을 잃는다.
수 십여 명이 일시에 휩쓸고 지나간, 폐허처럼 어지럽혀진 상(床) 위를 바라보면 저 많은 것을 언제 다 치울까 걱정이 앞선다.
밑반찬이 유독 많은 한식이란 게 각양각색의 그릇들이 좀 많은가.
그것들을 일일이 한곳에 몰아넣기도 하고, 상 위에 발라놓은 뼈다귀며, 생선의 잔가시며, 입에 들어갔다 나온듯한 음식물 잔해도 손으로 만져야 하고, 마시고 난 술병과 사이다 병도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
어느 감기환자가 풀어낸 화장지도, 불결한 어느 신체 구석을 닦아냈는지 모를 더러운 물수건도, 식당 아주머니의 손길을 거쳐야 만이 비로소 정리가 된다.
◆ 그 고단한 손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어디 그 뿐인가. 크고 작은 그릇을 쟁반에 차곡차곡 쌓아 허리 휘게 주방으로 날라야 한다. 한 방(房)의 상이 그렇게 치워지면 또 다른 방의 빈상이 기다린다. 그게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
음식을 사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음식점에 가는 일만큼 가벼운 설렘을 동반하는 즐거운 일도 없다.
그러나 식당 일을 하지 않고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운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일거리가 태산 같은 이 식당이야말로 일터치고는 고달프기 짝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낯선 수많은 사람들이 폐허처럼 만들어 놓고 간 음식 찌꺼기를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이야말로 신성한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고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못해 먹을 노릇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값싼 동정이 아니라, 이마에 흐르는 땀조차 씻을 겨를 없이 바쁘고 고달프게 움직이는 식당 아주머니의 손을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손님을 미모로 유혹하는 어느 음식점의 여주인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옷차림이나 미장원 머리는 하지 않았어도 정이 간다.
연분홍 매니큐어가 돋보이는 고운 손으로 엽차를 따라주면서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특별한 음식점이 아니어도, 나는 이렇게 고달픈 식당 아주머니가 일하는 소박한 식당을 그래서 자주 찾게 된다.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듯한 그 아주머니의 물기 마를 날 없는 거친 손길을 바라보면서 잠시라도 그 노고를 생각하여 고마움마저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므로, 손님들이 언제나 저렇게 붐비는 것이리라.
이렇게 고단하게 일하는 식당 아주머니는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필시 쑤셔대는 어깨 팔다리를 어린 자녀들이 달려들어 주무를 것이 분명하다.
모쪼록 몸 건강하여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그 부지런한 손놀림을 이 식당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국정브리핑 2005년 2월 1일)
국정넷포터(ysw2350@hanmail.net)
윤승원님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람을 느끼는 현직 경찰관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틈틈이 글을 써 오면서 1990년 등단 이후<삶을 가슴으로 느끼며>, <덕담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우리 동네 교장선생님>, <부자유친>등 수필집을 펴낸 바 있습니다. 2001년 『경찰문화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국정브리핑 2005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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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두 엄마의 손(2023년)
■ 손을 만져보고 『직업 알아맞히기』
※ 출처 = 유튜브 영상 《경영TV》
https://www.youtube.com/watch?v=MqH966CiJQU&t=2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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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편의 <어머니 손 이야기>가 마음 따뜻해집니다.
가슴에 촉촉이 스며드는 감동입니다.
어머니 갈라진 손가락 마디마디에 반창고를 붙여 드릴 수밖에 없었던 그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샘터사에서 보내준 ‘사랑의 증표’ 금반지를 보면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