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갓김치
시기가 지난듯하다. 아니 지금이 딱 맞는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텃밭에서 이놈을 쳐다보고 있을라치면 몸이 말을 한다. ‘더 늦으면 안 돼! 서두르란 말이야.’ 이미 여러 교육생이 일부를 뽑아 김치를 담근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갓의 크기가 족히 세 뼘은 될 법한 것도 여럿이다. 저렇게 굵고 크게 자랐는데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모르면 묻는 게 상책이다. 아내가 친구와 통화를 한다. 키가 50cm 내외의 갓으로 김치 담그기가 일반적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일부를 그녀에게 보내기로 했다. 상처 없는 좋은 상품을 보내기 위해 읍내 마트에서 커다란 골판지 상자를 구했다. 너덧 포기씩 신문지로 포장해서 조심스레 담았다. 6.8kg의 택배비가 12,000원이다. 이런 건 우체국보다 농협 택배가 좀 더 저렴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우체국을 택한 것은 게으른 탓이다.
갓김치 하면 여수 돌산이다. 돌산에서 자라는 갓이 향이 좋기로 소문났다. 아마도 토양과 바닷바람의 차이 때문이라 생각된다. 같은 종자라도 다른 지역에서 자란 것은 맛과 향이 다르다고 한다. 돌산갓은 맛과 식감이 부드러워서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로라고 한다. 다른 지역 갓으로 갓김치를 담으면 강한 향과 맛을 내지만 식감이 질긴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걱정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구례 갓을 보냈는데 품질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들릴까 봐 두렵기도 하다.
궁합이 맞는 음식이 있다. 갓 특유의 독특한 향에 톡 쏘는 강렬한 매운맛과 열무김치 같은 아삭한 식감으로 젓갈 향이 퐁퐁 나는 덕분에 느끼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고기와는 환상의 조합이다. 라면에도 나무랄 데 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잘 익은 갓김치는 김치 특유의 맛이 더해지기 때문에 그리울 때도 있다.
작은 김치통 2통에 가득하다. 젓갈 탓에 숨이 더 죽어 반으로 줄었다. 손으로 휘휘 저어 젓갈 향이 오르는데 군침이 꼴까닥하고 넘어간다. 알싸한 맛에 사각사각한 식감이 좋다. 한 통은 서둘러 냉장고에 넣어 둔다. 베란다에서 일주일 정도 두면 풋내 없는 갓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림이란 설레어서 좋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자꾸만 눈길이 갈 김치통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인다.
자랑하고 싶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누나나 동생들이 단풍 구경을 온다면 고기 구워 갓김치 한 접시 내놓기라도 하겠는데. 모두가 너무 멀리서 산다. 창밖에는 비가 추적인다. 단풍은 아직 이르다.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따끈한 쌀밥에 도가니탕과 함께 잘 익은 갓김치를 먹으면서 구례의 시월을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알샤함을 알겠제?
콧등도 찡~한다
맛있다니까. 내가 키운 갓이잖어.
아버님 저희한테 조금만 자랑해주세용 🙏
11월 9일, D-day 입니다. 조금이라 했으니 조금만 드리지요. 으하하하!
내가 먼저다
ㅋㅋㅋ 이걸 우짜노? 우째야 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