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숲은 특별하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숲이 있다. 삼림욕을 할 수 있는 명품 숲도 있다. 풍광도 빼어나다. 담양에서 가까이 사는 내가 호사를 누리는 이유다. 담양으로 간다. 초여름 뙤약볕을 피해 명품 숲길을 하늘거리는 내가 그려진다.
'삶의 무게에 눌려/하루에도 몇 번씩/주저앉고 싶을 때/너를 바라보고 있으면/빛바랜 마음이 푸르러진다//끝없는 욕망으로/곧고 푸름을 지탱해 온/너를 바라보고 있으면/한 없이 한 없이 낮아지는/나를 다시 보게 된다'
문순태의 시 '청죽을 보며'가 떠오른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대나무골테마공원으로 먼저 간다. 30년도 넘은 오래 된 대숲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복진 씨가 심고 가꿨다. 관급자재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만큼 자연미가 살아있다. 죽녹원과 달리 북적거리지 않아 더 호젓하다.
대밭에 죽순이 쑥-쑥- 자라고 있다. 하루에 50~60㎝씩 키를 키우는 죽순이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을 실감한다. 대밭에서 이슬을 먹고 자라는 죽로차도 운치를 더한다. 연한 찻잎 하나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정성스런 손길로 무쇠 솥에 덖고 비벼 만든 죽로차 한 모금이 그립다.
대숲 사이로 난 산책길도 멋스럽다. 길에 대 이파리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떨어진 댓잎을 쓸어버리지 않아서 더 정겹다. 발밑에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대숲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솔향도 진하게 묻어난다. 솔숲에 춘란도 여기저기 보인다.
죽림욕과 송림욕을 번갈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숲과 솔숲, 다시 대숲으로 이어지는 길도 예쁘다.
죽녹원에 가려져 있지만, 영화나 광고 촬영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 '전설의고향'을 비롯 영화 '여름향기', '청풍명월', '흑수선' 등을 여기서 찍었다.
잰걸음으로 훑어보며 지나기엔 너무 아깝다. 댓잎 스치는 소리에 귀를 열고 걸어야 한다. 사악-사악- 소-소-소-. 살랑살랑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이채롭다.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대의 연주음이다. 눈과 귀가 깨끗하게 씻기는 느낌이다. 마음속까지 청아해진다.
한사코 좋은 대밭이다. 신석정 시인의 표현처럼 '한사코 성근 대숲'이다. 정말이지 죽(竹)여주는 대밭이다.
| 죽녹원 뒤쪽에 있는 죽향문화체험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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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나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간다. 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시원스럽다. 흡사 숲속의 동굴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파리를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초록물이 묻어날 것 같다.
이 모습을 보려고 천리 밖의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 아스콘 포장을 걷어내고 흙을 깐 것도 반갑다. 자전거도 다니지 않아 맘 놓고 거닐 수 있다. 마음의 찌든 때와 눈의 피로를 씻기에 그만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관방제림 숲길로 이어진다. 관방제림(官防堤林)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천변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은 풍치림이다.
담양읍 남산리에서 대전면 강의리까지 장장 6㎞에 이른다.
숲 조성은 조선 중기 인조(1648년) 때 부사를 지낸 성이성이 시작했다. 철종(1854년) 때 부사 황종림이 주민을 동원해 정비했다. 당시 7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320여 그루가 남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읍내 1.2㎞ 구간은 신묘하기까지 하다. 200년도 넘은 팽나무와 느티나무, 이팝나무, 엄나무, 개서어나무로 울창하다.
천변 숲길은 사철 아름답다. 봄엔 신록으로, 가을이면 낙엽으로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겨울에는 적막감 도는 호젓함으로 유혹한다. 이맘때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선사한다. 마을 가까이에서 주민과 늘 함께하는 것도 더 없이 좋다. 벤치와 파고라도 여러 개 놓여 있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관방제림에서 죽녹원으로 가 대숲을 걸어도 좋다. 언제라도 지친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대숲이다. 너른 땅에 꼿꼿이 선 대숲은 한여름에도 상쾌하다.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운수대통 길 등 색다른 이름의 산책로도 정겹다. 대숲에서 뿜어내는 인공 분수의 물줄기도 시원하다. 한낮의 뙤약볕이 맥을 못 추고 사라진다.
죽녹원 뒤편에 있는 죽향문화체험마을도 가볼만 하다.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광풍각 등 담양의 누정을 축소해 만들어 놓았다. 여기저기 발품 팔지 않고도 여러 누정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면앙정가, 성산별곡 시비도 세워져 있다.
대숲 길과 솔숲 길, 다시 가로수 길과 제방 길, 대숲 길을 걸을 수 있는 여정이다. 우리 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명품 숲길의 종합 세트다. 꿈결처럼 보드랍고 황홀하다. '그 대(竹)' 생각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감미로운 한나절이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ㆍ전남도 대변인실
●가는 길
담양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순창ㆍ남원 방면으로 간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석현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한다. 여기서 2㎞ 가량 들어가면 대나무골테마공원(담양군 금성면 봉서리 산51-1)에 닿는다.
●먹을 곳
| 비빔국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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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요리를 맛봐야 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로 귀까지 즐겁게 해주는 죽순회무침은 명가죽순요리(381-3822)를 알아준다.
대통밥과 떡갈비는 옥빈관(382-2584)과 호남회관(383-8338)을 추천한다. 숯불돼지갈비는 원조제일숯불갈비(381-1234)가, 퓨전한정식은 금송정(382-9009)과 들풀(381-7370), 담양愛꽃(381-5788)이 맛있다.
진우네국수(381-5344)는 멸치국물에 말아주는 잔치국수로 소문 나 있다.
●묵을 곳
한옥에서 펜션까지 다양하다. 금성면에 대솔뫼한옥민박(382-8804)과 쌍둥이관광펜션(383-0076)이 있다. '슬로시티' 창평의 한옥에서(382-3832)와 매화나무집(010-7130-3002)도 멋스럽다. 담양읍의 명가혜(010-5789-6015)도 괜찮다. 담양온천리조트(380-5000)도 있다.
●가볼 곳
'가사문학의 산실'로 알려진 식영정과 환벽당, 가사문학관이 있다. 풍류의 공간인 소쇄원과 명옥헌원림도 있다.
금성산성과 연동사도 가볼만 하다. 가마골과 한재골, 용흥사계곡은 시원하다. 옛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송학랜드는 금성면에, 장미꽃이 만발한 죽화경은 봉산면에 있다.
●문의
담양군 관광레저과 061)380-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