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119회 ― 우리들의 런웨이
서울.
강인괴 미송이 결혼한후
RUNWAY KANG은
창립 1주년을 기념하는특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무대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
'우리들의 청춘.'
강인은 런웨이 도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번 무대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어."
미송이 물었다.
"어떻게?"
강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리 모두."
"같이 걷자."
회의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도윤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뭐?"
"디자이너도?"
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컬렉션은."
"우리 모두가 만든 거니까."
미송도 환하게 웃었다.
"좋아."
"학생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들이잖아."
도윤은 두 팔을 벌렸다.
"그럼 나는."
"모델 대표!"
재민이 손을 들었다.
"저는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는데요."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넘어져도 우리가 일으켜 줄게."
소희도 미소를 지었다.
"우리답네."
현우와 세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다."
은별은 카메라를 들며 외쳤다.
"이 장면은."
"평생 남겨야 해요."
그때, 미송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근데… 준혁이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게?"
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연락해봤어?"
재민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해볼게요."
잠시 후.
"…안 받아요."
회의실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준혁이답지 않은데."
강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준비하자."
"분명 올 거야."
드디어 공연 당일.
백스테이지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강인은 친구들의 옷매무새를 하나씩 정리했다.
미송은 마지막으로 넥타이와 스카프를 매만졌다.
도윤이 거울을 보며 웃었다.
"이렇게 다 같이 런웨이 걷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냐?"
재민이 미소를 지었다.
"학생 때는."
"과제만 끝나도 행복했는데."
하지만 모두의 마음 한켠에는
같은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준혁이는 어디에 있을까.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RUNWAY KANG 창립 1주년 기념 컬렉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모델은 도윤이었다.
당당한 워킹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전문 모델들이 차례로 무대를 채웠다.
그리고 피날레.
음악이 잔잔하게 바뀌었다.
도윤이 런웨이 끝에서 멈추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로.
강인이 걸어 나왔다.
미송이 그의 옆에 섰다.
이어 소희.
재민.
수진.
현우.
세나.
은별.
한 사람씩,
천천히 런웨이를 걸었다.
하지만.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객석에서는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한 명 빠진 거 아니야?"
"누구지?"
강인은 런웨이 중앙에서 걸음을 멈췄다.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어 있는 자리까지.
입학식에서 처음 만났던 날.
재봉틀 앞에서 밤을 새우던 실습실.
동대문 원단시장.
졸업.
이별.
유학.
재회.
첫 브랜드.
첫 컬렉션.
그리고.
함께였던 준혁.
모든 시간이
오늘 이 무대로 이어졌다.
그때.
무대 뒤쪽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야!! 잠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 사람.
준혁이었다.
"미안…!"
"지하철이… 끊겨서… 아니, 갈아타다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헐떡이는 준혁을 보며
도윤이 크게 웃었다.
"야 이 자식아!"
"지금 오냐?!"
미송이 눈을 흘기면서도 웃었다.
"그래도 왔네."
강인은 조용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늦었지만."
"같이 걷자."
준혁이 그 손을 잡았다.
"당연하지."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이 채워졌다.
준혁은 숨을 고르며
친구들과 나란히 섰다.
조금 어색한 걸음.
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인 표정.
객석에서는 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저 사람이었구나!"
"끝까지 함께하네."
강인이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혼자였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미송이 그의 손을 잡았다.
"우리 모두."
"함께 왔잖아."
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같이 간다."
준혁이 숨을 고르며 웃었다.
"이번엔… 안 늦는다."
친구들이 모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함께."
그 순간.
객석에서 누군가 먼저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어 한 사람.
또 한 사람.
이내 공연장 전체가 뜨거운 박수로 가득 찼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관객들은 웃으며,
그리고 감동한 표정으로
무대 위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친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강인은 친구들과 함께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학생 시절에는
각자의 꿈을 꾸던 청춘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걷는 동료가 되어 있었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 아래,
그들이 걸어온 길 자체가 하나의 런웨이였다.
그리고 그 런웨이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제119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