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왠지 유독 상쾌하고 기분 좋은 날이 있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러했다.
곡식을 무르익게 하는 따가운 가을햇살도 그렇고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도 서글서글한 친구 같았다.
막내 등굣길에 맞춰 부지런히 꽃단장을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ㅎㅎ)
등교시킨 그 걸음에 흥덕지구로 가서 지현학우님을 만나고 정자동으로 달려갔다.
아침 시간이 빠듯한 날 대신해 빵(자립장 식구들 몫)을 주문해놓은 친절한 총무님~ 생글생글 예쁜 은옥씨가 빵과 커피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뿐히 다가온다. 어제 산 음료와 바나나와 함께 트렁크에 정리하고 핸폰의 내비게이션을 연다.
사십여분을 이름도 모르는 길을 ...새로 난 도로도 생경하지만 수다를 떠느라 어느길로 갔는지~ 암튼 잘 도착했다.
거의 도착할 무렵에 걸려온 민병선 학우님의 전화~ 시간에 딱 맞추어 오셨다.이삼분여 뒤에 김영일 회장님 도착.
자립장앞에 미리 나오셔서? 기다리시던 김정석선배님의 안내로 센터의 총무님(?)과 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자립장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어 다들 내심 놀라는 눈치다. 사실 내가 생각한 장애인 작업장은 20평 남직한 공간에서 테이블위에서 무언가를 조립하거나 붙이는 작업정도였는데 ..우물안 개구리였다.ㅎㅎ
2층으로 올라가니 직원과 여성 장애인 보조원이 있고어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옆 공간으로 들어갔다.
자립장식구들의 식당으로, 회의실로 쓰일만한 다용도실 같은 곳이랄까?
둘러앉으니 김정석선배님이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신다. 그 안에는 자립장 안내지와 자립장에서 만든 포스트잇 같은 접착식메모지,
어디선가 구하신 마스크팩, 그리고 핸드크림이 들어있었다. 그저 황송하고도 감사감사~하다.
뭔가 홀린 듯 빠져드는 선배님의 자립장에 대한 설명이 한참을 이어가고 궁금한 점을 질문해가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깨닫게 되었다.
< 사단법인 곰두리봉사협회 장애인자활자립장>은 한마디로 사회적 기업이다. 총 직원이 14명~그 중 중증장애인이 9명..청각장애인도 한 명있다. 20세에서 67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며 주 생산품은 복사용지이고 납품은 조달청을 비롯하여 서울시청 및 25개 자치구청, 중소기업은행.서울지방병무청, 각 지역 복지관등등이다. 연매출이 35억이라니 다들 입이 쩍~~벌어지는 사업규모였다.

자립장에 대한 설명은 사진으로 패쓰~ㅎㅎ
자립장 식구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올 시간이 되어 1층의 작업장을 둘러보기로~~
큰 공장이었다..ㅎㅎㅎ 반 자동화 시설이 갖춰진 작업장에서 아직 열심히 작업중인 사나이들의 뒷모습...
위험한 컷팅작업은 비장애인이 포장과 박스에 담기등은 장애인이, 각자의 성향과 능력에 맞게 임무가 주어져 일하고 있다.
얼핏 보기엔 전혀 장애를 가진 것 같지 않은 청년도 있고 다들 상태가 아주 양호한 청년들..그리고 연세 많으신 한분...
다들 우리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생각보다 일사분란하게 맡은 공정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을 보니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하던 내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산처럼 쌓여 있는 복사용지들..전국에 택배로 발송하기도 하고 배송기사만 3분이시란다.
국가의 지원이 없는대신 판로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항상 돌발행동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데리고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장의 책임을 맡고 계시는 선배님이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나의 우려와 달리 너무나 의연하신 선배님..ㅎㅎㅎ)

입구에서 찰칵~ 기념촬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선배님의 뒤를 졸졸....십여분 이동하니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동태찜~전골집이다.
소문난 맛집답게 입구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식욕윽 더욱 왕성하게 하고 먼저 차려진 반찬부터 맛을보니 정말 맜있다.
푸짐한 동태찜과 얼큰한 동태전골로 상이 꽉 차고 다들 아주 맛있게 ~ 또는 정신없이 먹는다.
와사비에 찍어서 먹는 곤이, 알 ,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고 부드러운 시래기볶음도 정말 맛있다.
게다가 선배님의 카드가 쓰윽 ~긇혀지는 소리까지 들리니...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한데 이렇게 식사대접까지 받게 되어 황송하고 감격스럽지만 저절로 입이 헤벌쭉 해지는것을 어쩌랴...들키고 말았다.ㅎㅎ

이런 저런 이야기와 꿀맛같은 식사를 마치고 아쉽지만 작별의 시간~ 인사를 나눈다.
수원의 아줌마들은 돌아오는 길에 소래포구를 들러서 어시장 구경도 하고 ~ 무사히 도착...
제도권안에서 지내는 학생으로서의 기간이 끝나면 성인기(청년기)들의 갈곳은 아직 매우 부족하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중증장애인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가장 고민되고 절실한 부분이 능력에 맞는 작업장을 찾는 것이고
그런면에서 장애인에게 곰두리 자립장은 꿈의 직장이다.(주 40시간의 작업시간 , 4대보험, 최저임금이상)
많은 장애인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적절한 임금은 커녕 때때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인권을 유린당하는 현실속에서 더 빛나는 곰두리 자립장~ 이와 같은 자활작업장이 무지무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한 그 곳에서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계신 분들께 감사하며....
그래도 희망을 꿈꾸는 하루였음에 감사하다^^
첫댓글 사회적기업이 많아져서 장애우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을텐데 말이죠^^ 김정석 선배님 아주 아주 멋지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직원이 많지않은 작업장 이지만 매출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사업장으로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후기를 이제서야 봤네요.... 멋진 후기 감사드립니다. 먼길을 마다않고 왕림하여 주신 대표님 이하 SDU학우님들!!! 모두 멋진 해바라기 사회복지사가 되실것으로 기대합니다. 복지 현장은 사회복지가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숙제가 많고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대변하고 같이 어루어지도록 매개체 역활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지요.... 우리 모두 힘차게 화이팅 하며 밝은 미래를 열어가요..... 해바라기 학우님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