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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빛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아이의 눈빛과 노년의 눈빛이 같을 수 없고, 청년과 중년의 눈빛 또한 같을 수 없다. 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이 난다면 노인의 눈빛은 공허한 경우가 많다. 긴 하루를 딱히 할 일 없이 보내야 하는 무료함이 배어 있고, 그저 세 끼 식사를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삶에서는 눈빛이 빛날 수가 없다.
축 늘어진 살가죽처럼 의욕이 점점 사라져 가는 노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빠르게 달리거나 무거운 것을 번쩍번쩍 들지는 못해도 하루하루를 싱그럽게 살아낼 수는 없을까?
무슨 일이든 넉넉히 포용하는 너그러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조창제 씨, 그는 여든 살의 노인이다. 하지만 노인 같지가 않다. 그는 청년처럼 걸음이 빠르고, 활짝 웃는 웃음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러니 그가 먼저 행복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창제 씨 부부는 서로에게 누구 엄마, 또 누구 아버지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아내의 이름을 불러주는 조창제 씨, 그의 눈은 아이의 눈처럼 초롱초롱 빛이 난다. 조창제 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 청년의 눈처럼 기개가 느껴진다.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반갑다. 유명 예술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닐진대 그에게서는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조창제 씨는 봉사왕이다.
15년 전 직장을 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고아원을 방문할 때마다 김밥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고아원 구석구석 청소를 하는 일이 조창제 씨는 한없이 즐거웠다. 조창제 씨의 봉사는 온양 4동에 국한되지 않고 아산시 전역으로 손길을 뻗었다.
20년 전에 척추수술을 받았지만 봉사로 건강을 회복한 조창제 씨,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서 어르신들께 밥을 해 주는 봉사를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밥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조창제 씨는 봉사할 수 있는 시간들이 감사해서 환하게 웃었다.
잠시 조창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의 작은 수고에 상대방이 좋아하면 제 마음이 더 좋고,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노인 분들이 식사를 끝낸 후에 제 손을 잡고 고맙다고 인사할 때 마음이 벅찹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그래서 저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와도 마음을 다해서 밥을 가져다줍니다.”
조창제 씨는 요즘 무척 바빴다.
경찰학교와 경찰병원 유치 서명운동을 21일 동안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강행했다. 온양온천역, 천안아산역, 배방읍사무소에서 천막을 치고 살다시피 하면서 일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조창제 씨는 무척 고단했지만 자신의 작은 수고가 더 큰 아산, 더 발전하는 아산으로 나아가는데 디딤돌이 되기를 원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교통캠페인에 나서는 조창제 씨, 아내 은숙 씨도 재향군인회 봉사대원으로 군인 가족들을 찾아다니면서 반찬을 해주는 것은 물론 연로하신 분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야간순찰을 돌면서 혹 탈선하는 학생들이 없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피는 은숙 씨는 전의경어머니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조창제 씨는 그런 아내가 어여쁘고 고맙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지런히 봉사하면서 사는 모습을 지켜본 손자 역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랑스러웠고, 닮고 싶었다. 손자는 할아버지처럼 봉사하면서 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조창제 씨는 그런 손자가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조창제 씨, 겨울 날 눈이 펑펑 내리면 조창제 씨가 즐겁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여덟 가구인 마을 사람들 집 앞에 있는 눈은 물론 마을길에 쌓인 눈을 혼자서 모두 쓰는 것이다.
마을 사람 누구라도 눈길에 넘어질 까봐 아침 일찍 눈을 쓸고 있는 조창제 씨, 그의 마음을 마을 사람들 누가 모르겠는가.
그의 선한 행실과 부지런함에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 행복함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뛰어다니며 더 큰 행복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조창제 씨는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더 기쁘다고 말한다.
“길가까지 쓸고 나면 한겨울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그러나 눈이 다 치워진 모습을 보면 내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도 피곤하지가 않아요.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봉사가 일상이 된 조창제 씨, 그의 눈빛이 순진무구하게 살아서 빛이 나고 젊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온양 4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불법 광고물을 철거하는 조창제 씨, 그렇게 들어온 3백만 원 가량의 돈은 전부 온양4동 바르게살기협의회에 기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벽 5시에 기상하면 건강을 위해서 걷는데, 걷다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명함이 보이면 얼른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는다. 그 명함을 시청에 가져가면 10원씩 준다. 그 돈 역시 모아서 모두 기탁한다.
사람들이 공공의 물건을 깨끗이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조창제 씨, 그에게서 아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흠뻑 느껴진다.
다시 조창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갑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봉사가 있지만 육신으로 할 수 있는 봉사, 조건 없이 순수하게 주는 봉사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조창제 씨, 젊다. 넉넉함이 느껴진다.
봉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가정이 화목하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봉사로 인해 세상이 따뜻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하고 싶다는 조창제 씨, 그의 빛나는 맑은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글 박은자 동화작가
출처 : 아산포커스
https://www.asan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