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구운몽(九雲夢) |
● 작품 해제
이 소설은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지은 국문 소설로, 성진(性眞)이라는 불제자(佛弟子)가 하룻밤의 꿈 속에서 세상의 온갖 영화를 맛보고 깨어나, 불법의 진리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지은이가 조선 시대 유학자이면서도 이원적(二元的 : 천상과 지상) 구성을 취하여 불교적인 주제로 인간의 문제를 형상화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국문학상 의의와 함께 작품 내적인 구성이나 문체가 고전 소설의 전범(典範)을 이른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 핵심 정리
* 갈래 : 고전소설, 국문소설(한문본도 전함), 몽자류소설, 염정소설, 양반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문체 : 문어체, 만연체
* 배경
┌ 시간 : 당나라때
│ .................┌ 선계 : 남악 형산 연화봉 동정호
├ 공간 : 중국 │
│ .................└ 인간계 : 당나라의 경사와 변방
└ 사상
........① 불교 - 윤회사상, 공사상
........② 유교 - 양반사회의 유교적 출세주의
........③ 도교 - 신선사상 및 전기성(傳奇性)
* 국문학적 의의
...① 몽자류 소설의 효시(→아류작 : '옥루몽', '옥련몽')
...② 대표적 양반소설
...③ 국문의식이 반영된 소설(김만중의 문학관)
* 배경설화 : '조신설화'(삼국유사)
* 창작동기 : 유배지 남해에서 어머니 윤씨를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 함.→ 효(孝)
● 제목이 가지는 상징성
* 九 (구) - 등장 인물 수 (성진과 8선녀)
* 雲 (운) - 인생 무상 → 주제
* 夢 (몽) - 환몽 구조
● 인물
1) 성진 :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허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 육관 대사의 수제자로, '양소유'로 환생하여 온갖 부위 영화를 누리게 되나, 그 유한성과 무상감을 자각하고 불도에 정진하여 큰 깨달음을 얻는다.
2) 팔선녀 : 남악 형산을 주재하는 위 부인의 시녀들. 성진의 현세적 욕망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어 현세에 '양소유의 2처 6첩'으로 환생하나, 성진과 마찬가지로 삶의 이치를 깨달아 불도에 귀의하게 된다.
3) 대사 : 성진과 팔선녀를 계도하여 참다운 삶의 이치를 깨닫게 이끄는 인물. 가장 전지적인 인물로 작품의 전기성(傳奇性)을 이끌고 있다. '호승'으로 나타남.
● 구성
1) 특징
..........① 환몽구조 : 꿈속에서 일련의 사건을 체험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참다운 이치를 깨달음 → 몽자류 소설
..........② 이원적 복합구조 : 현실과 꿈의 교차
● 작가
♣ 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
1) 약력 : 병자호란 때 절사(節死)한 김익겸의 유복자로 태어남. 현종 6년 문과에 장원 급제하여 벼슬이 대제학, 대사헌에 이름. 서인(西人)의 기반 위에서 벼슬길에 오른 관계로 당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끝내는 최후를 유배지(남해)에서 마침. 국문가사를 높이 평가하고 국문 소설을 창작하는 등 국학(國學) 의식이 뛰어났다.
2) 작품 : <구운몽(九雲夢)>,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 및 한시(漢詩)가 전해지고, 문집으로 <서포만필(西浦漫筆)>, <서포집(西浦集)> 등이 있다.
* <서포 만필>에서 우리 나라에 진정한 문장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이 3편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정철의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이다.
* 숙종과 인현왕후, 그리고 장희빈의 관계를 빗대어 표현한 작품으로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가 있다.
【작품의 줄거리】
중국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서역인도으로부터 불교를 전하러 온 육관대사가 법당을 짓고 불법을 베풀었는데, 동정호의 용왕도 참석한다. 육관대사는 제자 성진(性眞)을 보내 용왕에게 사례답례하도록 했는데, 용왕의 술 대접을 받고 돌아오던 성진은 형산 선녀 위부인의 팔 선녀와 석교에서 만나 서로 희롱한다. 선방(禪房)승려가 거처하는 방에 돌아온 성진은 팔 선녀의 미모에 도취되어 불문(佛門)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 영화를 원하다가, 팔 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된다.
회남 수주현 양 처사벼슬을 하지 않았으나 문장과 도덕이 높은 선비를 일컬음의 아들로 태어난 성진[양소유(楊少遊)]은 15세에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어사의 딸 '진채봉'을 만나 혼약하고, 난을 피해 있다가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중 낙양의 기생 '계섬월'과 인연을 맺고, 경사서울에 이르러 거문고를 타는 여자로 가장변장(變裝)하여 정 도사의 딸 '정경패'를 만난다. 과거에 급제한 양소유는 정경패의 시비시중 드는 여종인 '가춘운'과도 인연을 맺는다.
하북의 왕이 역모반역을 꾀함하려 하니 양소유는 절도사로 나가 이를 다스리고 돌아오는 길에 계섬월인 줄 알고 만난 여자가 하북의 명기 '적경홍'이었다. 상경하여 예부 상서가 된 양소유는 황제의 누이인 '난양 공주'의 퉁소 소리에 화답한 인연으로 부마임금의 사위로 간택이 되는데, 양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약을 이유로 이를 물리치다가 옥에 갇힌다.
토번티벳왕이 처들어오자 대원수가 되어 출진한 양소유는, 토번왕이 보낸 여자 자객 '심요연'과 인연을 맺고, 백룡담에서는 용왕의 딸인 '백능파'를 도와 주어 인연을 맺는다. 그 동안에 난양 공주는 양소유와의 혼약을 이루지 못하여 실심상심(傷心)한 정경패를 만나 보고, 그 인물에 감복마음에 느끼어 충심으로 따름하여 그녀를 제1공주인 '영양 공주'로 삼는다.
토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양소유는 위국공의 벼슬에 오르고, 영양공주, 난양 공주 2처와 진채봉, 계섬월, 가춘운,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의 6첩을 거느리게 된다. 작품의 제목에 나오는 '아홉'이라는 숫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상징한다.
<도입>
양승상등고망원(楊丞相登高望遠)'등고망원'은 양소유가 음력 구월 구일의 습속을 즐기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지만, '망원(望遠)'에는 자신에 관해 멀리(혹은 현세의 유한성을) 바라보게 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진상인반본환원(眞上人返本還元)'진상인'은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반본환원'은 다시금 본래로 돌아감의 뜻이니 이장의 제목은 이 장의 사건과 그 성격, 곧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승상이 성은치사(致仕)의 허락을 감격하여 고두사은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다고 사례함.하고 거가하여온 집안. '거가하여'는 온 집안이 궐기(蹶起)하여의 뜻 취미궁황제가 빌려 준 궁의 이름으로 옮아가니, 이 집이 종남산 가운데 있으되, 누대둘레를 내려다 보기 위하여 크게 세운 누각(樓閣)이나 정각(亭閣) 따위.의 장려함과 경개의 기절기절(奇絶):썩 신기함. 기막히게 기이함함이 완연히 봉래 선경이니,봉래산의 아름다운 경치에 필적하니 왕 학사의 시에 가로되, "신선의 집이 별로 이에서 낫지 못할 것이니, 무슨 일로 퉁소를 불고 푸른 하늘로 향하리요?"신선의 집에 견줄 만하니, 이제는 신선경을 동경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없다하니, 이 한 글귀로 가히 경개를 알리러라.
승상이 정전왕이 조회(朝會)를 받고, 정령(政令)을 반포하고 사신(使臣)을 맞이하던 궁궐을 비워 조서임금의 명령을 적은 문서와 어제 시문왕이 지은 시문을 봉안신주(神主)나 화상(畵像)을 받들어 모심하고 그 남은 누각대사누각과 정자에는 제 낭자팔 선녀가 나눠 들고, 날마다 승상을 모셔 물을 임하며물놀이를 하며 매화를 찾고 시를 지어 구름 끼인 바위에 쓰며, 거문고를 타 솔바람을 화답하니 청한한청아하고 한가한 복이 더욱 사람을 부뤄할 배러라.부러워하게 할 바이더라
☞ 취미궁의 경개와 청한한 생활
<사건①>
승상이 한가한 곳취미궁에 나아간 지 또한 여러 해 지났더니, 팔월 염간스무날께은 승상 생일이라 모든 자녀 다 모다모여 십 일을 연하여계속하여 설연하니잔치를 베푸니 번화성만번성하고 화려하며 빈 데 없이 가득 차 흥성흥성함함이 예도 듣지 못할러라. 잔치를 파하고 제자여러 자식들가 각각 흩어진 후 문득 구추가절음력 구월을 가을이란 뜻으로 이르는 말. 가절(佳節)은 좋은 계절이란 뜻이 다다르니, 국화 봉오리 누르고 수유열매가 붉었으니 정히바로, 틀림없이 등고음력 구월 구일에 산에 올라가 국화주(菊花酒)를 마시는 풍속을 이르는 말할 때라. 취미궁 서녘에 높은 대 있으니, 그 위에 오르면 팔백 리 진천(秦川)을 손바닥 금 보듯이하여 가린 것이 없으니,일망무제(一望無際)-매우 넓음을 의미 승상이 가장 사랑하는 땅이러라.
이 날, 양 부인과 육 낭자를 데리고 대에 올라 머리에 국화를 꽂고 추경을 희롱할 새 입에 팔진여덟 가지 진미(珍味)이 염어실컷 먹어 싫증이 남하고 귀에 관현관악기와 현악기이 슬민지라.싫고 미운지라 다만 춘운으로 하여금 과합과실을 담은 합을 붙들고 섬월로 옥호옥(玉)으로 만든 술병를 이끌며 국화주를 가득 부어 처첩이 차례로 헌수하더니, 이윽고 비낀 날저녁 햇살이 곤명지에 돌아지고해가 지는 모습 구름 그림자 진천에 떨어지니, 눈을 들어 한 번 보니 가을빛이 창망넓고 멀어서 아득하더라하더라.
☞ 양 승상의 등고와 가을 경치의 창망함
<사건②>
승상이 스스로 옥소옥피리를 잡아 두어 소리를 부니 오오열열오열(嗚咽) : 목이 메어 울다하여 원하는원망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고, 고할 듯하고,하소연할 듯 형경중국 전국 시대의 자객 형가(荊軻)의 다른 이름. 진시황을 죽이려다 오히려 죽임을 당함이 역수형경과 태자 단이 이별하던 곳를 건널 적 점리연(燕)나라 때 축(筑 : 현악기)을 잘한 사람. 형경의 벗으로 역수에서 그와 이별하고 그의 원수를 갚으려다 피살됨를 이별하는 듯, 패왕(覇王)항우이 장중장막의 안에 우희우미인, 항우 부인를 돌아보는 듯하니, 모든 미인이 처연하여쓸쓸하고 구슬픔 슬픈 빛이 많더라. 양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예를 갖추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공토번왕을 물리친 일을 이미 이루고 부귀 극하여 만인이 부뤄하고 천고에 듣지 못한 바이라. 가신좋은 때을 당하여 풍경을 희롱하며 꽃다운 술은 잔에 가득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이 또한 인생의 즐거운 일이어늘, 퉁소 소리 이러하니 오늘 퉁소는 옛날 퉁소가 아니로소이다."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부인 낭자를 불러 난단난간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두루 가리키며 가로되,
"북으로 바라보니 평한평평한 들과 무너진 언덕에 석양이 쇠한시들은 풀에 비치었는 곳은 진 시황의 아방궁이요, 서로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에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이요, 동으로 바라보니 분칠한흰색을 칠한 성이 청산을 둘렀고 붉은 박공마루머리나 합각머리에 '八'자 모양으로 붙인 두꺼운 널이 반공높지 아니한 공중에 숨었는데,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양귀비로 더불어 노시던 화청궁이라. 이 세 임금은 천고 영웅이라. 사해온 천하로 집을 삼고 억조억조창생(億兆蒼生)의 준말. 수많은 백성로 신첩임금 앞에서 신하가 자기를 낮추어 부르는 말을 삼아 호화 부귀 백년을 짧게 여기더니 이제 다 어디 있나뇨?"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벼슬하지 않은 선비라. 성천자성덕(聖德)이 높은 천자(天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에 이르고, 제 낭자 서로 좇아 은정은혜로 사랑하는 마음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한결같으니 만일 전생 숙연전생의 인연으로 모두 인연이 진하면다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당당한 일이라. 우리 백 년 후 높은 대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이고, 가무하던 땅이 이미 변하여 거친 뫼와 쇠한 풀이 되었는데, 초부나무꾼와 목동이후세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탄식하여 가로되, "이것이 양승상의 제 낭자로 더불어 놀던 곳이라.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 화태옥같이 고운 얼굴과 꽃다운 태도 이제 어디 갔나뇨?" 하리니 어이 인생이 덧없지 아니리요?주제문
☞ 양 승상이 느끼는 인생 무상감
<사건③>
"내 생각하니 천하에 유도와 선도와 불도가 유에여럿 중에 높으니 이 이론이른바 삼교라. 유도는 생전 사업과 신후죽고 난 뒤 유명할 뿐이요, 신선은 예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 시황, 한 무제, 현 종제를 볼 것이라. 내 치사벼슬 자리에서 물러남한 후로부터 밤에 잠 곧 들면 매양 포단 위에서 참선하여 뵈니 이 필연 불가로 더불어 인연이 있는지라. 내 장차 장자방장자방 : 장량(張良). 한나라의 신하. 한(漢)·초(楚)대전이 끝난 뒤, 토사구팽될 것임을 짐작하고, 적송자(옛 선인(仙人))를 좇아 속세를 떠났음의 적송자 좇음을 효칙본받아서 법을 삼음하여 집을 버리고 스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을 찾고, 오대에 올라 문수께 예를 하여 불생 불멸할 도를 얻어 진세 고락인간 세상의 고통과 즐거움을 뛰어 나려 하되, 제 낭자로 더불어 반생반 평생을 좇았다가 일조하루 아침에에 이별하니 슬픈 마음이 자연 곡조에 나타남이로소이다."
제 낭자는 다 전생에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제 낭자는 전생에 팔선녀였음. '근본'은 '자라 온 환경과 경력'이라는 뜻으로 쓰임 또한 세속 인연이 지낼다할 때니 이 말을 듣고 자연 감동하여 이르되,
"부귀 번화 중 이렇듯 청정한 마음을 내시니 장자방을 어이 족히 이르리요? 장자방보다 낫다첩 등 자매 팔인이 당당히 심규깊은 규중(여자의 처소)중에서 분향 예불하여 상공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니, 상공이 이번 행하시매 벅벅이반드시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려니 득도한 후에 부디 첩 등을 먼저 제도보살이 중생(衆生)을 고해(苦海)에서 건져 극락(極樂)으로 인도(引導)함.하소서."
승상이 대희 왈,
"우리 구 인이 뜻이 같으니 쾌사시원하고 기쁜 일라. 내 명일내일로 당당히 행할 것이니 금일은 제 낭자로 더불어 진취실컷 취함하리라."
하더라. 제 낭자 왈,
"첩 등이 각각이 일배술 한 잔를 받들어 상공을 전송하리이다."
☞ 불문 귀의를 통한 인생 무상의 극복
<사건④>
잔을 씻어 부으려 하더니 홀연 석양에 막대 던지는 소리가 나거늘, 고이히 여겨 생각하되 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고 했더니, 한 호승외국 승려, 호국(胡國)의 중(육관 대사)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고이하더라.이상하더라 엄연히겉모양이나 언동이 점잖고 생기 있는 모양 좌상앉은 자리에 이르러 승상을 보고 예하여 왈,
"산야 사람산과 들에 사는 사람. 야인(野人)이 대승상께 뵈나이다."
승상이 이인신통(神通), 비범(非凡)한 사람인 줄 알고 황망히어찌할 줄 모르게 답례 왈,
"사부원래는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나, 여기서는 호승을 대접하여 부르는 말로 쓰임는 어디로서 오신고?"
호승이 소왈,
"평생 고인을 몰라 보시니 귀인이 잊음 헐탄잊기 잘 한다는 말이 옳도소이다."
승상이 다시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하거늘, 홀연갑자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왈,
"소유, 전일 토번을 정벌할 제 꿈에 동정동정호 용궁에 가 잔치하고 돌아올 길에 남악에 가 노니, 한 화상수행(修行)을 많이한 중이 법좌에 앉아서 경불교의 경전을 강론하더니 노부원래는 '늙은 스승'이라는 뜻이나 여기에선 노인을 대접하여 부르는 말가 노화상이냐?"
호승이 박장대소하고 가로되,
"옳다, 옳다, 비록 옳으나 몽중에 잠깐 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동거(同居), 한 집에서 같이 삶하던 일을 알지 못하니 뉘 양 장원을 총명타 하더뇨?"
승상이 망연하여 가로되,
"소유, 십오륙 세 전은 부모 좌하슬하(膝下)를 떠나지 아녔고, 십육에 급제하여 인하여곧바로 직명직분(職分)을 부여하는 명령이 있으니, 동으로 연국에 봉하고받들어 섬김 서로 토번을 정벌한 밖은외에는 일찍 경사를 떠나지 아녔으니, 언제 사부로 더불어 상종하였으리오서로 만났으리요?"
☞ 선계의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양 승상
<사건⑤>
호승이 소왈,
"상공이 오히려 춘몽일장춘몽(一場春夢)-한바탕의 헛된 꿈을 깨지 못하였도소이다."
승상 왈,
"사부 어찌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리오?"
호승 왈,
"이는 어렵지 아니하니이다."
하고, 손 가운데 석장중이 짚는 지팡이을 들어 석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홀연 네 녘 뫼골에서 구름이 일어나 대상에 끼어서 지척을 분변치 못하니, 승상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하더니 오래게야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소리질러 가로되,
☞ 도술로 양 승상의 춘몽을 깨움
<사건⑥>
"사부가 어이 정도로 소유를 인도치 아니하고 환술로 서로 희롱하나뇨?"
말을 ꁹ지ꁹ다(終)-끝내다 못하여서 구름이 걷히니 호승이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가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진실로, 바로, 확실히 경황놀라고 무서워함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작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시간의 경과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리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뚜렷이 소화상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위엄있는 태도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여기서는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거나 어지러워서 참모습을 알기 어려움'의 뜻으로 쓰임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불도(佛道)를 닦는 곳 성진 행자불도를 닦는 사람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꾸짖음을 받음하여 풍도지옥로 가고, 인세에 환도사람으로 다시 태어남하여 양가양씨 가문의 아들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 하고, 출장입상하여 공명 신퇴공명을 세우고 그 자리에서 물러남하고, 양 공주와 육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일장춘몽(一場春夢) 마음에 이 필연 사부가 나의 염려생각인간(부귀와 남녀 정욕)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사인 줄 알게 함이로다.
☞ 양 승상에서 성진으로의 반본 환원
<사건⑦>
급히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정돈하여 가지런히 함하며 방장화상(和尙)이나 국사(國師) 등 높은 중들의 처소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대사, 소리하여 묻되,
"성진아, 인간 부귀를 지내니 과연 어떠하더뇨?"
성진이 고두고개를 조아리며하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 불초하여못나고 어리석음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마땅히 인세에 윤회할 것이어늘, 사부 자비하사 하룻밤 꿈으로 제자의 마음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를 천만 겁이라도 갚기 어렵도소이다."
"네, 승흥인간의 부귀영화를 탐냄하여 갔다가 흥진부귀영화의 무상감을 깨달음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예함이 있으리요?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할 것을 꿈을 꾸다 하니, 이는 인세와 꿈을 다르다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깨닫지 못하였다 '장주가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어니 거짓 것이요 어니 진짓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깨닫지 못한 때의 성진과 소유가 어니는어느 것이 진짓진짜 꿈이요 어느 꿈이 아니뇨?"장주지몽(莊周之夢), 호접지몽(胡蝶之夢)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제2에 나오는 것으로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후 깨어나서, 자신이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나비가 꿈을 꾸어 자신이 되었는지를 분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이는 차별이 없는 세계, 상대가 없는 세계를 강조하는 말이다.
성진이 가로되,
"제자, 아득하여어리석어 꿈과 진짓 것을 알지 못하니, 사부는 설법불교의 교리를 풀어 밝힘하사 제자를 위하여 자비하사 깨닫게 하소서."
☞ 반본 환원으로 진정한 의미 계도
<사건⑧>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당당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잠깐 기다릴 것이라."
하더니 문 지킨 도인이 들어와,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 사부께 뵈아지이다.뵙고 싶다 하나이다"
대사, 들어오라 하니, 팔 선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가로되,
"제자 등이 비록 위부인을 모셨으나 실로 배운 일이 없어 세속 정욕을 잊지 못하더니, 대사, 자비하심을 입어 하룻밤 꿈에 크게 깨달았으니, 제자 등이 이미 위부인께 하직하고 불문에 돌아왔으니 사부는 나종내나중에 가르침을 바라나이다."
대사 왈,
"여선의 뜻불교계에 입문하겠다는 것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이 깊고 머니, 큰 역량과 큰 발원바라고 원함이 아니면 능히 이르지 못하나니, 선녀는 모로미모름지기 스스로 헤아려 하라."
팔 선녀 물러가 낯 위에 연지분을 씻어 버리고 각각 소매로서소매로부터 금전도금으로 만든 가위를 내어 흑운검은 구름 같은 머리를 깎고 들어와 사뢰되,
"제자 등이 이미 얼굴을 변하였으니 맹서하여 사부 교령가르침을 태만치 아니하리이다."
대사 가로되,
"선재,좋은 일이구나 선재라, 너희 팔 인이 능히 이렇듯 하니 진실로 좋은 일이로다."
☞ 팔 선녀의 불문 귀의
<결말>
드디어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백호부처의 눈썹 사이에 난 흰 터럭으로 광명을 무량 세계에 비춘다고 함 빛이 세계에 쏘이고 하늘 꽃이 비같이 내리더라.산화 공덕(散花功德)-진리와 자비가 온세상에 가득하다.
설법함을 장차 마치매 네 귀 진언불타(佛陀)의 말. 교(敎)의 깊은 뜻이 간직되어 있는 짧은 문장을 송하여글을 읽거나 읊음 가로되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 모든 존재(有爲)의 본질(法)은 꿈(夢), 환(幻), 거품(泡), 그림자(影)와 같으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 이슬(露)과 번개(電)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이리 이르니, 성진과 여덟 이고비구니가 일시에 깨달아 불생 불멸할 정과불교에서 말하는 올바른 깨달음의 열매를 얻으니, 대사 성진의 계행계율을 잘 지키어 닦음이 높고 순숙함순수하게 성숙함을 보고 이에 대중을 모으고 가로되,
"내 본디 전도함을 위하여 중국에 들어왔더니, 이제 정법바른 교법을 전할 곳이 있으니 나는 돌아가노라."
☞ 성진과 팔선녀의 득도와 극락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