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없는 종로 사랑의 역사”
알렉시 드 토크빌이 1835년 30대 나이에 저술한 ‘미국의 민주주의’ 1권과 2권은 현대 대중민주주의의 명암을 논한 정치 고전으로 통한다.
토크빌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도 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를 통해서 보편화된 민주화 시대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평등 사회의 도래’라는 화두를 던지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정치 질서를 찬양했지만 그 반면에 대중사회의 발전이 새로운 ‘다수의 폭정’으로 퇴락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에서 ‘종교의 자유’와 ‘결사’, ‘가족’, ‘지방’ 등 네 가지에 주목했는데, 이중 우리네 지방자치와 연관되어 살펴볼 것이 바로 ‘지방’이다. 토크빌은 미국인들이 비정치적 종교와 결사 자유, 그리고 소시민적 가족으로 이뤄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민주주의를 세웠다고 봤다. 그래서 “자유로운 인민의 힘은 지방에 있고, 지방이 없으면 자유의 정신도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은 사실, 영국계 이민자의 자치공동체인 ‘타운’에서 시작됐다. ‘타운’이 확장된 것이 ‘카운티’인데, ‘타운’과 ‘카운티’가 다시 확장되어 ‘주’가 되며, 이러한 ‘주’가 모여 연방국가를 이룬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민주주의는 맨 아래 ‘타운’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돼서 그것이 정차 확장되어 미국식 민주주의가 된 셈인데, 이를 우리와 비교하면 각 동 주민자치센타가 확장되어 ‘자치구’를 이루고 그것이 더 확장되어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를 이루고, 그 광역자치단체가 확장되어 국가를 이룬 셈이다.
토크빌은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의 중앙집권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했다. 정치의 중앙집권화는 국민 모두의 평등한 권리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행정의 중앙집권화는 굴종과 종속의 지방문화를 낳는다고 평가했다.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불하받기 위한 경쟁일 뿐이라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지방발전을 저해한다고까지 내다봤다.
특히 토크빌의 두 번째 저서는 “민주화 시대가 만인의 평등과 함께 전례없는 번영과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공허함도 커질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이는 행정의 강화가 공동체의 힘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크빌의 민주주의 예견은 오늘날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본받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도 공감이 되고 감히 동감도 한다. 중앙정치권이 다수의 독재를 보이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 차치하고 지방자치 문제만 연결해도 중앙집권적 지방자치는 태생적으로 기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방자치 34년을 되돌아보면 공허함도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 실시로 인한 지역의 평등 사회 도래는 상전벽해를 이뤘다. 지역 주민의 평등사상 고취는 정말이지 괄목상대한 발전이었다. 이른바 지역의 민주화 속에서 생활 속의 민주주의 실현은 지방자치 시대 도래와 함께 진행되면서 지역사회를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평등과 권리에 대한 주민의 주장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였고, 지역의 발전도 증진했다.
종로저널은 지난 33년 동안 바로 그러한 종로 지역사회의 변천과 함께 하면서 역사를 써왔다. 애시당초 종로 지방자치 발전을 목표로 창간된 지역 언론으로서 종로 주민의 평등사상 고취와 권리 증진을 통한 종로 민주화를 꿈꾸며 발행되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종로라는 정체성 때문에 그 긴 세월을 지켜왔다. 6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대한민국 1번지라는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온갖 간난신고를 견뎌 왔다. 환언하면, 종로가 아니면 여기까지 못 왔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한마디로 종로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종로이기 때문에 33년을 버텼고, 그 배경이 종로 사랑이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동경하면서도 새로운 대중의 독재를 우려했다면, 종로저널은 종로의 민주화를 사랑하면서 주민 없는 민주화를 우려한다. 1992년 종로저널 창간 당시 종로 주민 수가 25만 명이었는데 현재 구민 수는 약 13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 절반이 줄어든 셈이다. 아무리 종로를 사랑하고, 종로 민주화를 소리쳐도 주민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종로저널 33년은 ‘끝없는 종로 사랑의 역사’임에 틀림없다.
경 종로저널 창간 33주년 축
“애독자 제현과 종로구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