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이라는 시를 2011년 소속 학교 종합 예술제 교사 작품 코너에 전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그 시를 낳게된 배경 이야기 즉, 사격 지도교사 역할을 뜨겁게 수행하고 있었던 경덕여고 근무 시절에 있었던 일화를 생생히 글로 남겨두고 싶다. 부임한 지 두 해가 되는 여름 하계 강화 전지훈련 때이다. 고향 울진으로 가는 길에 포항 사격장을 들려서 훈련하게 되어 있었고, 가는 길의 비학산 번지점프대를 들러 번지점프를 직접 체험시켜 담력을 키우고자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성공적인 훈련을 실시하였다. 덕택으로 그 해 가을 전국체육대회에서 여고 공기권총 단체 우승의 쾌거를 맛보았다.
대회를 마치고 학교에 등교하였더니 교문에 크게 축하 현수막이 나부꼈고, 만나는 선생님마다 축하와 격려의 칭찬을 들었다. 그 때마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고,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절로 우러나는 시를 낳을 수 있었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았다.
그 즈음의 어느날 아침 체육실 창가에 키우던 선인장이 예쁘게 붉은 꽃을 피우고 있음을 보았다. 화분에 담긴 메마른 모래밭이 하키부 성적거양에 힘을 쏟아붓고 있던 학교의 편애적인 예산 지원에 마음 아파하였던 나로서는 사격부의 열악한 예산 상황을 극복하고 찬연한 성과를 거둔 것이 마치 선인장 꽃피운 모습과 흡사함을 깨달았다.
누에가 열심히 뽕을 먹고는 죽어가면서 실을 절로 뽑으며 누에 꽃 집을 짓듯 시 한 수가 저절로 읊어졌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작 시를 지도사례 발표 연구대회 글 후미에 남겼고, 제출물을 결재하시던 김대일 교장 선생님께서 그것을 우연히 보게 되고는 크게 반기면서 한 부를 별도로 달라고 하셨다. 며칠 후 월요일 아침 느닷없이 전체 교직원 회의 시간에 그 동안 수고하여 이룩한 성과에 대하여 축하 격려 말을 하고는 직접 그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는 것이었다. 순간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를 몰랐다.
그기에 머물지 않았으며, 본인이 직접 그 시를 이십 만원을 들어서 자신이 알고 지내는 서예 친구분께 옮겨쓰게 하여서는 표구까지 하여 선물이라며 고마움을 남겨주었다. 그 시 제목이 '선인장'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선 인 장 -
안 종 문
메마른 사막에서도
선인장은
손을 들어 기도하고
9년만에 피운 꽃
누구의 얼굴인가?
그대는
가시에 맺힌 꿈
바람을 이겨내었고
가슴에 서린 눈물
세월을 이겨내었구나
님의 웃는 소리......
하나 되고 싶어
나도 웃는다.
<사격감독 9년만의 찬란한 결실인 2003년 여고 공기권총 전국대회 4관왕 및 전국체전 여고부 단체 우승의 기쁨을 외치며......이 시는 지도사례논문에도 실렸었고, 재직중이었던 경덕여고 교장선생님께서 큰 액자로 만들어 신축 체육관 강당 출입문에 계시되었음>
올해 범물중학교 종합 예술제 전시회(2011. 10. 27 ~ 29)의 교사 작품 코너에 며칠 전 제출하여 전시한 것을 본 많은 동료 선생님들께서 놀래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그럴 것이 체육교사가 시(詩) 작품을 어엿이 내걸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탓으로 짐작된다.
첫댓글 세상사 다 그렇겠지만 작품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고 쌓아온 경륜과 내공에서 나온다고 하는데.....중단없는 내공으로 더 많은 명작들을 기대하네!
멋진 글 그리고 교장님의 선물 좋다 평생 가보로 간직하시게나 의미를 새기며 읽어보니 정말 좋습니다 친구님^_^****
배경을 알고 시를 읽으니 더욱 뭉클하네요.. 선인장꽃을 보고 이런 시를 읊으시다니.. 정말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