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자실업핸드볼 신인드래프트가 11월 11일 진행됐다. 2012년 처음 실시되어 4년째를 맞고 있는 신인드래프트는 2012년에는 28명, 2013년에는 19명이 드래프트를 거쳐 실업 무대에 진출했고, 2014년에는 사상 최다인 41명의 선수가 드래프트 참가를 신청해 29명이 실업의 선택을 받아 70.7%의 높은 지명률을 기록했다. 이제 신인드래프트는 여자 핸드볼 선수가 실업팀에 입단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총 35명의 선수가 실업의 문을 두드렸다.
‘최대어’ 김보은, 1순위로 경남개발공사行
실업 무대 진출의 당락이 걸린 드래프트 현장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린 선수들의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작 1시간 전 이미 행사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떨리는 마음을 털어내고 있었다. 선수들의 상기된 표정 뒤에 애지중지 키워온 딸들의 실업 진출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제자들의 성공을 바라는 지도자들의 간절한 표정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드래프트에 앞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황지정보산업고의 연승 행진을 이끈 김보은이었다. 김보은은 ‘최대어’답게 전체 1순위로 경남개발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황지정보산업고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고, 실업 선배들과 함께 여자주니어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175cm 신장의 탄탄한 체격을 가진 김보은도 많은 기자들 앞에서는 앳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1순위로 경남개발공사에 입단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일찍 뽑힐 줄은 몰랐는데 좋은 팀에 가게 된 만큼 더 열심히 해서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최대어’ 김보은을 지명한 경남개발공사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지명해 박수를 받았다. 김보은을 포함해 2라운드에서는 이설화(정읍여고), 4라운드에서는 여지현, 이유진(이상 마산무학여고), 김주영(의정부여고) 등 총 5명의 신인 선수로 전력을 보강했다.
1라운드 2순위 광주도시공사가 지명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명권은 SK슈가글라이더즈로 넘어갔다. SK슈가글라이더즈의 강경택 감독은 인천여고의 양새슬을 지명했다.
양새슬은 1순위로 뽑힌 김보은과 함께 여자청소년핸드볼대표팀의 주축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다. 양새슬은 “부족한 점이 많은데 뽑아줘서 감사하다. 부족한 만큼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SK슈가글라이더즈는 2라운드에서 황지정보산업고의 이하늘을 지명하며 총 2명의 선수를 데려갔다.
이후 컬러풀대구, 부산비스코, 원더풀삼척, 서울시청이 1라운드 지명을 포기하면서 1라운드 마지막 지명권을 가진 인천시청에게 1라운드 3순위 지명권이 돌아갔다. 인천시청 조한준 감독은 인천비즈니스고의 조현미골키퍼를 호명했다. 베테랑 송미영골키퍼가 은퇴를 선언한 인천시청이 1학년부터 인천비즈니스고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조현미골키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적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현미골키퍼는 “부족한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그리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말하다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인천비즈니스고는 2012년 김진실(전체 2순위), 2013년 최수지(전체 1순위), 지난해 강경민(전체 2순위)에 이어 조현미골키퍼도 전체 3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핸드볼 최고 명문고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인천시청은 2라운드에서 대구체고의 피봇 송해리와 이번 드래프트 유일한 대학생이었던 이현주(한국체대) 등 두 명의 선수를 추가로 선발했다.
2라운드에서 첫 지명권을 행사한 부산비스코는 정가희(인천비즈니스고)를 선택했고, 4라운드에서 손가나(정읍여고)를 뽑는 등 총 2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원더풀삼척도 2라운드부터 움직여 강은지(정신여고)골키퍼와 정수빈(휘경여고) 등을 지명했다.
1, 2라운드를 포기한 대구는 3라운드에 강지경(마산무학여고)골키퍼와 임숙연(인천비즈니스고)을 선택했고, 광주도 3라운드에 일신여고 오유라를 시작으로 4라운드에 동방고 서은비를 영입했다. 서울시청 역시 3라운드에 조대여고 나혜린골키퍼와 4라운드에 휘경여고의 박민정을 선택해 2명의 신인 선수를 선발했다.
역대 최소 인원 선발… 희비 엇갈린 현장
이번 드래프트는 참가자 35명 가운데 총 20명이 실업의 선택을 받았다. 역대 최소 인원이 실업의 문을 통과했고 지명률도 57.1%에 그쳤다. 지난해 41명 지원에 29명이 실업 무대에 진출, 70.7%의 지명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지명률이다.
드래프트를 마친 A감독은 “내년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 드래프트에) 지명률이 낮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소위 황금세대로 불렸던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왔던 2015 신인드래프트를 염두에 둔 구단들의 선택에 따라 역대 최저 지명률을 기록했었다. 내년 드래프트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과 주니어대표팀으로 맹활약했던 조수연, 박새영, 김수정(이상 한국체대), 김소라 등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예정이라 실업팀들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팀별로는 경남이 가장 많은 5명의 선수를 뽑았고, 삼척과 인천이 3명씩, 광주, SK, 대구, 부산, 서울이 2명씩 지명했다. 학교별로는 인천비즈니스고와 황지정보산업고, 대구체고, 인천여고, 한국체육대 출신 전원이 실업 무대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제96회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32년 만에 핸드볼팀 해체가 결정된 마산무학여고도 마지막 드래프트에서 선수 전원이 실업의 문을 통과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경남개발공사의 선택을 받은 여지현은 “저희가 올해 힘든 일이 많았는데 마지막은 기쁜 일이 있어서 좋다. 코치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뽑아주신 팀에 감사하다”며 모교의 해체와 실업 진출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인천시청에 지명된 소감을 전하다 눈물을 흘린 조현미골키퍼
예년에 비해 지명률이 낮아진 탓에 드래프트가 끝난 후 지명을 받은 선수들과 그렇지 못 한 선수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1라운드부터 대부분의 구단이 지명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져 선수들과 학부모, 지도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하위 라운드가 시작되면서 희비는 더욱 극명해졌다. 딸과 제자의 이름이 불리면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2016 여자실업핸드볼 신인드래프트는 마무리됐다.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실업의 무대를 밟게 된 신인 선수들이 어렵게 실업의 등용문을 통과한 만큼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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