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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선의 들풀]꿩의비름 | ||||||||||||||||||||||||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방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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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갑니다. 화려했던 꽃들의 축제와 온갖 기념일로 술렁댔던 오월입니다. 연둣빛 짙어 초록으로 변한 산 숲에 간간이 뻐꾸기 우는 걸 보니 야산 자락의 산딸기 곧 익겠다는 어머니의 안부 전화가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두 부모님이 다 해내기 힘든 모내기를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누구 일손이라도 좀 사서 모내기하라고 걱정했더니 “여기 일하러 올 사람이 어디 있냐? 그 힘든 일 한다는 이주 노동자들도 농촌 일은 안한다고 한단다야.” 이번 주쯤에는 모내기하러 도시에서 모여드는 자식들이 많을 텐데 한 번 가보지도 못하는 마음이 편치 않은데요. 옛날처럼 여럿이 모여서 일할 때는 덜 힘들었는데 혼자서 일하려니 더 힘들다며 들판 논둑에 피어 있는 들꽃을 친구 삼는다는 말에 가슴이 짠합니다. 통화할 때마다 한 가지씩, 요새는 지칭개가 많이 피었더라, 모메꽃이 온 논바닥에 쫙 깔렸더라, 꽃 좋아하는 딸이라고 꽃소식을 자주 전합니다. 엊그제는 궁금한 꽃 이름을 물어 오십니다. “그 왜 꽃잎이 돌나물처럼 도톰한데 넓적하고 분홍색 꽃이 핀다더라. 그 꽃 이름이 뭐냐?” 머리 속을 맴맴 따라 돌며 꽃 모양을 떠올려 봅니다. “아~ 꿩의비름.” 지난 가을에 절에서 얻어다 심었다던 꿩의비름이 싹이 예쁘게 돋더니 벌써 꽃을 맺었나 봅니다. 돌나물과의 다년생 초본인 이 꿩의비름은 깊은 산 계곡의 바위틈 같은 데서 잘 자라는 다육성 식물입니다. 요즘은 절이나 민가의 화단에서 많이 기르며 둥근잎·큰·자주·세잎 꿩의비름이 있으며 7~8월 한여름에 분홍빛 꽃을 피우는데 한 꽃대에 수천송이의 꽃이 자잘하게 붙어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넓은 꽃 덩어리를 만듭니다. 봄에 넓고 둥근 잎이 나오는데, 그 모양도 예쁘고 다육성 식물이라 생명력이 강하고 가뭄에도 잘 버텨서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기 좋은 꽃입니다. 꽃이 피면 오래 가고 모양도 예뻐서 화분에 심어 키우기도 좋은데요. 민간에서는 그 잎과 뿌리를 대하·선혈 등에 약재로 쓰기도 한답니다. 꿩의비름이 피었다 질 때쯤에는 가을이 온다고 붙여졌을까요? ‘추상(秋想)’이라는 꽃말이 있습니다. 농부들이 곡식 한 포기, 포기를 자식처럼 기르고 정을 준만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환희를 느낀다는 말, 자연과 함께 그 이치를 따라 살아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말일 것입니다. 그 넓은 논바닥에 노부부 둘이서 모내기를 하다 지쳐 쉴 때 멀쑥하게 피어 흔들리는 엉겅퀴 한 송이가 위로가 되고 사방에 피어 흔들리는 들꽃들이 말로만 고생한다고 생색내는 자식들보다 더 나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날은 일찌감치 투표 마치고 바쁜 일손에 투표할 시간도 없을 부모님 모시고 고기라도 대접하고 못자리 논에 발이라도 담그고 응원이라도 하고 돌아와야겠습니다. /숲 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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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습니다."워낭소리"의 자식들 처럼 "소 팔아요.팔아!"저도 부모님께" 일 그만 하세요."라고 앵무새처럼 지져귑니다.일을 그만둔다는것는 소처럼...여생을 마감한다는것인데...부끄럽습니다.올해는 샘들!모내기철 되면 부재골 산딸기 따먹으러 오세요. 우리집 특산물이 "복분자술"아이겠소.이곳은 산딸기가 너부러진답니다.덕선씨!고마부요.